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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담한 현실, 우빈과의 면담

트윈플레임 영적소설4

by 원스


수지는 떨리는 마음으로 우빈을 기다렸다. 이미 텔레파시로 그의 영혼과 깊은 합일(영혼의 결합)을 여러번 겪었던 터라, 그녀는 이미 우빈의 사랑을 확신하고 있었다.


잠시 후, 검은색 수도복을 입은 우빈이 차분한 걸음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제게 꼭 하실 말씀이 있다고..

편하게 말씀해보세요"


수지는 사랑스러운 연인을 대하듯 우빈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음... 지난 몇 달간 기도모임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우빈씨만 보면 자꾸 마음이 끌렸어요, 제 영혼의 동반자를 만난 것처럼 영적인 친밀감이 들고. 마치 제 모습을 거울로 비추듯 우빈씨가 저랑 무척 닮은 느낌도 들고.. 그래서 우빈씨를 마음 깊이 사랑하게 되었어요 ”


수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빈의 눈동자가 갑자기 흔들렸다. 그는 뚫어지게 수지의 눈을 바라보았다.


수지는 이참에 모든 것을 우빈에게 털어놓기로 결심한 듯, 그와 텔레파시로 나누었던 진한 사랑의 교감들, 신비로운 영적에너지 현상 등을 모두 숨김없이 말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두 영혼의 숭고한 사랑을 완성하기 위한, 하느님의 신성한 목적에 따라 연결된 트윈플레임 영혼의 서약이라는 확신을 그에게 전했다.


그동안 우빈에게 무의식적으로 강렬하게 끌렸던 감정들 , 집착, 욕망 등으로 혼자서 괴로웠던 마음을 그에게 모두 털어놓고 나니 . 속이 후련해졌다. 이야기를 끝낸 수지는 떨리는 눈빛으로 그의 반응을 살폈다.


그런데 우빈의 표정이 이상했다. 수도자 특유의 온화한 웃음기는 사라진 채, 그의 눈빛과 표정은 차가운 얼음처럼 냉랭하게 변해있었다. 우빈은 굳게 다물었던 입을 천천히 열었다.



“....텔레파시라구요? 저는 한번도 텔레파시를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 수지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수지님은 결혼해서, 옆에 배우자도 계시잖아요.


물론, 누구나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드리면 영적인 현상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현실이 고통스럽고 외롭다 해도 우리는 지금 현실세계를 살아가고 있잖아요. 이렇게 영적인 현상에 너무 몰두하지 말고, 지금 옆에 계신 남편분이나 아끼고 더 사랑하세요, 수지씨가 걱정되네요.

하느님은 현실을 파괴하는 분이 아닙니다 “


우빈의 대답은 그 어느때보다 단호하고 냉정했다 .


수지는 깊은 충격을 받았다. 이제까지 그와 나누었던 신비한 텔레파시, 사랑의 속삭임들이 모두 혼자만의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매일 밤 그녀가 우빈을 위해 기도하며 흘렸던 눈물, 고통의 시간들이 모두 헛되다는 생각에 그녀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동안 우빈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힘든 시간들을 보내야했는지, 다정하게 위로하기는 커녕 어떻게 현실이나 잘 살아라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수도자 우빈이 원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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