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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이 Oct 08. 2018

5140m 고락셉,
높은 곳의 안락함

EBC Trekking

01  카트만두 - 루클라 - 팍딩 (2610m)  
02  팍딩  - 몬조  - 남체(3440m) 
03  고소적응일 
04  남체 - 텡보체 - 디보체(3820m)
05  디보체 - 팡보체 - 딩보체(4410m) 
06  고소적응일
07  딩보체  - 로부체(4910m)
08  로부제 - 고락셉 - EBC(5364m)
09  고락셉  - 팡보체(3930m)
10  팡보체 - 남체(3440m)
11  남체 - 루클라(2840m)
12  휴식일
13  루크라 - 카트만두


Gorakshep


4000미터를 넘어서는 유심칩 넣어둔 핸드폰도 먹통이고 롯지의 와이파이도 불량이었는데 어떻게 제일 높다는 5140m의 고락셉에서 제일 빵빵한 통신상태였던건지 말이다. 오후에 차를 한잔하면서 친구에게 연락을 했는데 야 너 지금 5000미터에서 문자하는거냐면서 둘이서 신나했었다. 참 좋은 세상이라면서. 맞는말이다. 

가장 상태가 취약할거같았던 고락셉 롯지는 여러부분에서 굉장히 좋았다. 


남체를 지나고나서 만나는 롯지에서는 차든 음식이든 가격이 아래에 비해서 현저히 비싸도 그럴만하다라고 생각했다. 길에서 만나는 엄청난 짐을 떨어질거같은 신발을 신고 아무런 장비없이 옮기는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하루종일 짐을 나르고 받는 돈은 정말 얼마 안된다는 말에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같이 갔던 일행이 가이드가 체크아웃할때 계산을 엉터리로 해서 돈을 떼어먹는거 같다는 의심을 했다. 

무턱대고 의심하고 뭐라할수는 없으니 그럼 니가 계산을 해놓고서 계산서를 가져오면 따져물어보라고 했더니 또 그건 귀찮은가보다. 솔직히 나는 그들이 떼어먹는 돈이 천원 이천원돈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눈감고 넘어가려고 했다. 일정동안 떼어먹은 돈이라고 해봤자 우리가 밥한끼 커피한잔 마시는돈 뿐일거라고 생각하니 감정상해가면서 다툼을 하고 싶지 않았다. 뭐 그게 억울하다싶음 마지막에 팁을 조금만 주면 될걸. 이라고 생각했지만 고산병으로 죽을똥말똥하고 내려왔더니 그게 고마워서 또 팁은 넉넉하게 줬지만 말이다. 


4000미터를 즈음해서 수목한계선을 넘어서 풀한포기 나무한그루 없기 때문에 점차 풍경이 횡량해진다. 

바람도 많이 불고 무엇보다 햇빛이 굉장히 쎈데 나중에 내려와서 보니 콧등만 까맣게 타서 엄청 웃겼다. 

그러니 선크림을 안바를거면 마스크를 꼼꼼히 잘 가리고 다니는게 좋을거같다. 

고락셉 롯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횡량한 5000미터 넘어서의 풍경
중앙 왼쪽부분 살짝 머리만 보이는게 에베레스트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는 에베레스트봉이 잘 보이진 않는다. 이 횡량한 거대한 풍경이라니, 가운데 오른쪽 아래에 점처럼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이 있다. 
혼자 여행중이었던 남미 어딘가에서 왔던 친구와 함께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





사실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는 힘들지 않다. (지리산 종주를 2박 3일 종주할 수 있는 보통 체력의 기준)

우선 지리산종주보다 덜 힘들다. 하루에 이동하는 거리도 멀지도 않고 짐도 가볍게 때문이다. 

다만 고도가 올라갈수록 숨쉬기가 힘들어지는데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금방차고 숨넘어갈거같다. 

그리고 고도가 4천미터를 넘어서부터는 살짝 무기력증과 함께 두통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이게 고락셉에서 머물렀던 밤에 심해져서는 죽을뻔했다. 한숨도 못잤는데 누우면 숨이 막힐거같고 다시 앉으면 등이 추워서 잠을 잘수가 없었다. 아침에 해가 뜨는걸 보고서 진짜 속으로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욕이 튀어나올뻔했다. 

가이드가 방에 들어와서는 여행사 사장님과 통화를 하더니 헬리콥터를 타고 내려가야할거같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몸도 안좋고 밤도 셌지 진짜 죽는건가라는 생각을 하는데 같이 간 일행이... 


이번 트레킹의 깨달음이 있다. 타인에게 내 생각을 기준으로 무엇인가를 기대하면 안된다. 산에서 믿을건 나뿐이다. 아하하. 어찌되었던 잊을 수 없는 인생에서 제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외롭고 힘든 하룻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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