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가족
인간에 대한 기대를 아예 내려놓고 살면
뱃속이 편하다.
좋게 생각하려는 것도
솔직히 그냥 내가 덜 힘들려고 애쓰는 거다.
그게 내 가족이든, 남의 가족이든.
가끔은 내 가족도 내 속을 뒤집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자주, 남의 가족이
내 속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을 때가 있다.
문제는 남이 속을 뒤집으면
그 데미지가 오래간다는 거다.
아득바득 말로 기싸움하는 건
유치하고 볼품없어 보여서
입 꾹 다물고 참으려고 했는데,
‘하... 나... 또 발끈하네?’
인지하긴 했지만
억울함이 묻어난 말들이 결국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결혼한 지 벌써 10년.
이제는 좀 무던해질 만도 한데,
그 반복적인 말에 아직도 똑같이 반응하는 내가
솔직히 좀 실망스럽다.
특히 '우리 집 귀한 자식'이라는 말은
나의 발작버튼이다.
나도요. 나도 진짜 귀하게 자랐어요.
그 말을 그냥 넘기면 우리 부모님한테 미안해서 인지
그렇게 자라 놓고 이 꼴로 살고 있는 내가 처량해서 그런 건지.
뭔지는 알 것 같으면서도 정확히는 모르겠는
그런 포인트.
왜 아직도 이렇게 미숙한 건지. 왜 여전히 당황하고, 왜 똑 부러지게 치고 빠지는 경지가 안 되는 건지.
자존심 상한다.
드라마에서처럼 내공 쌓인 여인처럼 굴고 싶은데.
분명 좋은 감정이 있고
좋게 보려고 애쓰는 관계인데,
가끔 너무 일방적인 노력이라는 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럼 결국 또 상처받게 된다.
역시 자주 보지 않아야 더 사랑스러운 관계가 있다.
반복되는 말, 의도 없는 듯한 독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무례함,
"나는 옳고 너는 틀려"가 기본값인 태도.
그걸 들을 때마다 정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내 의견을 슬쩍 흘리는 나의 경솔함.
집에 돌아오는 길엔
내가 했던 말이 떠오르면서 내가 더 싫어진다.
하고 나서 시원해지지도 않을 말.
무식한 소리에 무식하게 반응했던 내 무식함이여...
웃기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그냥 유치하다.
이불 좀 걷어차다가 자야겠다.
다음엔 꼭
‘내가 아까 한 말’을 떠올리지 않는 밤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