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미뤄온 날들의 반복

‘앞으로’만 말하며 ‘언젠가’를 믿으며

by 아밀

내가 눈을 세모나게 뜨면, 애는 꼭 말한다.

“앞으로 잘할게요.”

이 말 들을 때마다 왜 그렇게 거슬리는지 모르겠다.

귀엽지도 않고, 기특하지도 않고.

그냥 짜증부터 난다.

그래서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말들.

“앞으로 말고, 지금 잘해.”

“당장 해. 앞으로는 없어.”


계획만 세우고, 다짐만 반복하다

오늘을 제대로 살지 못한 바보.

그게 바로 나라서 그 말에 그렇게 예민한 것 같다.

‘앞으로’만 말하며 ‘언젠가’를 믿으며

현재를 미뤄온 날들의 반복.

이제는 아이가 내 삶을 복사해서 살아갈까 봐 겁이 나나 보다.

그래서 더 조급해지고, 더 예민해진다.


모르는 게 아니다.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살아가면

아이도 언젠가 그렇게 살아갈 거라는 걸.

지금을 활기차게 사는 내가

결국 아이의 밑그림이 된다는 걸.

그런데 지금의 나는 매일이 바쁘기만 한데도

이상할 만큼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체력은 다 쓰고, 몸은 늘어지고, 멍해진 채

‘내일은’이라는 말에 인생을 맡기고 하루를 넘긴다.

요즘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그래, 무기력도 습관이다.


이루고 싶은 것도 있고,

언젠가 해보고 싶은 것도 있었는데,

아무 발전 없이 활기를 잃은 하루들이

그냥 흘러가고 있다.

그저 아이의 학습과 스케줄들 그리고 성장에

모든 에너지가 집중돼 있고,

나 자신을 위한 노력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중이다.


이럴 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언니를 만나야 한다.

그 언니는 애도 참 모범적으로 잘 키우면서

자기 일도 하고, 돈도 벌고,

틈만 나면 뭘 배우고,

해보고 싶은 건 일단 해본다.

물론 모든 시도가 늘 멋지고 세련된 건 아니다.

가끔은 고생을 사서 하는 것 같고,

헛수고와 해프닝도 넘쳐난다.

그래도 그녀에게는 늘 에너지가 있다.


돈이 엄청나게 많아서 늘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움직인다. 이거다 싶으면 해 본다.

아니다 싶으면 다른 것도 해 본다.


아이를 키우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교육법, 아이를 위한 환경,

정보 수집, 작은 변화들.

지금 당장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일단 시도해 본다.


그래서 그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내 안에도 생기가 한 스푼 올라앉는 기분이 든다.


맞다. 가끔은 유난스럽게라도 살아야 한다.

뭐라도 해보는 사람은 실패와 성공이 쌓여

결국 인생에 자신감이 생긴다.


상황을 탓하기 전에

나도 이제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보다 작은 실천 하나.

지금은 그게 정말 중요하다.


그 언니 부모님을 보면,

나이 들어서도 배우고, 시도하고, 움직이신다.

대단한 성공이 없어도

삶이 여전히 살아 있고, 흐르고 있다.

그런 노년의 모습들이 참 부럽다.


은퇴하고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소파에 붙은 채 뉴스만 보다가

하루가 끝나는 삶.

나는 정말,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지금도 이렇게 조용한데,

나중엔 더 조용해질 거라고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부터라도

내 안에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발산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다짐한다.

살아 있는 사람처럼 살려면

당장 뭐라도 해봐야 한다.

이러다 마흔이 오고, 오십이 되고,

진짜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게

가장 무서운 시나리오다.


그러니까 이제,

유난스럽게라도 살아보려고.

실패해도 좋으니까 뭐든 부딪쳐볼 거다.

머릿속에 떠오른 그거부터.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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