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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비 Feb 04. 2021

고무인형

1

키우던 고양이가 고무인형이 되었다.


 조각가 M은 수개월이 지난 후에야 알아차렸다. 사료는 오늘 아침 출근하기  채워 준 것뿐이 없었다. 까끌까끌한 실리콘 질감의 어색한  무늬를 만지며 조각가 M 떠올렸다. 얼마 전 이혼한 아내 E를. 아내 E는 곰팡이가  화장실 바닥에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지 않는 조각가 M을 싫어했다. 조각가 M이 녹물이 흐른 화장실 바닥에 머리 말리는 수건을 깔고 맨발로  위에 서있을 때, 아내 E는 이혼을 말했다. M은 대답 없이 거울에 얼굴을 비추며 턱수염을 마저 다듬었다. 지난 2년간의 바람 때문이었는지 수건 때문이었는지 M 알지 못했다. 둘째 딸 Y 속옷 빨래는 집으로 들고 오면서 다른 옷들은  여자 집에서 빨래하기 때문이라고 했으며, 첫째 딸 N은 그냥 네가 개새끼이기 때문이라 그랬다. 조각가 M은 억울했다. 동시에  딸들이 괘씸하다고 생각했다. 아내 E와의 화해를 돕지 않는  딸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M 딸들에게 뭐라고   없었다.
 10  조각가 M은 첫째 딸 N에게 낯선 여자의 자위 영상을 들켰다. 평소 자주 컴퓨터를 고장 내던 첫째 딸에게 필요 없는 파일을 지우는 방법을 알려주다가 실수로 보여줘 버린 것이다. N 처음에는 바이러스로 인해 받아진 뜬금없는 야동이라 생각했다. 조각가 M도 그렇게 해명했다. 하지만 지금의 N 자신의 아빠가 낯선 사람과 채팅을 하다가 영상을 교환한 것이라는 것을 안다. 2 전에는 둘째 딸 Y에게 애인과 폰섹스를 하는 것을 들켰다. 출근  샤워하면서  속삭이는 신음소리에 둘째 딸은 아빠가 화장실에서 쓰러진  알고 자다가 뛰쳐나왔다. 그렇게 들킨 것이다.  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사실을 엄마인 아내 E에게 알리지 않았다. 다만 얼굴을 가리고 우는 엄마를 위로하며 아빠는 개새끼라고 말했다.
N 조각가 M의 잔소리가 듣기 싫을 때면 당신이 얼마나 개새끼인지 상기시켜주곤 했다. N 그런 딸이었다. 죄 없는 자만이 N에게 돌을 던질  있었다. 둘은 자주 통화했지만 대부분 조각가 M의 사과로 끝났다.
 
 여느 때와 같이 조각가 M 첫째 딸 N 통화하던 어느 날, N 자신의  창문 , 바로 내다 보이는 낮은 담벼락에 고양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말했다. 조각가 M 검은 고양이라면 돌을 던져 쫓아내야 한다 그랬다. 그러면서 아내 E가 연애시절 키우던 고양이의 똥냄새에 대해  하기 시작했다. 첫째 딸 N은 일단 들어 보라며 자신이 잠시 맡아 키우는 늙은 강아지 얘기를 했다. 첫째 딸 N 고양이가 방충망을 뚫고  안에 들어와 강아지의 눈이 찢어지거나 고양이가 물려 죽을 상황이 두려웠다. 그렇게 조각가 M이 정말로 오랜만에 자신의 생일이나 N 생일이 아닌 날에 N 집에 초대된 것이다. 사실 조각가 M의 직업은 조각가와 상관없다. 조각가 M이 그의 내연녀와 만난 곳이 도자기 공방이었고  공방에서 도자기에 조각을 새겨놓기 시작했기 때문에 조각가 M인 것이다. 그의 진짜 직업은 흡연부스를 만들거나 버스 정류장을 만드는 , 간이 벽과 어닝 작업으로 작은 공간을 만들어 주는 기사이다. N 그의 아빠를 불러 창문에 작은 틀을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 조각가 M은 N집의 창문 폭을 재고 N 시킨 자장면을 먹기 시작했다. M 사실 검은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둘째 딸 Y 중학교를 졸업하고 Y 좋아하는 오징어 먹물 파스타를 먹으러 갔을 때도 M 손도 대지 않았다. 검은 음식은 혐오식품이었다. 그렇지만 방금 N이 비닐을 벗겨준 짜장면은 먹었다.
  N 말했던 것처럼 정말로 밖에서 고양이 소리가 났다. 처음에는 그냥 야옹야옹 소리였지만 조금 지나니 날카로운 괭이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N 저런 소리는 들은 적이 없다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검은 목장갑을  시커먼 남자가 고양이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작고 오렌지 빛이 도는 고양이는 검은 장갑으로 누르는 손을 할퀴려고 허공에 발을 휘두르고 있었다. N 뭐하는 짓이냐며 내버려 두라고 소리쳤다. 검은 사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양이를 두고 떠나갔다. 고양이는 검은 사내의 뒷모습에 하악질을 하며 오렌지색 꼬리를 부풀렸다. N 집에서 강아지 사료를 한주먹 꺼내와 담벼락 위에 놔줬다. 까드득까드득 고양이가 사료 먹는 소리가 났다. 평화로워 보였다. 조각가 M 첫째 딸 N 잠시 고양이를 바라보다 다시 짜장면을 먹으러 돌아왔다. 젓가락을 들자마자 다시 날카로운 괭이 소리가 났다. 아니나 다를까 아까의  검은 사내가 다시 고양이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N 검은 목장갑의 사내의 손목을 세게 여러 번 때렸다. M 고양이를 사내의 손에서 빼앗아 들었다. 검은 사내는 고양이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당신들이 누군지 고양이가 어떻게 되던지 상관없다 그랬다. 다만 고양이가 다시 눈에 띈다면  노란 괭이도  창문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 으름장을 놓았다. 오렌지색 고양이는 그렇게 조각가 M 데려가게 되었다.

자신의 집으로 가는 트럭 옆자리에서 고양이는 안절 벨트의 쇠에 자신을 이리저리 비추어 보았다. 고양이는 너무 작았다. 둘째 딸 Y 찰흙으로 만들어 주었던 머그컵 보다도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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