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Essay] 과일, 사과(Apple)
최근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라는 드라마를 챙겨본다. 요즘 채널을 돌리면 여기저기 자극적인 소재와 이야기가 난무하는데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가 퍽 재미있다. 이종석, 이나영 두 배우의 캐미도 좋고, 출판사가 배경이라 책에 대한 이야기,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좋다. 대사가 콕콕 가슴에 박혀서 찾아봤더니 tvN 로맨스가 필요해 이정효 감독, 정현정 작가가 다시 호흡 맞춘 작품이었다.
2부에서 경력단절 여성 강단이(이나영)가 재취업 심층면접을 위한 면접지원 앙케이트라는 명목으로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는 주제에 본인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이 나온다. 가정이 생기고 자식이 생기면서 어느 순간 자신보다 가족이 먼저였고 희생했던 우리네 어머니들에게 하는 말 같았달까. (물론 아버지들이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더럽고 치사한 꼴을 몇십 년 겪으며 일한 아빠에 대한 고마움이 제일 컸었으니까...)
강단이에게
너와 벌써 함께한 지 37년이나 흘렀어.
그런데 나는 아직 너를 잘 몰라.
그래서 너를 지금부터 알아가 보려고 해.
그동안 많이 애썼어 단이야.
업신여겨서 미안하고,
함부로 취급해서 미안해.
그리고 주눅 들게 해서 미안해.
너무 부려먹어서 정말 미안해.
힘들었을 거야.
울고 싶었을 거고,
그래도 웃으면서 잘 견뎠어,
정말 고생했어 단이야.
그러니까 이제부터 행복하게 살아봐.
어제는 잊어버리고 오늘을 살아.
날마다 앞만 보며 살아.
네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좋아하는 게 뭔지 다시 찾아봐.
꼭 그렇게 해 강단이!
다시 한번 파이팅! 지지 않고 파이팅!
끝까지 파이팅.
나이가 들면서 주름만 늘어나는 줄 알았는데 주어지는 역할도 많아지더라. 역할에 따라 불리는 이름도 다르고 수행해야 하는 미션도 많다. 그리고 그 역할의 무게감은 어릴 때 그것보다 훨씬 무겁다.
매 순간 모자를 바꿔 써가며 역할에 충실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젖어들 때가 많다. 정규과정을 밟아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해 직장에 다니면서 주어진 일을 완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행복한가?라는 물음에는 선뜻 답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리고 생각한다. 어쩌면 나에 대해 가장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나 일지도 모른다고.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른 채 미래에 대한 걱정만 한 가득이다. 이립의 절반을 달려온 친구들을 만나면 나누는 대화의 소재가 비슷하다.
그러한 우리들의 고민에서 시작된 첫 프로젝트가 바로 '식품맛:케터의 맛: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매거진 발행이다. 항상 내게는 특별함이 없다고 생각했다. 식품제조사 10년 차 마케터. 그런데 관점을 다르게 생각해보니 우리가 꾸준히 축적한 식품회사에서의 경력이 우리의 공통점이자 우리의 경쟁력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
감정과 음식은 함께 소비되고, 우리는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자기 전까지 쉴 새 없이 입을 움직이고 무언가를 먹는다. 식품회사에 근무하는 우리는 누구보다 많이, 그리고 자주, 먹는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서 일로 겪었던 식품은 물론 일상에서 식생활과 관련된 원재료, 음식 등을 소재삼아 소소한 이야기부터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와 고민을 이 곳에 하나씩 풀어가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잘하는 게 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좋아하는 게 뭔지 고민 많은 청춘들이 답을 찾게 되지 않을까?
"키묘, 지금까지 너에 대해 진중하게 고민해보지 못해 미안해. 생각만하고 실천하지 못해서 미안해. 사과할게. 지금부터라도 지지 않고 꾸준하게 해보자. 끝까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