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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진리 Feb 14. 2021

으른들의 짙고 농염한 연애
<도시남녀의 사랑법> 리뷰

드라마 리뷰 | 카카오TV <도시남녀의 사랑법> (2020)

* 지극히 주관적인, 오로지 제 시선에서만 바라본 리뷰입니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복잡한 도시 속 내 안에 또 다른 나를 품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춘들의 리얼 연애담


    웹드라마라고 해서 유치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10대를 타깃으로 한 학원물 위주의 웹드라마 속에서 드디어! 2030대 여성을 위한 으른들의 짙은 연애를 담은 웹드라마가 나왔다. 흥행작을 여럿 두고 있는 스타파워가 강한 주연 배우들, <질투의 화신>, <싸이코지만 괜찮아> 등 센스 있는 연출의 일인자 박신우 감독, 그리고 <로맨스가 필요해>, <연애의 발견> 등 멜로의 귀재 정현정 작가가 만나 웬만한 방송국 드라마 못지않은 퀄리티의 미드폼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그동안 말도 안 나오는 유치한 대사와 밑도 끝도 없는 화장품 PPL 때문에 웹드라마와 거리를 두었던 2030 시청자라면, 이 드라마를 추천한다. 웹드라마에 갖고 있던 부정적인 편견을 깨뜨리고, TV에선 다룰 수 없었던 농염한 연애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참신한 '페이크 다큐' 콘셉트


    <도시남녀의 사랑법>은 페이크 다큐를 모방한다. 드라마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PD의 목소리, 카메라와 눈을 맞추고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인터뷰, 질문을 적은 자막,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통한 실험자들끼리의 소통 등 드라마의 이야기를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특히 PD의 내레이션을 통해 기획 의도를 전달하는 1회 오프닝은 정말 페이크 다큐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느 날 우리는 도시남녀의 연애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몇 명의 도시남녀들을 따라다니기로 했습니다."


오프닝마저도 박신우 감독의 센스 있는 연출이 돋보인다

 

    웹드라마 같이 러닝타임이 짧은 드라마는 등장인물의 행동만으로 모든 것을 전달하기 힘들다. 따라서 부차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내레이션이 자주 활용된다. 그런데 내레이션을 인터뷰 형식으로 대체하여 페이크 다큐 콘셉트를 실감나게 살렸을 뿐만 아니라 다른 웹드라마와의 차별점도 만들어냈다. 특히 인터뷰 형식은 미드폼 드라마에서만 할 수 있는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60분 이상의 러닝타임인 일반 드라마가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다면, 인물의 말이 너무 많아서 피곤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단순히 캐릭터가 특정한 순간에 느꼈던 감정만 내레이션으로 읊는 게 아니라 인터넷 방송을 통해 다른 인물과 대화를 주고받기 때문에 실존 인물인 것 같아 몰입감도 더욱 높여준다. 자신의 감정을 말할 때의 표정과 몸짓은 주변 사람의 연애 고민을 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의 지난 연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공간의 구분에 따른 변화


    이 드라마는 양양과 서울, 두 장소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서울에서 살고 있는 박재원(지창욱)은 휴가를 맞아 양양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은오(김지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룻밤을 함께 보내며 깊어진 사랑은 하객이 없는 결혼식까지 올릴 정도로 진심이 된다. 그러나 재원에게 갑자기 해결해야 할 일이 생기고, 재원은 급하게 서울로 돌아간다. 연락할 수단이 없는 은오와 '청계천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지만 은오는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고, 그렇게 둘은 헤어진다.


    양양과 서울이라는 공간의 구분을 통해 캐릭터와 이야기에 변화가 생긴다. 특히 여자 주인공 은오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이전 연애에서 큰 상처를 받은 은오는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양양에서 '윤선아'라는 다른 이름, 다른 사람으로 살아간다. 무섭고 두려운 게 많은 서울에서의 '이은오'를 버리고, 양양에서 지낼 때만큼은 순간의 행복을 좇아 두려움을 극복하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가상의 인물 '윤선아'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재원은 그런 '윤선아'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러나 서울에서의 '이은오'는 윤선아와는 정반대다. 이제 막 창업을 해 변변한 사무실조차도 없는 마케터이고, 생계를 걱정하느라 낭만적인 연애는 꿈꿀 수도 없는 인물이다. 은오의 두 가지 모습을 공간의 구분을 통해 보여준다.


    양양과 서울로 인해 변화하는 또 다른 한 가지는 바로 '두 사람의 연애'다. 양양에서의 두 사람은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연인 그 자체다. 바닷소리가 들리는 캠핑카에서 함께 눈을 뜨고, 파도를 느끼며 서핑보드에 올라타고, 쏟아지는 별빛 아래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모두가 한 번쯤 꿈꿔봤을 그런 연애.



    그러나 서울에서의 두 사람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서로의 지난 행동 때문에 받은 상처와 오해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양양에서 두 사람의 연애가 핑크빛이었다면, 서울에서는 어두컴컴하다. 공간과 함께 바뀌는 여러 요소들이 이 드라마의 시청 포인트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메인 커플에 비해 밋밋한 서브 커플


    아름다운 휴양지 속에서 펼쳐지는 찐 으른들의 연애, 공감을 일으키는 현실적인 대사들, 귀를 사로잡는 독특한 배경음악. <도시남녀의 사랑법>만의 색깔이 느껴지는 요소들이 많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바로 서브 커플이 밋밋하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는 두 쌍의 서브 커플이 등장한다. 약 10년째 연애를 하고 있는 최경준(김민석)♥서린이(소주연) 커플, 원나잇으로 시작해 이별까지 겪은 강건(류경수)♥오선영(한지은) 커플이다.



    우연한 첫 만남부터 짜릿했던 첫날밤, 비밀스러웠던 둘만의 결혼식, 갑작스러운 이별, 눈물로 얼룩진 재회 등 다채로운 플롯을 담고 있는 메인 커플과 달리 서브 커플은 단조롭다. 그들이 어떻게 만나 사랑에 빠졌는지 현재보다는 과거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메인 커플의 연애 이야기를 들으며 추임새를 넣어주는 역할에 주로 활용되기 때문에 그들이 현재 처한 갈등이나 그들만의 뚜렷한 연애 가치관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하나의 사안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취하기는 한다. 예를 들면 '원나잇'이라는 주제에 대해 누군가는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하는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생각과 대사에서 그칠 뿐, 이러한 가치관이 행동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서브 커플이 연애에 대해 더 뚜렷하고 다양한 가치관을 갖고 있고, 그로 인해 현재 서브 커플들의 상황에 위기가 발생했다면 시청자와 더 많은 연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


    Cf) '캐릭터를 통해 다양한 가치관을 담는다'는 말을 할 때마다 <산후조리원>이 떠오른다. '엄마'에 대해 다 다른 기준을 갖고 있는 캐릭터들을 통해 엄마의 역할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오현진(엄지원)은 '엄마로서의 나'와 '직장인으로서의 나', 그리고 '오현진으로서의 나'를 고민하는 인물이고, 산후조리원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조은정(사랑이 엄마, 박하선)은 '사회가 요구하는 엄마'가 되고 싶어 하고, 20대 엄마 이루다(요미 엄마, 최리)는 그 무엇보다도 '이루다로서의 나'가 제일 중요하다. 이처럼 다 다른 입장을 대변한 캐릭터들은 '엄마'라는 이름을 다시금 생각해볼 계기를 주었다.

        → <산후조리원> 리뷰가 궁금하다면? "엄마라는 이름에 대하여" (https://brunch.co.kr/@hello-leeview/1)







    2030을 노린 로맨스 웹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처럼 웹드라마에도 더 다양한 시도가 일어났으면 좋겠다! 짧은 시간에 빠르게 보기 좋지만, 어른에게도 울림을 주는 깊이 있는 미드폼 드라마 같이 더 다양한 형식의 드라마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카카오tv <도시남녀의 사랑법>
2020.12.22
제작사 카카오엠, 글앤그림 / 연출 박신우 / 극본 정현정, 정다연

* 넷플릭스와 카카오tv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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