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이만 퇴근해 보겠습니다.

나의 퇴근 동지는 '부러움과 얄미움, 측은함과 무관심'이다.

by 지와은


눈치와 함께 퇴근한 지, 벌써 9개월 차.

7 to 4,

아침형 노동자로 살고 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했을 때,
돌아간 자리는 원래 내 자리가 아니었다.


“자리 걱정은 마” 팀장님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한데,
반년 만의 복귀를 맞아준 건
팀이동 제안(이미 결정된)이었다.


이유는
새로운 팀에서 ‘나를 원한다’는 것.

하지만 냉정한 팩트는
“나는 1등 팀에서 3등 팀으로 간다.”



문득, 휴직 전
남편이 툭 던졌던 말이 떠올랐다.

“너 자리,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도 있어.
그냥 알아만 둬.”

그땐 뭐래 하고 넘겼는데...


남편은 가끔 이상하게 촉이 좋다.

“어떻게 알았어? 나 진짜 팀 옮긴대.”
“…원래 그런 거지 뭐.”



그런데, 의외로 별로 상관없었다.

회사에 나는
돈 벌러 다니는 거지, 자리 지키러 다니는 건 아니니까.


그때 내가 한층 성숙해진 걸 느꼈다.

예전 같았으면 노발대발하면서
“이게 말이 돼?”, “불합리해!” 같은 불만이
펑펑 터져 나왔을 상황인데...


그때의 나는
복직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감사했고,
월급을 줄 수 있는 회사가 있다는 사실에
왠지 모르게 사랑이 느껴졌다.


이게 엄마의 강인함일까?

강인함 보다는 지독함에 가까울지도..



4개월 된 핏덩이를 집에 두고 출근했다.

첫 3개월은 2시간 육아기 단축근무를 썼다.
육아하는 근로자의 근무 시간을 줄이는 제도다.

8시에 출근해서 3시에 퇴근.
월급도 그만큼 덜 받는 구조라
"그래, 이 정도면 칼퇴 가능하겠지" 싶었다.


근데 웬걸…


일이 줄 줄 알았는데,
전혀.

일은 그대로인데, 퇴근은 빨라지니
매일 찝찝한 마음으로 회사를 나섰다.



빠르면 3시 반 퇴근.
늦으면 5시 퇴근.


그렇게 매주,
한 뭉탱이씩 사라지는 내 월급을 보며
눈물이 찔끔 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단축근무 안 썼지…”

남편은 말했다.
“그래도 회사에서 제일 빨리 퇴근할 수 있는 무기인데,
그걸 아까워하지는 말자.”

...그 말도 맞긴 하다.



아냐 돈 아까워서 안돼.
4개월 차부터는 1시간 단축근무로 전환하여
4시에 퇴근하기로 했다.


그런데
4시에 퇴근은 쉬운가? 어림없지..

그렇게 점심시간에도 일을 하기 시작했다.

부족하면 다음 날 출근 시간을 더 당겼다.

(종종 6시 반 출근도 있었던 것 같다.)


누가 보면 일에 진심인 줄 알겠지만,

그보단 시간과 돈이 아까웠던 것뿐.



그렇게 4개월이 흘렀고, 봄이 왔다.

우리 집 핏덩이도
이제 어린이집에 갈 수 있는 때가 되었다.

그동안은 친정엄마가 아기를 돌봐주셨다.

힘드실까 봐,
단 한 시간이라도 일찍 퇴근하고 싶었고

그 마음으로 단축근무를 했던 건데,
이제는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게 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4월, 나는 근무 형태를

'아침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으로 바꿨다.
정식으로 풀타임으로 복귀한 것이다.

그런데도

내가 4시에 가방을 드는 걸 보며
“아직도 단축근무야?”
하는 표정들이 종종 볼 수 있었다.


남들 다 야근할 때
칼 같이 퇴근하는 사람.

그게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을 거다.

싫어하진 않았을 수 있지만,
좋아했을 리도 없다.



지난 7개월간 단축근무를 하며 줄어든 월급.
그리고,
당연히 쓸 수 있는 제도를 썼다는 이유로
연말 평가 피드백에서 들었던 이야기.

(이건 나중에 좀 더 자세히 풀어볼 생각이다.)


그 모든 걸 떠올려보면,
그때 칼같이 퇴근하지 못했던 나 자신에게 주는 벌(?)로,
앞으로는 나에게
‘웬만하면 칼퇴 미션’을 주기로 했다.


눈 감아. 귀 닫아. 그리고, 내일 열심히 일해.








까먹지 말자, 앞으로 더 얘기할 것

- 빠른 적응을 위한 마인드셋

- 복직 후 첫 연말평가

- 조기출퇴근러의 캘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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