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기 단축근무 후기
“와, 육아휴직 끝나고
단축근무도 할 수 있어요? 좋다!”
“아니...
단축근무하면 월급도 줄어요...”
10명 중 9.5명은
그냥 해맑게 부러워만 했다.
회사엔
육아기 단축근무를 써본 사람도 없고,
아이 낳고 복직한 선배도 드물었다.
그러니
내가 느낀 감정을
공감해줄 사람도,
조언해줄 사람도 없었다.
2시간 단축근무 = 2시간치 급여 삭감
*나라에서 어느정도 지원비가 나오긴하지만 비율도 정해져 있고, 상한선이 있어서 절대 100% 커버되지 않는다.
“일 덜 해? 개꿀이네~”
툭툭 던지는 말에
가시가 잔뜩 박혀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보고 있을까.
게다가
인사팀은 새 팀의 팀장님께
급여 차감 얘길 따로 하지 않았고,
팀장님도 나에게 묻지 않았다.
나도 굳이..하며 눈치만 보다가
데면데면하게 단축근무가 시작됐다.
고대하던 8시 출근 - 3시 퇴근.
단축근무 첫 날, 모든 긍정회로가 깨졌다.
직원 하나 단축근무 쓴다고
팀 내 업무가 줄어들 리가 없었다.
기대 퍼포먼스는
출산 전의 '나'보다 더 높아졌고,
단축근무로 줄어든 6시간은
그 성과를 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물론,
좀 일찍 퇴근한다고 뭐라 하진 않았다.
가는건 가는거고 성과는 성과니까.
그래서 선택한 루틴은
점심시간에도 일하고,
좀 일찍 출근하고,
좀 늦게 퇴근하기.
어느 날, 퇴근길에 문득 생각났다.
"나 돈도 덜 받는데,
왜 8시간은 거뜬히 일하는 거 같지?"
투덜대는 나를 보며
남편이 한마디 했다.
“넌 대신 눈치 안 보고
남들보다 빨리 퇴근하잖아.”
맞지. 맞는 말이지.
나는 8시에 와서
3시에 당당하게 퇴근할 권리가 있었다.
근데 그 권리를 칼같이 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렇게 3개월을 보냈다.
어느샌가 7시 출근이 고정되어 버려서
4개월차 부턴 단축근무 시간도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여버렸다.
점심은 여전히 먹지 못했다.
회사에서 주는
선식과 에너지바로 끼니를 때우며
3시 퇴근을 향해 달렸다.
사람들은 점심 못 먹는걸 안타까워 했지만
그건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전에 올라온 텐션도 이어갈 수 있었고,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라 업무도 잘 됐다.
외식비도 줄었고,
불필요한 커피값도 안 나갔다.
가끔은 혼자 산책하거나
홈캠으로 아기 노는 것도 구경했다.
첫 3개월은
그저 억울함에 가려 휘리릭 보냈다면,
그 다음 4개월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1시간치 시급을 내고
일하는 법을 다시 배웠고,
사람 없는 아침과 점심시간을
내 시간처럼 잘 써먹었다.
그래서 그런가.
퇴근시간이 더 빨리 오는 듯 했고,
내일 보자는 퇴근길 인사가 당당해졌다.
그리고 마지막 달이 되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얼른 단축근무 끝내고
월급 100% 받고 싶다.”
7개월의 단축근무를 끝내고
정상 근무를 시작했다.
그런데
업무 시간은 거의 비슷했다.
회사에서 내 이미지도 생겼다.
가장 먼저 오고, 가장 먼저 퇴근하는 사람.
그리고
짧고 굵게, 똑 부러지게 일하고 가는 사람.
만약
억울함이 극에 달했던 초기에
단축근무를 철회했다면,
나는 아직도
‘오래 일하는 법’만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나의 7개월은
수련의 시간이었다.
주어진 시간 안에 하루를 설계하는 법,
오전과 오후의 리듬을 나누는 법,
짧은 시간 안에서도 협업하는 법.
나는 그걸
하루 1~2시간의 비용을 내며 배운 것이다.
육아기 단축근무를 고민하는 누군가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단축근무의 진짜 힘은
단축을 끝냈을 때 드러납니다.
조금 아까워도
흔들리지 말고,
꼭 나의 시간으로 바꾸세요.
그 시간이 끝났을 때,
당신은 훨씬 성장해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