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후 첫 인사 평가, 워킹맘은 씁쓸하구나
복직 4개월 만에
연말 회고 시즌이 찾아왔다.
출산휴가 전 어떻게 일했는지도 가물가물하고
복직과 동시에 팀까지 바뀌었으니,
전 팀에서의 성과까지 챙기는 건 과욕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을 비웠다.
'그래, 올해는 복직에 의의를 두는거야.'
회고 작성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복직한 뒤에 한 일들에 중점을 둬서
기억도 생생했고, 내용도 심플했다.
성과에 대한 리뷰와 함께
“주어진 시간에 몰입했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회고로 충분한 내용이었다.
복직 후 이 팀에서 근무한 기간은 짧아도
평균은 되지 않을까 싶었다.
'B등급(=기대만큼 일을 했음)이면 만족하자.'
그런데 문제는 그 뒤에 생겼다.
회고 작성은 12월, 인사 평가는 3월이라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다.
1월부터 업무 범위가 넓어졌고,
2월부터 중요한 R&R까지 맡게 됐다.
욕심이 안 날 수 없었다.
그 3개월, 정말 열심히 몰입했다.
인사 평가 날.
팀장과 자주 이야기하는 편인데도
그날은 분위기가 달랐다.
“에이미, 수고 많았어요.
회고 내용이 꽤 자신감 있더라고요.”
“네, 열심히 했으니까요.”
(전 팀장님 왈,
너를 어필할 수 있는 건 너 뿐이야
그러니 항상 자신감을 가져야 된다.)
“에이미가 우리 팀에 와줘서 든든했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나는 듣고 싶은 말이 나올 때까지
조용히 귀를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꽤 높은 점수를 받았어요. A등급.
보통 평균은 B니까, 중간 합류한 멤버로선 쉽지 않은데
엄청 잘 한거에요.”
거기까지만 했으면 딱 좋았을 것 같다.
“이건 저나 조직장님께 감사하란 건 아닌데요.
사실 인사팀에서 평과 결과를 재고하라고 했었어요.”
……?
내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에이미는 중간 합류자였고,
1년간 풀타임 근무한 직원들보다 덜 일했는데
A를 줘도 되냐고 했거든요.”
참고 있던 말들이
결국 목구멍을 뚫고 올라왔다.
“저,
재작년 상반기엔 우수 퍼포먼스 인센티브도 받았고요.
하반기엔 매출 견인에도 큰 역할을 했어요.
하지만 임신하면서 단축근무, 재택근무로 배려받았기에
작년 인사평가는 스스로도 많이 내려놨었습니다.
그래서 출산휴가, 육아휴직 포함 6개월도 안 쉬고
빨리 돌아와서 최선을 다했어요."
얼굴이 빨개지도록 핏대를 세워본게 얼마만인가.
"중간 합류? 근무 기간?
그럼 만근한 사람이
더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나요?
전 단축근무를 신청했지만,
급여 차감을 하면서도
매일 점심도 거르고 8시간 이상 일했어요.
이런 것도 인사팀에선 알고 있나요?”
불감자가 된 나를 보며
당황한 팀장님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아.. 에이미가 열심히 일한 거
저랑 조직장님은 정말 잘 알아요.
그래서 이 평가 등급을 고집했고, 결국 지켜냈습니다.”
나는 정말 울컥했다.
이건 감동도 고마움도 아니었다.
회사에 대한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팀장님은
좋은 평가를 지켜냈다며, 기뻐하라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이 회사의 시스템과 인사 기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여기서 오래 다닐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내면 깊숙한 곳에서 조용히 자라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