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툴킷 들고 혼자 삽질한 3주간의 기록
[감정툴킷]
처음엔 그냥 내 일상에 도움이 되는 작은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라고 하기엔 거창하고,
그냥 복잡한 나를 위한 툴 같은 존재였다.
‘나만의 감정을 정리하는 도구’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길래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졌다.
이 내용을 유튜브나 SNS로 공유하고,
좋다는 사람들이 생기면,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내 회사생활을 청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심도 생겼다.
그리하여 툴킷을 사람들에게 알리기로 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브런치에 후기 겸 소개 글을 쓰는 것이었다.
“나는 워킹맘이고, 힘들었지만, 이걸로 버텨냈어.
너희도 필요하면 꼭 해봐.”
호기롭게 저장 버튼을 누르고, 다음 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혹시 광고처럼 느껴졌을까?
나도 누군가의 글이 광고처럼 느껴지면 괜히 정 떨어지던데...
내 글도 그랬을지 모른다.
그래서 다음으로 선택한 건 SNS.
생전 하지도 않던 인스타그램과 스레드에 가입해서
팔로우, 하트, 댓글 —
일주일 동안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었다.
그렇게 생긴 팔로워는 28명.
툴킷에 안 좋은 이미지가 생길까 봐
자극적인 콘텐츠는 피하고,
투명하고 담백한 방식으로 소통했다.
담백해서일까.
성장은 더뎠다.
그러다 어느 날, 나도 내 얘기를 제대로 해봤다.
“하루가 무너지거나, 내 맘처럼 안 움직여서 답답하다면 알려줘.
내가 감정툴킷 보내줄게.”
큰맘 먹고 오픈한 감정툴킷이었는데,
무응답.
타임라인엔 고민 많은 사람들 글이 쏟아지는데
정작 내 얘기는 공기처럼 스쳐갔다.
주목받는 글들을 보면 대부분
‘내가 성공한 방법’
‘○○한 사람들의 공통점’
‘무자본 창업으로 월 1000만원 벌기’
이런 자기 어필형 콘텐츠가 대부분이었다.
여기서 내가 더 튀어야 하나?
그 생각이 드니까
의지가 확 꺾였다.
하지만 이쯤에서 모든 걸 포기하고
다시 회사에 집중하자고 마음 돌렸다면,
나는 나 자신에게 실망했을 거다.
그리고 몇 년 뒤,
또 후회했겠지.
‘그때 좀 더 해볼걸’ 하면서.
그래서 그 다음으로 뉴스레터를 써봤다.
직접 툴킷을 쓰기 어렵다면,
일단 내 얘기를 읽어만 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무기력 매뉴얼이라는 이름으로
삶에 기운을 잃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루틴과 회복 콘텐츠를 엮어보았다.
그 결과는?
또다시 조용했다.
“나 퇴근! 오늘 뭐 먹지?”
이런 글엔 하트도 달리고, 댓글도 달리는데,
“요즘 멍 때리거나 의욕 없는 친구들 있어?”는
그냥 지나갔다.
진짜로,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내가 방식이 잘못된 걸까?
그냥 조용히, 혼자 애쓰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방향만 틀었을 뿐.
짧고 잦은 실패 속에서 깨달은 게 있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기준과
세상의 반응은 다를 수 있다는 것.
그걸 몸소 겪고 나니,
‘이제 어떤 기준으로 시간을 써야 할까’
‘어떻게 경제적 독립을 시도해야 할까’
막막해졌다.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방향을 잡아야 할지,
꾸준히 할 수 있는 흥미로운 콘텐츠를 파야 할지,
아니면 진짜로 누군가에게 도움 되는 걸 찾아야 할지.
진짜 감이 안왔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다가 문득
10년 넘게 마케터로 일했는데,
이렇게 감을 못 잡은 내가
웃기면서도 한편 짠했다.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났다.
언젠가 이 기록이
내가 나를 인정할 수 있는 성장 스토리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도전과 실패의 기록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