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두 번째 길이라고 생각한 감정툴킷은 아무 일도 일으키지 못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워킹맘의 하루라고 해서
그 삶이 대단히 여유롭진 않았다.
아침 6시 반 출근, 4시 반 퇴근.
5시 반 저녁 준비와 아기와 놀아주기,
7시 반 저녁 식사, 8시 반 아기 재우기,
9시 반 짧은 휴식, 10시 반 취침.
타임라인만 보면 정말 ‘착실한 하루’ 같지만,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밀린 집안일을 하다 보면
아이를 재우고 나오자마자 온몸에 피로가 몰려온다.
‘오늘도 잘 보냈구나’라는 안도감과 동시에
‘내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피로한 하루가 기다리고 있다’는 막막함이 번진다.
부모님 도움도 받고, 야근도 안 하고, 아이도 건강한데
왜 이렇게 나약한 마음이 드는 걸까.
그 이유엔 출산 전과 후로 달라진 나의 일상이 큰 몫을 했다.
포기해야만 하는 것들이 생기면서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진 것처럼 큰 울렁거림이 있었다.
하지만 바쁜 육아 생활 중에
내 감정을 돌아본다는 건 사치였다.
그래서 나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 애쓰며
그저 기계적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이렇게 버티다간 번아웃이 올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고,
아픈 게 제일 싫은 허약 체질에 겁쟁이인 나는
어쩌다 보니 ‘감정툴킷’을 만들었다.
누군가를 위한 것도, 대단한 계획도 아니었다.
그냥 워킹맘으로 씩씩하게 살아가기 위한
나를 위한 작은 실험 같은 거였다.
(감정툴킷에 대한 사용법은 내가 쓴
‘자꾸 무너지는 사람에게 현실적인 팁’ 글을 참고하시라.)
그런데 감정툴킷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마인드컨트롤이 되는 듯했고,
복잡한 삶 속에서 쉽게 쓸 수 있는 단순한 가이드처럼 작용했다.
처음에는 10분 정도 걸려 고민하며 썼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5분만 투자해도 충분했다.
나는 씻기 전 화장실에 앉아 5분 동안 아침 감정을 체크하고,
그날 하루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연습을 했다.
2주가 지났을 땐,
워킹맘으로서 오늘에 만족해하고,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내가 보였다.
이 변화를 나 혼자만 알기엔 아까웠다.
바쁜 엄마들과 직장인, 혼란스러운 사회 속 모두가
이 작은 시도에서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감정툴킷을 어떻게 알릴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안 그래도 바쁜 인생에 새로운 일을 추가하기보다는
이걸 잘 키우는 동시에 워킹맘으로서 독립을 결심했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쓰는
독립적인 사회인을 꿈꿨던 나에게,
지금이 딱 그 기회라고 믿었다.
그렇게 꿈이 생겼고, 사이드 프로젝트는 메인이 되었다.
감정툴킷의 가치를 다시 점검하고,
어떻게 알릴지, 어떻게 배포할지,
그래서 어떻게 사용되었으면 좋겠는지
정리하며 새로운 활동들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계획대로면 1주, 길어도 2주 내엔 반응이 왔어야 하는데,
전혀 아무것도 없었다.
나만의 동화책 속에 갇혀 있던 것처럼
너무나도 조용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인생을 너무 편하게 살았던 걸까.
이 정도 무관심이 있을 수 있다니...
웃긴게, 현실의 쓴 맛을 한 번 맛봤다고
무능력한 나를 고용해주고 잇는 회사에 감사했고,
월급쟁이인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결국 이렇게 독립하지 못하는 걸까?
지금의 나의 브런치는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만의 새 길을 찾아가려는 나’의 기록이다.
하지만 누가 아나? 언젠간 스스로 성공했다고 인정한
아무개의 성장스토리가 될지.
다음 글에서는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이어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