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샘입니다. - 번외
본 17편은 16화를 다시 번외 편으로 써봤습니다.
제가 오쌤이 된 이야기인데요… 아쉬움이 남아 서요
다소 중복되는 부분도 있지만 마음으로 다시 쓴 글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웰컴미술학원에서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처음엔 그저 잠깐, 제대와 복학 사이의 공백을 메우려는 임시방편이었다.
하지만 나도 몰랐다. 내가 그렇게 진심이 될 줄은.
하루하루 학생들을 가르치며, 다시 그렸고, 다시 배웠다.
그림뿐 아니라, 사람을.
내가 “쌤”이 된 건, 아이들이 내게 붙여준 별명이었다.
선생님도 아니고, 교수도 아니고, 그냥 “쌤 ”.
그 말엔 이상한 힘이 있었다.
그 시절, 나는 그 말 하나로 버텼다.
처음에는 말 한마디 꺼내는 것도 서툴렀다.
수업 중 “이건 이렇게 그리는 게 좋아요”라고 말하면서도,
내 말이 애들한테 제대로 닿았는지 혼자 자책했다.
그러다 알게 됐다.
입시는 ‘예술’ 이전에, ‘경험과 전략’이라는 걸.
학생들이 원하는 건 멋진 그림이 아니었다.
“실행 가능한 그림”.
자기 손으로 따라 할 수 있고, 합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그림.
나는 그걸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홈페이지를 열었었고
내가 직접 그린 그림들을 시간대별로 나눠서
학생들이 자습하듯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어떤 학생은 밤 10시에 그걸 보고 따라 그렸고,
어떤 친구는 등굣길 지하철 안에서 내 설명을 반복해서 들었다.
여름방학 땐 ‘예비대학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실전처럼 시험 시간도 맞췄고,
시험날의 긴장감을 줄이기 위해
“이거 그냥 리허설이야”라며 웃으며 시작했지만,
나도 몰래 손이 덜덜 떨렸다.
시험이 끝나고 교실 끝자리에 앉아 학생들 그림을 하나씩 보는데,
어느 한 친구가 내게 물었다.
“샘, 저 잘했어요?”
나는 그 아이 눈을 보며 말했다.
“오우야 정말 잘했다.
결국 해냈구나. 그게 제일 중요해.”
하지만 모든 것이 이상적으로만 흐르진 않았다.
내가 준비한 수업, 내가 설계한 시스템이
다른 강사들에게는 ‘성실한 알바’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원장은 나에게 학원을 맡아보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 말은 신뢰였지만, 동시에 나를 혼자 세우는 말이기도 했다.
그날 이후,
동료들의 눈빛이 조금씩 달라졌다.
신뢰와 질투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부딪힌다.
나는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했고,
결국 학원을 나와야 했다.
지금도 그 학원 앞을 지나면 그 냄새가 난다.
싸구려 연필깎이 냄새,
그리고 오래된 책상에 배인 지우게 가루 냄새.
그게 나를 지탱해 준 시간들이었다.
가르침은 그림보다 더 섬세한 일이다.
사람을 이해하고, 그 눈높이에 맞게 도와주는 일.
그리고 그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과도 닮아 있다.
디자인은 결국,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해결해 주는 일이니까.
글/그림 : 오쌤
※ 이 글은 일기를 바탕으로, 제가 겪은 실제 경험과 기억을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묘사된 상황에는 개인적인 시선과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또 다른 이야기일 수 있음을 이해하며, 이 글이 상처가 아닌, 공감으로 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