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농부가 되기로 결심하다

by 라뮈씨

아마 5년 전이었나 보다. 여러 학교를 다녀서 학번이 여러 개이고, 사주를 볼 줄도 알며,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늘 바쁘던 그 후배를 다시 본 게. 그녀의 이력과 행적은 워낙 특이하고 동분서주해서 관심이 갔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보법으로 세상을 살던 그 후배. 선후배 모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최근에는 주말농장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말로만 들었던 주말농장이 궁금해졌다. 영화 “리틀포레스트”를 보고 완전히 시골 라이프에 사로잡혔던 때였기에 주말농장이라는 단어가 훅 들어와 앉았던 것 같다.




마침 후배네 주말농장이 집에서 멀지 않아서 날을 잡아 방문하기로 약속을 했다. 후배네 주말농장은 부천시 어딘가의 산 중턱에 자리 잡아 다소 서늘했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공기는 참 좋았다. 평지에 있을 줄 알았던 주말농장이 산 중턱에 있는 것도 특이했다. 그 후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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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리니 꽤 너른 땅에 조금은 불규칙하게 보이는 셀(cell)들이 늘어서 있었다. 주말농장의 각 구획은 잘 짜인 셀 같았다. 마치 학교 다닐 때 과학 수업 시간에 보았던 양파 껍질 세포처럼 생겼다. 각 셀마다 작은 팻말이 박혀있고 공통점을 찾아보기 힘들게 다양한 작물이 심겨 있었다. 한편에 있는 커다란 비닐하우스 안에는 농기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농장 주민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널찍한 평상들이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저 새소리, 바람 소리만 들리는 조용하고 푸르른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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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후배는 밀짚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고 익숙한 듯 호미와 물조리개, 농기구 몇 개를 챙겨서 본인 담당의 셀로 들어갔다. 나도 조심조심 그 뒤를 따라갔다.

밖에서 본 불규칙해 보이던 각각의 셀 안에는 그 나름의 세계가 그들만의 질서로 나열되어 있었다. 그저 푸르기만 하던 풍경 안에서 후배는 하나씩, 둘씩 보물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후배는 두 개 심은 양상추 중 하나를 꺾고, 여남은 개씩 있는 각종 쌈 채소 등을 따서 큰 비닐봉지에 한가득 담아 바로 내 차에 실어주었다. 순간 내 마음에 불꽃이 화르르 타올랐다.


"세상에, 내가 먹을 채소를 내가 길러 먹을 수 있다니!”


후배가 하던 주말농장은 겨우 다섯 평 남짓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자라는 작물은 수십 가지쯤은 되는 것 같았다. 이른바 ‘다품종 소량 생산'이 이것인가? 매력적이었다.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만큼만 심어서 산지 직송으로 식재료를 조달한다니. 그것도 유통 과정 없이 최단 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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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소량으로 재배하니 여러 가지를 심을 수도 있고 느낌 좋은데! 신선한 쿠팡 로켓프레시나 쓱배송이 내 힘으로 가능한 것이었어! ’


이 정도 넓이라면 힘 안 들이고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텃밭 라이프를 시작해 보기로 결심했다. 이듬해, 나는 주말농장을 시작했고, 텃린이('텃밭 어린이'의 줄임말)가 되기로 했다.

내가 키워 내가 먹는 자급자족 텃밭라이프, 생각만으로도 무척 설레었다.

그래, 가 보자고!


<다음에 계속>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