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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직관, 바쿠에서 조지아까지 (2)

두바이는 건조하지 않아요.

by 쇼코

공항에서의 한바탕 티켓 없음 소동(F1 직관, 바쿠에서 조지아까지(1))을 겪고 사육당하는 느낌으로 기내식과 스낵과 샴페인과 와인을 먹으며 자다 깨다 하며 두바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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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밥은 아시아나가 윈, 나머지 기내식은 대한항공 윈, 신형이라 그런지 디스플레이도 좌석도 새것이었다. 비즈니스석이 점점 좁아지는 것 같은 건 기분 탓.

두바이는 가본 적이 없어서 내리기 전에 막연하게, 덥고 건조한 사막기후이며 중동 부자룩과 히잡이 대표적이고, 요즘 난리라는 두바이 초콜릿도 있지만 달디 단 대추야자 디저트를 떠올렸던 나라였다. 물론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에 5성으로는 모자라 7성까지 간다는 호화로운 리조트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경유를 하는 것이니 공항에서 바로 연결된 지하철을 타고 부르즈할리파를 볼 수 있는 두바이몰에 다녀오기로 했다.

공항에 트렁크를 맡기고 나와 Metro 표지판을 따라가다 보면 지하철 티켓을 살 수 있는 기계가 있는데, 관광객들이 많아 그런지 도와주시는 분이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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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몰에 갔다가 다시 올 거라고 하니 척척 기계를 눌러 티켓을 뽑아주셨는데, 영어도 제공되어서 도움이 없어도 대략 끊을 수 있다. 다만 저 티켓에 쓰여있는 'Regular'가 묘한 포인트였는데 지하철 맨 앞칸에 좌석도 넓고 에어컨도 잘 나오는 칸이 있고 그 칸은 Gold 티켓을 끊어야 탈 수 있는 곳이다. (이걸 어길 경우 벌금이 있다고 적혀있는데 우리는 관광객이니 아마 도와주시는 분이 그냥 regular로 끊어주신 듯.) 이걸 어떻게 알았냐면... 가는 길에 아무 생각 없이 맨 앞칸에 타서는 오오 부자나라는 지하철도 쾌적하네~하면서 타고 가다가 내릴 때에서야 벌금 표지판을 보게 되어 알게 되었다. 행여 벌금을 물 수도 있어서 돌아올 때는 Regular 칸을 잘 찾아 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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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두바이 미래박물관을 지나칠 수 있는데 (창가에 가까이 갈 수 없어서 찍은 사진은 저것뿐이지만) 도넛 모양에 아랍어 캘리그래피가 장식되어 있는 건물인데, 밤에 지나치면서 봤는데도 웅장함+예쁨이 대단했다. 만약 두바이에 머물러 여행을 하는 일정이라면 한 번쯤 들러봐도 좋을 것 같은 건물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 14개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museum-of-the-future-04-supplied.jpg 전체는 요런 예쁜 모양. 출처: 두바이 관광청

도착한 두바이몰은 크고, 넓고, 온통 반짝 거리는 곳이었다. 예상대로 중동 부자룩과 히잡을 쓴 분들이 매우 많았고 쇼핑의 천국답게 종이 쇼핑백을 몇 개씩 들고 있는 사람들도 꽤 되었다. 좋아하는 구두 브랜드인 마놀로 블라닉과 Sergio rossie 매장도 있었는데, 시간 맞춰 분수쇼를 보고 돌아가는 걸로 계획했던지라 쇼핑을 하지는 않았다. (경유가 많아 기내용 트렁크 하나로 짐을 압축해 가지고 간 것도 한 몫했다. 가는 길부터 짐을 늘리면 답이 없으므로..) 3층으로 된 큰 쇼핑몰은 싱가포르와 미국에서도 봤었는데 아마도 낮에 기온이 높은 나라들은 시간을 보내는 많은 방법 중 쇼핑몰이 한 축을 차지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두바이는 너무 더워서 지하철 첫차가 11시라고도 하던데, 밤이 늦었어도 쇼핑몰에 사람이 매우 많은 것을 보면 보통 다들 야행성으로 지내는 듯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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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세르지오 로시. 그리고 스케일이 남다른 쇼핑몰 분수.

분수쇼는 부르즈할리파를 배경으로 역동적이었다. 라스베이거스에 출장을 갔을 때 벨라지오 분수쇼도 못 보고 일만 하다 왔다고 했던 나를 가련히 여긴 반려인이 시간 맞춰 보면 좋겠다고 했던 것이었는데 모르긴 몰라도 벨라지오 분수쇼보다 배경의 스케일은 더 크지 않았을까. 부르즈할리파의 미디어쇼와 같이 꽤 역동적이었다. 조금 더 호숫가를 돌아보면 좋았을지도 모르지만 처음 두바이에 대해 가졌던 오해와 달리 너무너무 습해서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나는지라 후다닥 분수쇼만 보고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분수쇼 도입부 30초

기내식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뭘 좀 먹을까 하다가 경유이니 공항으로 이동해서 안전하게 먹는 걸로 결정하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공항으로. 정말 짧은 두바이 찍먹이었지만 나름 알찼다. 두바이는 7성급 호텔에 묵으며 매일 풀파티 하고 쇼핑하고 유적들 좀 여유롭게 보러 다니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을 빠듯하게 내야 하는 급여생활자로서는 가능한 여행지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언젠가 쇼핑 여행 오면 구두를 잔뜩 사가지고 가야지!

이제 드디어 F1 보러 바쿠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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