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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워녕 Feb 19. 2020

*나의 뜻깊은 100일

*브런치를 시작한 지 100일이 되었습니다


  나는 사실 기념일을 별로 잘 챙기지 않는 편인데, 이 기념일은 꼭 챙기고 싶었다. 

  브런치 100일. 




  100일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정말 많은 일. 불안함으로 흔들리는 한편, 감격이 감격으로 더해지고, 눈물 나도록 뜻깊었던 나의 100일. 


  100일 전으로 돌아가라면, 나는 절대 돌아가지 않을 만큼 100일 전의 나와 100일 후의 나는 확연히 달라졌다. 나는 지금 무척 건강하다. 몸과 마음, 그리고 나의 영혼이 "너무나 건강해! 건강하다고!" 하며 소리 지른다. 


  하루하루, 시간시간, 나의 상태는 '좋음', '좋음', '좋음'이다. 

  날씨가 맑으면 맑아서 좋고 흐리면 흐려서 좋다. 누구보다 일찍 봄을 맞이한 목련도 좋고, 뒷북치는 함박눈과 눈보라도 좋다. 달리면서 헉헉대는 것도 좋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아이고아이고 소리 내는 것도 좋다. 씻을 때마다 "아, 정말 너무 좋잖아" 소리가 절로 나오고, 음악을 들을 때마다 "완전 좋은데?"하고 계속 감탄한다. 책 속의 문장들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고,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으면 마음이 푹하다. 내 치와와의 분홍색 귀가 너무나 예쁘고, 그의 조그만 발가락이 미치도록 사랑스럽다. 


  나는 지금 매우 의욕적이다. 

  내가 이렇게 하고 싶은 게 많은지 몰랐다. 보고 싶은 책이 넘쳐나고, 듣고 싶은 음악이 너무 많다. 하고 싶은 말도 많아졌고, 보고 싶은 사람도 생기고 있다. 배우고 싶은 것도 생겼고, 하고 싶은 것도 늘어나고 있다. 

  자꾸 의욕이 올라오니, 이것들을 어떻게든 하고 싶어서 나는 심지어 시간을 쪼개 쓰고 있다. 느긋하게 앉아 보내는 시간이 점점 줄고 있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위해 하루를 두 번 시작한다. 아침 7시, 오후 4시. 아침시간은 주로 운동하고 건강하게 먹고 집안일하고 치와와와 놀아주는 시간이다. 그러면서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떠오르는 생각이나 하고 싶은 일들을 기록해둔다. 저녁 시간은 배우고, 읽고, 쓰는 시간이다. 그런데 요즘 이 시간이 너무 좋아서 점점 늘어나는 바람에,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회사를 다니는 것도 아닌데, 나는 하루 6시간도 채 자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날 때는 물론, 더 자고 싶지만, 그래도 몸을 일으켜 집 밖으로 나와 어둑어둑한 찬 공기를 마시면 그게 또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나의 하루는 그렇게 또 '좋음'으로 시작해서 '좋음'으로 보내다가 '좋음'으로 마친다. 난 무려, 자려고 누웠을 때 뿌듯하다. 회사를 다니는 것도 아니면서.



  그러면서 하나씩 꿈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 가졌던 꿈을 다시 꺼내보기도 하고, 새로운 큰 꿈을 꿔보기도 하면서 '열정'이라는 것을 다시 마주하고 있다. 오랜만이다. 내 삶에 '의욕'과 '열정'이란 단어가 솟아나다니. 오랜만이다. 설렘이란 것이 마음을 채우고 있다. 


  마음이 좋다. 

  모든 것은 내 마음 좋으려고 하는 것이다. 




  브런치 하는 것을 주위에 알리지 않았었는데, 조심스럽게 몇몇 사람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걸 하면 돈도 벌 수 있는 거야?"라는 질문에는 그저 씨익 웃었다. 

 

  "돈보다 더한 걸 벌죠. 저는 '의욕'을 벌었어요."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을 때 그저 두서없이 쓸 뿐이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편(많으면 두 편)의 글을 쓰면서 내 안의 많은 것들이 정리되었고, 내가 추구하는 것들이 모양새를 잡아나갔다. 살아가면서 포기하고 양보해야 할 많은 순간들 속에서, 그럼에도 절대 놓지 말아야 하는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아나가고 있다. 


  내 이름에는 도울 원(援)이 있다. 이것이 요즘따라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돕는 분이 계시기 때문이다. 세상의 온갖 것들이 나를 돕고 있다. '너를 지지하고 있어!'라고 나에게 어떻게든 메시지를 던진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나는 그들의 성원을 듣는다. 

  특히나 브런치는 '너를 지지하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준다. 브런치 특유의 두 번의 긴 진동이 느껴지면 나는 또 호들갑을 떤다. 내 글을 읽어주시고 하트와 댓글과 구독으로 피드백을 주실 때마다 나는 울컥한다. 이 사랑은 분에 넘친다. 






 꿈이 생겼답니다. 

 나의 꿈은 '딱 요즘처럼만 사는 것'이에요. 

 '딱 요즘처럼만 안녕한 삶'.  


 이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요즘 머리가 참 복잡해요. 

 여러 가지로 구상해보고, 구체적으로 고민해보고 있어요. 


 그래서 나는 자꾸만 바쁜 하루를 보내요. 

 나의 하루들은 매우 밀도 있고 깊이 있죠. 

 자려고 누웠을 때는 뿌듯해요. 


 그리고, 내일이 기대돼요. 

 내일은 또 얼마나 '자려고 누웠을 때 뿌듯'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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