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독서일기14-빨강 머리 앤의 숨은그림찾기-2021.6.23.
나는 정말이지 진심으로 빨강 머리 앤을 좋아한다. 왜냐고 물으면 대답이 어렵다. 그냥 좋기 때문이다. 나는 좋아하는 가수도 없고 게임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유명한 핸드폰으로 하는 고스톱 한번 쳐본 적이 없는 사람이 나다. 그렇다고 헬로키티나 기타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다. 선물 중에서 인형 선물을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나다.
그런데 사무실 책상 한편에 놓아두고 잠시 휴식이 필요할 때 차 한잔하면서 꺼내 넘겨보며 추억도 소환하고 그냥 그림 자체에 빠져든다.
초등학교 시절 꼭 빼놓지 않고 보던 만화가 있었는데 호호 아줌마, 모래 요정 바람 돌이, 은하철도 999, 그리고 빨강 머리 앤이었다. 소녀를 지나 청년, 중년의 고개를 훨씬 넘어섰는데도 나는 빨강 머리 앤을 아직도 좋아한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 앤의 우정과 사랑과 그리고 자신의 꿈을 향해 가는 모습은 모든 소녀의 희망 같은 것이다. 고아로 남자아이를 원하는 초록색 지붕의 집으로 잘 못 입양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너무나 유명해서 설명이 필요 없다. 책은 기본이고, 만화, 영화도 여러 가지 버전이 있지만, 초등학교 시절 봤던 만화가 나에겐 앤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 넷플릭스에서 앤 미드가 나왔을 때도 환상을 깨기가 싫어 일부러 보지 않았던 거 같다. 하지만 우연히 보기 시작한 미드에도 폭 빠져 버렸다. 시즌 3까지 일주일을 넘기지 않고 다 보았다. 내용은 만화와 똑같지는 않지만, 호기심 많고 적극적인 상상력 풍부한 앤의 진짜 모습을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빨강머리 앤을 통해 간접적으로 캐릭터가 가지는 생명력이 콘텐츠의 창조로 연결되는 걸을 몸소 깨닫는다. 책을 읽고 가끔 유튜브로 그 옛날 만화도 찾아본다. 그리고 엽서, 스티커, 포스트잇도 사서 고이 모셔놓는다. 몇 년 전에 냅킨 아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빨간 머리 앤 냅킨으로 만들려고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샀던 기억이 난다. 카톡에서 빨강머리 앤 이모티콘을 발견하면 너무 기분이 좋아진다. 에코백, 다이어리, 탁상용 달력, 냉장고 자석 등 무궁무진하다. 굿즈로 불리는 것들 그리고 일상의 물건에 빨간 머리 앤만 가져다 붙이면 되는 것을 보면서 캐릭터의 힘을 경험한다. 딸에게 아직도 5개월이나 남은 생일선물로 빨강 머리 앤 디자인의 물건들을 사달라고 미리 이야기해둔다. 이렇듯 캐릭터는 가상의 인물인데 캐릭터를 사랑하는 순간 그 캐릭터는 현실세계에서 살아 숨쉬게 된다
솔직히 현실에서 앤이 존재한다면 이야기에서처럼 잘 성장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반대로 어려운 환경과 보잘것없는 아이도 가정과 마을과 학교의 보살핌으로 얼마나 잘 성장할 수 있는지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회적 가치와 올바른 성장 과정에 대한 믿음을 빨간 머리 앤이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야기속 캐릭터는 현실에 존재할 만한 그런 존재일수도 있지만 현실성은 떨어질지라도 우리가 꿈꾸는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담아내고 있을 때 더 오랜 생명력을 가지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와 캐릭터가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하지만 현실 그자체라면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빨간 머리 앤과 함께하는 추억 놀이>는 다 큰 어른에 맞춰 만들어진 책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추억여행을 선사하고 책을 읽지도 만화도 보지 않은 자녀도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책이란 것이 읽고 느끼는지 생각하는 혼자만의 작업이긴 하지만 둘이 함께하면 더 좋을 것 같은 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은 크게 1장은 숨은그림찾기로 숨은 그림을 찾으면서 빨간 머리 앤의 그림에 빠져들게 하고 2장은 컬러링북으로 색칠을 하면서 나름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3장은 추리 게임으로 이것저것 활동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이 과정도 추억 쌓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빨강머리 앤 속에 빠져드는 그림책이다. 그냥 아깝고 살면서 열어보는 앨범처럼
함께하는 앤의 또 다른 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