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 은 Oct 25. 2024

있을 지도 모를 삶에 대한 꼬리

도처에 깔린 행복과 불행을 안고 살아가는


행복을 느끼는 순간 돌연 잠에 들어버리는 기면증 환자의 삶을 생각한다. 공을 물고 잔디밭 시야를 빠르게 감아 도착했을 때 고꾸라져있는 주인을 보는 개의 삶을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가 행복을 경계하지 않고 즐거움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돌보는 그 가족의 삶을 생각한다.


지나가는 청춘을 아까워하면서도 부르는 사람 없이 가만히 침대에 누워 두 눈을 팔로 가리는 젊은 여성의 삶을 생각한다. 언제나 사랑에 굶주려 있다 어떤 감각에도 둔해져 버린 인기 연예인의 삶을 생각한다. 삶의 의미처럼 여겨지는 누군가를 옆에 둔 경험이 전무한 어느 사십 대 기혼자의 삶을 생각한다.


홍수로 인해 집에 뻘이 가득 찬 반지하 가정집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한 소녀가장의 삶을 생각한다. 해외에서 눈을 떠 첨탑 같은 빌딩에 출입증을 대고 들어가는 삶을 꿈꾸는 예식장 아르바이트생의 삶을 생각한다. 매년 연초가 되면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주거단지를 뜨는 수험생 부모님들의 삶을 생각한다.


자식들과 손주들이 모여 축하해 주는 팔순 잔치의 한중간에 앉아 있는 노인의 삶을 생각한다. 블라디보스토크 해양 공원 둑 옆에 앉아 딱새우 껍질을 갈매기와 나누는 여행자의 삶을 생각한다. 웃는 얼굴로 피켈에 지탱해 바위 옆에서 눈사태를 피하는 안나푸르나 등정인의 삶을 생각한다.


여러 가지의 삶, 저마다의 이상, 각기 다른 어려움, 모두 상이한 삶에 대한 자세를 가진 그 어떤 모양을 가진 사람을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어떤 버섯, 호박, 참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