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먹고 싶은 엄마 반찬을 꼽으라면 단연 고추물금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고추물금 이야기를 하면 다들 뭐냐고 되묻기에 스무살이 넘어서까지 엄마가 개발한, 우리집에만 있는 음식인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집에서는 밑반찬으로 꽤 자주 나왔는데 웬만한 식당이나 반찬가게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반찬이 스무가지쯤 깔리는 백반집에 가서 맛본 적이 있는데 이마저도 엄마가 해준 맛과는 묘하게 달랐다.
고추물금은 경상도식 사투리인 것 같고 꽈리고추찜이라고 하면 다들 ‘아~ 그거?’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꽈리고추에 밀가루 옷을 입히고 찐 뒤 간장, 마늘, 참기름, 깨를 넣고 살살 섞어 만드는 음식이다. 물기를 적당히 머금어 부들부들하고 짭쪼름한 고추 맛이 밥을 부른다.
고추물금은 알싸하게 매운 꽈리고추와 짭쪼름한 간장양념에 엄마의 손맛이 적당히 버무려져야 완성된다.
결혼을 하면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 우리엄마도 만날 때마다 반찬을 한아름 싸서 안겨줬다. 대여섯가지 되는 반찬 중에 빠지지 않고 있던 게 바로 고추물금이다. 내가 항상 찾던 음식이라 엄마는 바깥일과 집안일로 바쁜 와중에도 신혼집에 올 때마다 챙겨왔다.
귀한 반찬이라고 아껴 먹으면 나중엔 꼭 후회하게 되는데 찐 채소라 그런지 일주일도 안 돼 상해 버린다. 그래서 받으면 가장 먼저 해치우는 반찬이다. 맨입에 먹긴 짜지만 밥과 마른 김만 있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더 이상 엄마가 해준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되면서 예전에는 귀한 줄도 몰랐던 반찬이 비정기적으로 불쑥불쑥 떠오르곤 한다.
그때 그 맛을 떠올리며 인터넷을 뒤져 만들어보면 신기하리만치 늘 실패다. 이젠 나물도 곧잘 만들고 볶음요리도 그럴싸하게 완성하는데 고추물금은 만들 때마다 그 맛이 안 나서 몇 젓가락 들곤 말게 된다. 아무래도 요리의 핵심인 ‘적당히’의 경지가 꽤 높은 모양이다.
엄마들 레시피가 그렇듯 몇 g, 몇 숟갈 같은 계량은 없다. 언젠간 엄마한테 레시피를 묻자 ‘꽈리고추를 알맞게 쪄서 맛있는 양념을 부으면 된다’고 한 줄로 정리를 해버렸다. 그 알맞게와 맛있는 정도는 엄마의 손에 저장돼 있겠지.
언제쯤 내 인생에서 엄마 손맛이 그대로 담겨있는 고추물금이 나올는지. 엄마 생각에 눈물만 찔끔,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