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줄 알았는데 괜찮지 않아요
나는 아이들과 만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바깥에서 놀이하는데 할애한다. 바깥이라는 공간은 교사가 의도적으로 준비하지 않아도 매일의 변화를 만들어 낸다. 아이들은 이러한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고 발견해 내기 때문에 자연과 아이들의 궁합은 매우 찰떡이다. 또한 바깥 공간은 아이들에게 자유로움을 선물하고 새로운 호기심과 도전 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바깥으로 줄을 서서 이동하면서 바깥 놀이터 앞에 도착하면 마치 시동을 걸듯 두 다리를 동동거리며 교사의 출발 신호를 기다린다. 교사는 눈으로 바깥의 환경과 아이들의 상태를 빠르게 스캔하고 안정적이라고 판단되면 ‘놀이하자!’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저마다의 요구에 충실한 놀이 장소로 폭발하듯 달려간다. 이렇듯 바깥 놀이는 아이들에게 하루 일과의 꽃이다. 이런 꽃과 같은 중요한 시간에 종종 혼자서 시무룩하게 앉아있는 아이, 미끄럼틀 아래 심각하게 서 있는 아이가, 몰입하여 놀이하는 아이들보다 더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날도 그런 날 중에 하루였다.
서희는 일곱 살 여자아이로 나와 종종 같은 자리에 앉아서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다. 나는 점심시간 때는 아이들 배식을 돕고(나는 담임이 아닌 전담 교사로 일하고 있다) 일곱 살 반 친구들과 점심을 먹었다. 서희는조용해 보이지만 내가 옆자리에 앉으면 평소 자기가 좋아하는 것, 어디를 다녀왔었는지, 엄마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솔직하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표정이 늘 밝진 않지만 웃을 때 이를 시원하게 드러내며 웃는 모습이 참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다. 서희는 단짝 친구 서연이와 종종 식사 후 양치하러 같이 가자고 약속하는데 서연이가 먼저 식사를 마치면 함께 하기로 한 양치 약속이 무산될까 조바심 내며 이내 “선생님 그만 먹을래요. 배불러요, 배 아파요.”등 약간의 핑계를 대고 담임선생님을 곤란하게 한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서희에게 친구는 더욱 중요해 보였다. 특히 서연이와는 단짝 친구로 식사를 뒤로 미룰 만큼 친밀한 친구 사이였다. 그런데 그날 바깥 놀이터에서 서희는 혼자였고 서희와 친한 서연이는 다른 여자친구들과 함께였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놀이터 한쪽 구석에 마련된 평상에 서하가 앉아있었다. 나는 서희에게 다가가 어찌 된 일인지 물었다.
“서희야, 왜 여기 혼자 앉아있어? 친구들이랑 놀이 안 해?”
나의 물음에 서희는 어두운 표정이었지만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혹시 친했던 서연이와 싸운 것인지 걱정되어 다시 물었다.
“서희 원래 서연이랑 잘 놀았잖아. 오늘은 서연이랑 안 놀아?”
“연서가 오늘은 안 논대요.”
“응? 연서가? 서연이는?”
“연서가 서연이랑 유이랑 놀고 있어요.”
서희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돌려보니 서연이, 연서, 유이가 모래 놀이터 쪽에 둘러앉아 막 놀이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내가 서희랑 이야기하는 것을 눈치챘는지 세 명 중 연서가 나와 서희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나는 잠시 연서를 바라보고는 다시 서희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그러면 연서한테 같이 놀자고 이야기해 봤어?”
“연서가 다음에 놀자고 그랬어요.”
“그랬구나. 왜 다음에 놀자고 했는지 서희는 이유를 알고 있어?”
“아니요. 잘 모르겠어요.”
“그러면 선생님이 연서한테 한 번 물어볼까?”
서희는 대답 대신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나라면 자존심이 상하거나 기분이 나빠서 대신 물어달라는 부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와 함께 놀이하는 문제는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하다. 특히 오늘처럼 성인에게 대신 물어달라고 할 때는 간절히 도와달라는 뜻이 숨겨져 있기에 나는 자초지종을 알아보기 위해 세 아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세 아이 중 유독 연서가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연서의 표정만 봐도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도 평소 친했던 친구 한 명을 제외하고 셋이 놀고 있으니 함께 놀이하지 왜 같이 놀지 않는지 나에게 핀잔을 듣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일 것이다.
처음엔 나도 연서가 왜 서희를 끼워주지 않았을까? 평소 친했던 서연이도 이에 동의한 것일까? 연서 고것이 평소에 말도 따박따박 잘하더니 서희와 서연이 사이를 본인 마음대로 갈라놓은 것은 아닐까? 내 머릿속에선 연서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내 마음을 알았는지 연서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순간 연서 표정을 보니 내가 연서를 탓하는 마음으로 이야기 나눴다가는 오히려 서희도 곤란하고 연서도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연서의 잘못을 물으려고 온 것이 아니라 연서의 생각과 서희의 생각이 궁금하고 그것을 돕기 위해 왔다고 차분히 설명했다. 내 말을 가만히 듣던 연서가 솔직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연서의 이야기는 이렇다. 오랜만에 유이와 서연이와 놀게 되었다는 것이다. 연서는 이를 굉장히 기다렸던 모양이다. 그래서 서희에게는 내일 놀겠다고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서희가 함께하면 연서가 불편한 무언가가 있었던 모양이다. 혹시 연서만 불편하고 다른 친구들은 괜찮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종종 무리에서 한 명의 목소리가 마치 그 무리의 전체 의견인양 흘러갈 때도 있어 오늘은 이 부분을 물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연서와 함께 놀이하는 서연이와 유이도 연서의 생각에 동의했는지, 친구들의 생각은 어땠는지 물었다. 교사의 이야기를 듣던 서연이와 유이는 처음엔 서하도 같이 놀아도 된다고 흔쾌히 대답했다. 그러다 이내 연서의 표정을 한번 살피고는 그냥 우리끼리 노는게 좋겠다고 말을 바꿨다. 서연이와 유이는 연서와 놀이하는 것이 더 즐거워서 그랬을까? 아니면 연서가 기분 나빠할 수 있으니 연서의 눈치를 보느라 그랬을까? 어쩌면 빨리 놀고 싶은데 서희가 끼면 연서와의 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그냥 연서 손을 들어줬을 수도 있다. 이 모든 이유가 아니더라도 오늘 서희가 무리에 끼어 노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유이와 서연이가 서희랑 놀아도 된다고 한다면 연서를 설득해 볼 생각이었지만 두 아이들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설령 내가 어찌어찌 잘 중재해서 아이들이 함께 놀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 관계가 유지되기는커녕 놀이가 깨져버리고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를 그동안 많이 보았기에 일단 알았다고 놀이하라고 이야기하며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럼 서희를 어떻게 도와야 할까. 서희를 그대로 둘 순 없었다. 일단 서희에게 돌아가서 친구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서운하지 않도록 전달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이미 서운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서희가 서운한 마음을 감추긴 어려웠다.
잠시 내가 어찌 도울까 고민하는 사이 다른 아이들이 초등학교 놀이터를 가자고 졸라댔다. 아이들이 학교 진학을 앞두고 종종 초등학교 놀이터에서 놀았기 때문에 서희를 달래 같이 내려가자고 했다. 놀이터에 도착해서도 서희는 힘없이 서 있었다. 나는 서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서희가 본인의 생각을 연지에게 직접 전달해서 자기 목소리를 내어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놀지는 못하더라도 서운한 마음이라도 전하면 서희의 답답함이 좀 풀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서희는 아마도 서운한 마음도 있었을 것이고 같이 놀자고 부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이든 서희가 자기 생각을 연서에게 전하면 연서도 서희의 입장을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서희도 스스로 무언가 시도해 보았기에 본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서희와 나란히 서서 물끄러미 친구들이 놀이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서희야 연서에게 오늘은 아니더라도 다음에 같이 놀 수 있는지 묻고 싶으면 선생님이 도와줄테니 같이 물어보자”
서희는 나의 제안을 듣고 한참 서서 고민하다 연서에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서희가 용기를 내어 준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문제 해결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반가운 마음에 함께 연서에게 다가갔다.
“연서야 서희가 너에게 할 말이 있나봐.”
“서희야, 왜?”
연서는 약간 곤란한 표정이었다.
“연서야 그러면 나랑은 언제 놀거야?”
서희의 목소리는 바로 옆에 있는 나도 거의 들릴 듯 말 듯 했다.
“오늘은 서연이랑 유이랑 같이 놀기로 했어. 내일 놀자 서희야.”
연서의 목소리는 작지만 분명 했다.
“그래, 알았어...”
서희는 포기하듯 힘없이 대답했다.
“서희야, 연서에게 하고 싶은 말 다했어?”
나는 서희가 좀 더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 했으면 하는 마음에 다시 물었다.
“네....”
“선생님 생각엔 서희가 속상할 것 같은데 연서에게 속상한 마음을 얘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
“괜찮아요...”
서희의 목소리는 괜찮지 않아 보였지만 체념한 듯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놀이 시간이 끝났다. 서희가 용기 내어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지만 서희는 오히려 연서에게 두 번 거절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연서가 너그럽게 서희를 함께 놀이에 끼워주었다면 문제가 빠르게 해결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것은 나의 희망 사항일 뿐 모를 일이다.
어찌 되었든 서희는 자기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용기를 냈지만 기대했던 이야기를 듣지 못했고 서희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놀이시간이 끝나 버렸다. 서희가 괜찮을까 걱정이 되었다. 나는 이따 점심 먹을 때 서희가 괜찮은지 한 번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점심 배식 준비를 위해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왔다.
서하는 놀이를 마치고 옷을 정리하다 말고 복도 길목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희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터지듯이 울먹이며 소리쳤다.
“선생님. 안 괜찮아요!”
서희는 이 말을 내뱉고 펑펑 울었다. 우는 서희를 안아주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렇지 안 괜찮지. 그래 서희야 선생님도 네가 안 괜찮을 것 같은데 괜찮다고 해서 걱정이 됐어. 친구와 잘 지내는게 너무 어렵지 서희야.”
나는 서희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 순간 나의 구석진 어린 시절의 한 모퉁이가 생각났다. 나도 친구들 사이에서 서희와 같은 감정을 느낀 적이 많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친구란 가장 따뜻하면서도 때로는 얼음보다 더 차가운 관계이지 않을까.
이 모든 상황을 서희의 담임선생님과 공유했고 우리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연서가 긴장한 듯 보였다. 걱정하는 연서에게 다가가 연서와 서희를 돕기 위한 것이지 연서의 잘못을 고하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서에게 이렇게 덧붙였다. "친구와 함께 놀 때 연서가 선생님 때문에 친구를 선택해서 놀지 않았으면 좋겠어. 선생님은 연서 마음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네가 편안할 때 서희와 같이 놀이한다면 선생님은 기쁠 것 같아"라고 이야기하니 연서가 고민하다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점심 식사를 서희와 같이 했다. 서희는 한바탕 울고나니 속이 좀 편안해진 듯 보였다.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를 받아 이야기하기도 하고 밥도 잘 먹었다.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따 방과후 과정 시간에 누구랑 놀이할건지 서희에게 질문하니 "유빈이"라고 이야기해서 방과후 과정 선생님께도 이후에 잘 살펴봐 달라고 부탁드렸다.
방과후 과정 선생님께서는 연서가 여러 명의 아이와 놀이하는 것을 어려워하는데 아마도 그래서 서희까지 끼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신다. 그럴수도 있겠다. 연서 입장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지점이었다.
연서는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내가 교실 정리를 마치고 교무실로 가려고 하자 나에게 다가와서 조용히 이야기했다. "선생님, 그냥 서희랑 놀이 안 할래요."
"그래 연서야, 연서 생각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자. 선생님은 연서 생각도 중요하다고 생각해"라고 대답했다. 연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서희를 배제한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도 있었겠지만 서희와 잘 맞지 않는 부분을 극복하고 함께 놀이하는 것도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모든 친구와 다 같이 사이좋게 놀이하면 얼마나 좋겠냐 만은 그것이 어디 쉽던가. 아이들도 그렇다. 친구와 사이좋게 놀아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자기의 욕구와 사회적인 기대를 잘 맞춘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아이들이 자기와 잘 맞는 친구와 지속적이고 두터운 우정을 만들어 가길 원한다. 연서가 서희와 함께 사이좋게 놀이하면 좋겠지만 서로가 잘 맞지 않는다면 자기에게 잘 맞는 친구를 찾는 시야를 갖게 하는 것이 아이들에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와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고 그 사람과 돈독한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배우는 것이 그들의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하지 않을까.
오전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서희가 나에게 던진 한마디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선생님 괜찮지 않아요.”
나도 서희처럼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하는 일들이 많이 있다. 그때 누군가에게 괜찮지 않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막상 그 일이 해결되진 않지만 조금은 위로가 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기기도 한다. 서희에게도 오늘이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기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내었던 것이 서희의 마음을 개운하게 했으면, 앞으로 비슷한 어려움을 만났을 때 오늘의 경험이 미래의 서희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나는 실컷 울고 난 뒤에 다시 일어서는 힘이 성인인 우리보다 아이들에게 더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희도 오늘의 일이 상처로만 남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이들도 정답은 안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것을. 그렇지만 그 과정이 힘들고 지쳐 혼자 울게 되는 것이다. 그때 나는 정답을 이야기하는 사람보다 지쳐 울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스스로 일어서서 걸어갈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의 일이 있은지 며칠 후에 아이들과 우연히 초등학교 입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유치원과 같은 부지 내에 있는 학교에 가는 친구들도 있지만 다른 학군으로 가는 친구들도 있어 우리는 서로의 학교를 이야기하며 기대 반, 걱정 반 각자의 마음을 떠들었다. 서희는 친구들이 많이 진학하는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군의 학교를 가야한다고 이야기했다.
“선생님, 저는 유치원에 처음 올 때도 친구들을 잘 몰라서 싫었어요.”
“맞아. 선생님도 새로운 곳에 갈 때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때 너무 싫고 두렵다는 생각이 들어. 서희도 그렇구나.”
서희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초등학교 가면 지금 유치원 친구들이랑 같이 못가요.”
“그러게. 서희는 다른 학교로 갈 것 같네.”
나는 서희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서하가 서 있는 책상 옆 가까운 의자에 앉으며 이야기했다. 서희는 내가 앉자, 내 옆에 가까이 서서 자기 몸을 살며시 기댔다.
“초등학교를 다른 곳으로 가서 걱정되는구나? 아는 친구들 없을까 봐 걱정돼?”
“네.”
순간 얼마전 놀이터에서 앉아있던 서희 모습이 떠올랐다. 다른 초등학교에 배정받아 처음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낯선 아이들의 틈에서 망설이며 긴장하고 있는 서희의 모습도 동시에 같이 떠올랐다. 나도 초등학교 입학 시절 크고 서늘하기만 했던 교실 구석에 혼자 외롭게 앉아있었다. 마치 모두가 서로를 알고 있고 나만 모르고 있는 것처럼. 지금 이순간 어떤 말을 해 주면 좋을까, 잠깐 고민하다 서희에게 말했다.
“선생님도 서희처럼 어렸을 때 처음 학교 갔을 때 얘기할 친구도 없고 엄청 외로웠는데 나랑 비슷한 친구가 누굴까 찾아봤던 것 같아. 서희도 혹시 교실에서 나랑 잘 맞을 것 같은 친구, 아니면 나랑 비슷한 것을 좋아하는 친구가 누가 있는지 잘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 모든 친구들과 다 사이좋게 지내긴 어려워도 분명 서희와 같은 마음으로 오는 너와 비슷하고 잘 어울리는 친구가 꼭 있을거야. 잘 찾아봐.”
서희는 내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의 해결책은 내가 조금 성인이 되고 난 후에나 알게 되었던 나만의 방식이었다. 나는 종종 딸에게도 새학기가 시작될 때 이 해결책을 상기 시켜주곤 하는데 제법 아이들이 자기와 맡는 친구들을 잘 찾아내고 나름 적응하는데 효과가 있어 적응이 어려운 친구들에게 종종 귀띔하곤 한다. 아이들에게 모든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야 한다는 해결책은 해결책이라기보다는 말잔치 같은 것이다. 누구나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해결책은 아이들도 성인만큼이나 잘 안다. 또한 안다고 해서 모든 아이들이 아는 대로 똑같이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각자의 방식이 있는 거다. 나는 서희가 서희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용기 내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 얼마 전 연서와 있었던 일들도 그때는 서희에게 상처였지만 이후에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보는 용기의 밑거름이 될지도 모른다. 서희와 함께 겪은 소소한 사건이 서희 기억에서는 흐릿해지겠지만 언제 어디서든 서희가 당당하기를 마음속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