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의 극한의 두려움과 공포

공포와 마주하기

by 서이든

이혼을 결심했다고 해서 바로 용감해진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결심 이후가 더 무서웠다.
내가 진짜로 그 결정을 실행해야 한다는 사실이
매일같이 목을 조여왔다.

아침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그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무너져 내렸다.
울지 않으려 해도,
울음은 저절로 터졌다.
머리카락이 젖을 만큼 울고,
숨이 막혀서 고개를 베개에 파묻고,
손끝으로 시트를 움켜쥐며 떨었다.

운전할 때마다 울었다.
신호 대기 중에도 눈물이 흘렀다.
사람들은 몰랐을 거다.
그저 평범한 엄마 한 사람이 운전 중이라 생각했겠지만,
나는 차 안에서 매일 죽음을 통과했다.

나는 그 공포를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피하면 더 커질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 공포를 피해 누군가에게 매달리거나
아이들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면
나는 더 깊은 늪으로 빠질 것이란 걸.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공포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보기로.


그해 겨울,
기온은 영하 20도였다.
그 추위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그래야 내 안의 두려움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아이들과 셋이 강원도로 떠났다.
글램핑장, 산속의 텐트.
눈이 정강이까지 쌓인 길을 걸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눈을 밟았고,
나는 그 뒤에서 조용히 기도했다.

“신이시여, 저에게 힘을 주세요.
이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주세요.”

밤이 되자 불멍도 할 수 없을 만큼 추워졌다.
텐트 안 난로의 붉은 불빛만이 유일한 온기였다.
아이들이 잠든 뒤, 나는 혼자 깨어 있었다.

천막이 바람에 흔들리고, 산의 바람이 처막을 세차게 때렸다.
나는 온몸이 떨렸다. 이게 두려움인지, 추위인지, 구분이 안 됐다.

영하 20도의 산속에서, 얇은 천막 안에 아이 둘과 함께 앉아 있는 나.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게 나의 현실이다. 이게 내가 선택한 길이다.

하지만 이 공포를 통과하지 않으면
나는 다시 나로 돌아갈 수 없다. 나는 두 눈을 감고 모든 감정을 그대로 느꼈다.

“무섭구나.”
“외롭구나.”
“불안하구나.”
감정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이며 그것들을 밀어내지 않았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그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아주 미세한 평온이 찾아왔다.

나는 그날 밤을 결코 잊지 못한다.
그건 내가 앞으로도 공포가 온다면 직면하겠다고 결심한 첫 번째 밤이었고, 그 이후로 나는 조금씩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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