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 | Charles De Gaulle 공항
분명 떠날 때는 간단한 짐이었다. 어디만 갔다 하면 각종 소품을 사기 일쑤라 쇼핑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싼 작은 배낭 하나, 일 주일용 캐리어 하나가 다였다. 첫 며칠은 정말 잘 참았는데, 독하게 먹었던 마음은 시넬리에 아트 스토어에 들어서는 순간 사르르 녹아 사라졌다.
한 시간도 넘게 가게의 점원들에게 물어가며 흔치 않은 색상의 낱개 파스텔과 손아귀에 가득 담기는 두께의 희귀한 파스텔에 대형 종이까지 잔뜩 샀다. 두꺼운 종이라 생각보다 무거울 걸 알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점원과 상의 끝에 내가 짊어질 수 있는 최대치를 가늠해 그걸 넣을 수 있는 화구통에 사서 돌돌 말아넣었는데, 결국 귀국길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여러 짐을 챙기다 떨어뜨렸다. 새로 산 화구통이 망가진 것도 속상했지만 하필이면 밑 부분을 고정하는 데가 깨져 메고 가다 종이가 와르르 쏟아지는 건 아닌지 한 걸음 걸음마다 얼마나 걱정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땀을 한 바가지 쏟아가며 어찌어찌 짐을 챙겨서 앉아 한숨 돌리는 중에 카트에 눈이 갔다. 가만 보니 '짐의 형태가 저리 가지각색이니 고생했구나' 싶었다. 진이 빠진 내 꼴이 한심하고 우스워서 짐을 실은 카트를 그림에 담았다.
'파리에서 꽃을 사다'는 이 그림이 그려졌던 여행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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