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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 Mar 30. 2016

와라즈, 페루의 스위스

파스토루리 투어 + 69호수 투어

페루도 스페인 처럼 세마나 산타 주간(부활절)을 기린다. 올해 2016년 세마나 산타 주간은 3월 24-25일으로, 덕분에 사무소에 파견되지 20일만에 긴 휴가를 얻게 되었다.

원래는 마추픽추에 다녀오고 싶었는데, 너무 늦게 표를 찾아본 탓에 항공권 가격이 너무 높았다. 그래서 사무소 동료들의 적극 추천으로 페루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와라즈(Huaraz)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리마에서 와라즈까지는 버스로 8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나는 Movil tours에서 왕복 120솔에 표를 구입했다. 1솔이 350원 정도 되니까, 한화로는 42,000원 정도인 셈이다.

숙소는 한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Akilpo라는 호스텔을 이용했는데, 트윈룸(개별 화장실 포함)을 3박 4일 일정으로 240솔에 이용했다. 즉, 한 사람 당 1 박에 40솔(14,000원) 정도.


숙소 창 밖에서 바라본 와라즈 시내 풍경


샌드위치(1.5솔) + 사과 주스(2솔) = 약 1,200원!!!!


와라즈는 마을 자체가 해발 3,500m에 위치하기 때문에 도착하기 2-3시간 전에 '쏘로치(고산병 약)' 또는 '타이레놀+커피'를 먹는게 좋다. 그리고 와라즈에 도착한 첫 날에는 가급적 적게 먹고 따뜻한 국물 음식을 먹어야 한다. 사무소 현지직원인 Sr. Gabino의 말에 따르면, 첫 날엔 샤워하지 않고 바로 자는 것이 좋다고(?) 한다. 


우리는 아침 9시 버스를 타고 리마에서 출발하여 저녁 때 와라즈에 도착했는데, 다행히 호스텔이 Movil tours 버스 터미널에서 멀지 않아 걸어갔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호스텔 인포에서 투어 신청을 했다. 평소엔 30-40솔이던 투어 가격이 연휴로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50-65솔까지 뛰어서 파스토루리 빙하 투어 50솔, 69호수 투어를 65솔에 신청했다. 비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지출이 커서 당황스러웠다.(저예산으로 계획했던 여행이라 자금이 부족했다ㅠㅠ 결국.. 나중에 권요원님께 대출받았다.. 흑)

 

그리고 다음 날, 파스토루리 투어를 위해 아침 9시 쯤 호스텔에서 봉고차를 타고 출발했다. 와라즈에서 유명한 투어 2가지는 <파스토루리 빙하 투어>와 <69호수 투어>인데, 파스토루리가 더 높은 고도에 있어서 머리가 더 아프고 숨이 차지만, 69호수 투어의 경우 3,900m에서 4,500m에 있는 69호수까지 600m를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왕복 7시간 정도) 체력소모가 굉장히 커서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차로 접근이 쉬운, 40분이면 올라갈 수 있는 파스토루리 투어를 먼저 하기로 했다. 69 투어의 경우 지쳐서 그 다음 날 아무것도 하지 못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스토루리 빙하


고산병을 예방하기 위해 쏘로치를 먹었지만 해발 고도가 5,000m가 넘는 파스토루리에서는 두통을 피할 수 없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 딛는 것 자체가 엄청 힘들어서 마치 오래달리기를 계속 하는 기분이었다. 걷고, 바위에 기대어 쉬기를 반복하다.. 정상 도착! 죽을 것 같았다. 그냥 당장 내려가고 싶었지만 사진은 찍어야겠고...


다음 날, 69호수를 향하여 다시 봉고차를 타고 새벽 일찍 와스까란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와스까란 국립공원은 에덴 동산 같았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 같은 곳이랄까..? 사진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다 담을 수 없어서 아쉬움이 컸다.



차로 들어올 수 있는 지점부터 69호수 까지 등반하려면 4-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그리고 다시 내려오는데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심한 두통과 체력 고갈로 중도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내가 한 투어 그룹에는 총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중 독일인 1명, 한국인 2명이 포기했었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와라즈 출신도 69호수까지 등반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나도 중간에 몇 번이나 그냥 내려갈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번에 올라가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힘들지만 천천히 쉬어가며 끝까지 올라갔다.


69호수!!!가 아닌 다른 호수... 이 호수를 지나 2시간 정도 더 열심히 올라가야 한다.
드디어 69호수!!!
에메랄드 빛 물 색
69호수 등반 성공!!


69호수에 도착 하자마자 호수 근처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샌드위치를 먹었다. 배가 고파야 하는데도 힘드니 음식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정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저질체력을 극복했다는 생각에 굉장히 뿌듯했고, 아름다운 경치에 다시 내려갈 수 있는 힘이 났던 것 같다. 이제 와라즈는 사진 속에서만 감상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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