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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싸맨 Mar 15. 2021

400일 된 1인 사업자가 말하는 10가지.

스타트업과 인디펜던트 워커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사업자 경험 리뷰'

용인 동백에 사는 마흔 아재.


그는 마흔이 되던 해에 큰 결심을 합니다.

15년 동안 몸 담던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정리한 것이지요.



2020년 1월.

손 없는 날을 골라 야심 차게 인생 첫 사업자 등록증도 냅니다.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소셜 마케팅을 중심으로 사업을 만들었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누구나 스스로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뜻에서 서비스 이름을 인싸맨으로 만들었습니다.

옷도 맞추고 새벽에 직접 만든 전단지도 뿌리고 다녔지요.



손은 추웠고, 부끄러웠지만 한 없이 뜨거웠던 시간.




전단지를 보고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의 쾌감은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사업자를 낸 지 한 달 뒤,

코로나 19 소식을 접합니다.

 

마치 사업개시 축포와 같았죠.


그리고 400일이 흘렀습니다.


다행히(?) 아직 그는 폐업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과연 400여 일을 개인사업자로 지내며 그는 어떤 경험을 하였을까요?




이 글은 필자가 1인 사업자로서 400여 일을 보내며 느낀

핵심적인 몇 가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글은 회사원으로서의 삶에 힘들어하거나

개인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모두 다 같은 상황과 업종은 아닌 만큼

거를 것은 거르셔도 됩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간접 경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이 글은 행복해할 것입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1. 당연한 것이 없었다.


회사에 다닐 때면 별생각 없이 받던 명함 하나가 그랬다.

출근만 하면 떡 하니 있던 내 자리, 노트북 한 대가 그랬다.


월급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기만 했던 보험료.

이제는 돈 내라는 고지서가 되어 싸늘히 날아온다.


사업자를 냈다고 해서 알아서 따라오는 것은 없다고 보면 된다.

다 챙겨야 하고 준비해야 한다.




2. 무자본 창업은 없다.


괜찮은 노트북 하나 사더라도 200만 원 이상.


사무실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공유 오피스 1인실 서울 도심권은 최소 40만 원 이상.

경기도 권에서도 공실을 찾기 쉽지 않다.


창업을 하기 위한 돈만이 창업자금이 되면 안 된다.

내가, 또 우리 가족이 최소 6개월은

생존할 수 있어야 하는 돈이 필요하다.


설사 그것이 마이너스 통장이라도.

그렇지 않으면 시작도 하기 전에 감정이 흔들릴 수 있다.


생활비와 창업자금은 분리될 수 없다.

이래저래 돈 들어간다.

(그걸로 흔들릴 것 같으면 시작도 하지 마라.)




3. 폼나는 사무실은 마음속에만 두어라.


창업을 선언하고 한 달 동안 사무실이 없어서

동네에서 제일 싸고 넓은 (눈치 덜 보는)

커피숍을 나갔다.


정말 간신히 구한 사무실.

기억에 월 30만 원이었던 용인 소호 사무실.


평수라고 할 것도 없이 책상 하나와 의자 놓으면 끝.

햇빛 전혀 없는 공간.

너무 작아서 히터 때문에 매일 목감기를 달고 살았다.


하지만 너무나 행복했다.

내가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이.


잊지 말자.

일할 공간은 자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사무실 크기는 사업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다.


사진에 보이는 공간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많은 것을 만들었다.




4. 시간, 지킬 앤 하이드.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면 여러 책임이 필요하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시간'.


시간을 어떻게 쪼개고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많다.

당장에는 결과물의 양과 질이 달라지고

나중에는 매출이 달라지며 마음의 평화가 좌지우지된다.


서울로의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고

가족을 더 챙기기 위해 집 근처 사무실을 얻었다.


그럼에도 새벽 5시에는 사무실에 출근했다.

새벽형 인간이라 가장 집중이 잘 될 때를 활용했다.


남들 출근하는 아침 9시가 되면

뿌듯함을 고 커피 테이크 아웃하러 나갔다.


그렇게 시간 근육을 계속 키워나갔다.


눈 떠 있는 시간을 분자 단위로 쪼개서 쓴다고 생각해라.

그렇게 해도 의도한 대로 진도가 나갈까 말까다.


시간.

여러분의 훌륭한 친구도,

참혹할 정도로 냉정한 처단자도 될 수 있다.




5. 때문에라는 것은 없다.


정직한 것은 영업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사업자는 결과에 대해 온전하게 100% 책임을 져야 한다.


이유가 붙으면 한도 끝도 없다.

'탓'을 하는 것이 정말 위험한 것은,

그것이 마음속에 균열을 만들기 때문이다.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의
모든 책임은 100% 나에게 있다.

30살까지의 내 좌우명이었는데,

400여 일 동안 정말 많이 느꼈다.


연탄재를 탓하지 마라.
너는 스스로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회사와 같이 통제나 규율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 스스로 아주 많이 떳떳해야 한다.



 

6. 외로움이 가장 큰 친구다.


푸념을 늘어놓는 시간도 아깝다.

푸념을 늘어놓기 위한 자리를 찾기 시작하면

시간과 돈이 멀어진다.


인디펜던트 워커.

'외로움과는 365일 썸을 탈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작가 피셜)



매월 마감 후 혼자 오후 5시에 사무실 앞 맥주집에 갔다.

처음에는 들어가는 것도 너무나 겁이 났지만

(혼밥은 익숙하나 혼술은 ㅠ)

몇 번 하다 보니 이제는 당당히

생맥 한잔에 노가리 하나를 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내게 주는 보상의 500cc 한잔과 함께

한 달을 돌아보며 계획을 짰다.


그것이 지금까지 쭉 유지되어온 내 월간 회의다.


지금부터 월간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7. 100일 동안 마늘 먹을 준비되었는가?


사업자를 내고 여기저기 미팅을 다니는 경우가 있다.


업종에 따라 필요한 것이 있겠지만

스스로에 대한 상품의 완성도와 내구성이 중요한 경우라면,

절대 미팅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


명함 주려고 미팅 잡고 별 내용 없이

"잘 부탁드린다."로 끝나는 미팅은 큰 의미가 없다.



당장에는 여러분을 찾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거기에 조급해하지 말고

나만의 '콘텐츠'를 계속 하나하나 쌓아나가자.


그럼 알아서 여러분을 찾는 연락이 하나둘씩 온다.


※ 덧붙이면 힘든 내색도 웬만해서는 혼자 삼켜야 한다.

그것이 습관이 되면 어느 순간 '투정하는 사람',

'사업이 잘 안 되는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다.

 



8. 야 너도 마케팅과 브랜딩 할 수 있어.


사업을 한다면 이제는 마케터를 겸임해야 성공 확률이 더 높다.


"난 나대로 My Way 할 테니 마케팅은 껌이나 줘!"

이렇게 생각해봤자 Frank Sinatra 형님만 좋아한다.


정형화되거나 기술, 플랫폼 중심의 마케팅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많은 예산이 필요한 마케팅, 광고를 이야기하는 것 또한 아니다.


마케팅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서

여러분의 사업에 맞는 마케팅의 결을 찾는 것.


그러다 보면 브랜딩이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페르소나라는 단어가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연결은 중요하다. 나와의, 세상과의.


9. 발명보다는 발견.


(지금도 비슷하기는 하지만)

'플랫폼'을 만들면 마치 성공할 것 같은 생각들이 있다.


하. 지. 만.

주위의 이런저런 사례나 간접 경험들을 통해

듣고 보다 보니 플랫폼은 아이디어나

만드는 자체가 전부가 아니더라.


연결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세상과 소비자에게 이로운 허브(hub)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 ICT, 기술집약적 4차 산업, 플랫폼 비즈니스..


정확한 사업 철학 없이 단지 '그럴듯해 보여서'뛰어든 이는 없겠지만,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이어야만 성공한다는 부담감(?)은 내려놓자.


익숙한 것 같지만 누구도 못 보는 기회요소가 많이 있다.

새로운 것을 발명하려고만 하지 말고 관찰하고 기회를 찾아보자.


그것이 발견의 힘이다.




10. 계속 튜닝.


사업자를 냈다고 해서 사업에만 열중하고

그 외에 것은 다 눈을 닫으면 안 된다.


마찬가지로 내가 사업을 시작했다고 해서

영업에만, 매출에만 몰두하면 안 된다.


하다 보면 부족한 것이 생기고 소비자의 목소리가 피드백된다.

여기서 닫힌 마음으로 외부 환경, 소비자 탓을 한다면

절대 그 사업은 장수할 수 없다.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것은 명사가 아닌 동사여야 한다.


계속 튜닝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나 역시 스스로 닫힌 생각에 갇혀있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다.

내 사업을 의심하고, 또 다른 관점에서 보고.

직접적 업종 외의 세상에서 힌트를 얻고자 했다.

(내 핸드폰에는 무수히 많은 화면 캡처 이미지가 있다.)


그러다 보면 한 뼘 한 뼘 나도 모르게 성장하며 단단해지는 것.

그것이 사업이 가진 치명적인 매력 중 하나인 것 같다.



엔터키를 누르는데 주저하지 말자.


사업자와 사업가 사이

400여 일 동안 수많은 희로애락이 있었고,

수많은 연결과 기회. 또 반성이 있었습니다.


운이 좋아 400여 개의 SNS 광고 콘텐츠도 만들고, 

몇몇 유튜브 채널에서 아재끼(?)를 발휘하기도 했지요.



그 사이,

사무실은 창가가 있는 1인 사무실에서 2인실,

그리고 며칠 전 개인 스튜디오 오픈까지 오픈했습니다.


1년이 넘어 생긴 나만의 작업실.



요즘 유튜브에 많이 나오는 '월 1,000만 원 매출'이

꾸준히 되려면 한창 멀었고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매출 숫자로 사업의 크기를 비교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세상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가득했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로서 크리스마스 때 선물을

제대로 사주지 못해 며칠을 마음 아파하기도 했지요.



세상에 홀로 서있던 것 같은 느낌.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는 저만의 비즈니스 세계관을 만들며

조금씩 살을 찌우는 것이 느껴지는

자연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집 근처에서 사업을 운영하면서

아이들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서울로 가는 발걸음의 결 또한 달라졌습니다.

누군가가 제게 '창업을 하는 것이 괜찮겠냐'라고 물어보면 적어도 지금의 저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습니다.


"직장인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나오는 것이 두렵지 않다면,

도전하지 않는 것에 대한 후회가 더 클 것 같다면.

도전하세요.


일단 해보세요. "



'사업의 성공'이 꼭 매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가진 마음의 방향과 명분만 올곧으면 됩니다.


준비가 되었다면 시도해보세요.

성패를 떠나 온 힘을 다해 도전하는 것 자체가

훗날 인생의 큰 씨앗이 될 수 있으니까요.


모두를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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