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진짜 삶과 연결되던 순간
그렇게 매일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하원시키던 어느 날,
당시 외국인을 보기 힘들던 동네에서,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외국인을 우연히 마주하게 되었다.
말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영어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고,
괜한 오지랖인가 싶기도 해서 결국 그냥 지나쳐버렸다.
하지만 계속 마음에 걸렸다.
등원시키고 돌아오는 길에도 그녀가 혼자 있다면, 이번엔 꼭 말을 걸어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아까와 똑같은 모습으로, 같은 자리에서 여전히 혼자 분주해 보이는 그 외국인을 다시 마주쳤다.
그 순간 영어를 떠나 그냥 '사람이 사람에게' 도움이 필요한 상황 같아서 용기를 냈다.
"Can I help you?"
그러자 그 외국인은 다다다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들리지 않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 한 마디를 건네기까지는 그렇게나 큰 용기가 필요했는데,
정작 그다음 말은 하나도 알아듣지 못해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Sorry.. pardon?"
다시 알아들어보려 조심스레 되물었고,
그 외국인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함께 보여주며 천천히, 여러 번 설명해 주었다.
나는 그제야 조금씩 뜻을 짐작할 수 있었고, 다행히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게 되었고,
그 외국인은 한국에 막 여행 온 상황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비록 나의 영어실력은 의사소통을 나누기에 많이 부족했지만,
마음을 나눈 그 순간 이후 우리는 친구가 되었고,
그 후로 약 3개월 동안 짧지만 진한 추억을 함께 쌓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 영어는 책 속 문장이 아닌, 내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언어가 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