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사람이 없으면, 사랑을 주는 게 어렵다고 한다. 나는 정서적으로 친밀한 부부의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아껴주고 사랑해야 하는지,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참 어렵다. 배워서 그나마 이 정도로 하고 있는 것이지, 내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뛰어넘어야 하는 순간들이 참 많고, 버겁다.
나에게 만족함을 못 느끼는 남편, 바쁘고 힘들면 나한테 다가오는 남편, 질투도 많고 나에 대한 소유욕, 기대와 애정이 많은 남편에게 나는 자주 지치고, 도망가고 싶어진다. 마주하고 다독여주는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하나인데, 일단은 서운 스멜이 느껴지면 감정을 차단하게 된다. 버겁고, 아직도 못채워주고 있다는 게 힘들다. 만족함이 없다는 게 화가 난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다. 잦은 피드백과 세세한 피드백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 내가 힘들다고 해도, 이게 왜 힘든지 이해를 못하니까 미치겠다.
금, 토, 일 3일 동안 싸울거리도 아닌 걸로 싸우고, 에너지를 쪽 빼고 나니까 남편이 미워졌다. 겨우 화해하고 일단락이 된 것 같은데 내 마음이 괜찮지가 않다. 이제 더 이상 쿨하지 않고, 마음에 뭐가 많이 남아있는 나. 내가 나도 좀 걱정이 되는 지점이다. 나의 정서적인 욕구는 무시되고, 그냥 살아야 하는건지... 말을 안하자니, 억울하기도 하고, 답답했다. 왜 우리는 이렇게 매일 사랑과 전쟁을 치르고 있을까. 이만하면 서로 그러려니 하면서 적당히 넘어가면 좋겠는데. 너무 시달리고 지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건 다 내 입장에서 하는 말들이다.
어제 우연히 남편이랑 패스트 라이브즈 라는 영화 일부를 같이 보게 되었다. 부부가 침대에 누워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이 좋았다. 영화 속에서 남편은 솔직하게 말했다. '당신이 나 없는 곳에 가는 것이 두렵다.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가끔씩 두렵다. 당신은 나를 크게 만들어주는데, 나도 역시 당신에게 그런 존재인지 모르겠어.' 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내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잊었나보네. 당신도 나에게 그런 존재야.' 라고 했다. 이 대화가 좋았다. 우리 부부는 많이 공감했다.
부부간의 대화는 취약성을 드러내고, 받아주는 안전한 대화여야 한다. 진실한 감정과 기대가 아니라, 보여지는 행동에 초점을 맞추면서 불화 속에 갇혀버리는 패턴은 서로를 너무 지치게 만든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뛰어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도 갈 길이 먼 것 같아 각오를 다지게 된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지낼 수 있을까? 나는 나의 욕구를 잘 표현하고 싶다. 남편에게 부지런히 요구해 볼 생각이다. 분명히 더 나아지고 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