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하게는 서운한데, 크게 보면 고마운 남편

역지사지의 지혜

by 단단

오늘은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기록하고 싶다. 남편과 나는 참 다르다. 오늘도 한번 느꼈지만, 남편은 주장성이 강하고, 에너지가 많고 나는 그에 비하면 주장성이 약하고, 에너지가 없다. 이런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건 그가 보기에 나는 긴장, 경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상황에서나 활기 있고, 자신 있어 보이며 상황을 즐긴다. 나는 이런 그가 신기하게 보이기도 한다.


어디 그뿐이랴. 남편은 굉장히 사고형이다. 감정이 없는 사람은 아닌데, 가끔 보면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어떤 슬픈 감정, 상상하기도 싫은 순간에 도망치는 모습을 보인다. 이해하지만 나는 그 순간에 느낌을 함께 나누길 원하는 것이다. 마음을 공유하고 싶은데 순간적으로 다른 화제로 돌려버리는 것을 보고 빠른 처세에 놀랐다. 사고형 남편은 내 마음을 보기보다는 상황을 해결하려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마상’을 입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 감기로 둘 다 아팠다. 나도 아파서 상태가 안 좋으니 여유가 없겠지만, 남편은 아프면 깊은 한숨을 쉬며 집안 분위기를 긴장되게 만든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의도한 게 아니고, 눈치 보는 내가 있을 뿐이다. 나는 서운하고, 답답하고 못마땅한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야기할 타이밍이 아니니 말은 못 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감정이 안 좋았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가 취약할 때인 것을 나는 얼마나 인지하고, 수용하고 있는가? 내가 남편에 대해 어떤 걸 불만 삼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나쁜 사람’인 것도 아니고, 그가 ‘고마운 사람’이라는 사실도 달라지는 게 아니다. 작게 보면 서운하지만, 크게 보면 고마운 사람이기 때문에 나의 불만들을 내가 삭이고, 소화시키는 게 가능해졌다.


그리고 뭐, 나만 그럴까? 그는 나한테 서운한 게 없을까? 마찬가지일 것이다. 못마땅한 게 왜 없겠는가. 그럼에도 사랑하는 아내로 여겨주고, 헌신해주고 있을 것이다. 그도 하고 싶은 말을 참으며 넘어가는 순간이 왜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겸손해진다.


결혼 생활과 부부 관계란 상호적이다. 상대방의 눈에 있는 티클은 크게 보이고, 내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는 게 사람이다. 상대방에게 탓을 돌리며 변화를 촉구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쉬운 일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진짜 생긴 대로 살면 답이 없다. 서로 남 탓만 하면서 시간을 허송세월하겠지. 인간의 이기심, 자기 중심성이라는 본성을 거슬러 살 때, 관계의 성숙과 기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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