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 오픈 3개월 차 소진이 찾아오다.
심리상담소와 책방을 겸한 공간을 오픈한 지 3개월이 지났다. 걱정과 고민이 많고, 머릿속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시간을 보냈다. 오픈 전부터니까 한 5개월을 그렇게 주야장천 달렸다. 게다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오픈하자마자 신규 상담 문의가 있어서 바로 상담소가 돌아갔다. 진짜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내담자들이 찾아와서 나를 신뢰하고 열어주는 마음에 감사하고, 그들이 꺼낸 마음이 조금씩 단단해지는 것을 볼 때, 그들이 힘을 얻어서 일상으로 걸어 나갈 때, 보람을 느낀다. 부족한 순간에도 공부하면서 내담자를 진정성 있게 대하고 만나는 나 자신에게도 고맙다. 매 순간이 기적같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오픈하자마자, 책방 공간에서 그림책 테라피를 열었는데 '사람들이 안 오면 어떡하지?'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매회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모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림책테라피 선생님과 협업도 나름 성공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선생님이 준비해 오신 그림책과 활동들이 사람들의 마음에 좋게 작용하는 것을 볼 때, '이거지~~' 하고 마음이 흡족했다.
또 우리 상담소와 책방에 '초등생을 위한 보드게임+그림책 테라피' 수업도 열리는데, 모집에 애를 먹다가 처음에는 우리 아이들과 친구들로 체험 수업을 열고, 이후에는 인스타그램과 스레드로 연결된 친구들이 찾아와서 2,3월 매주 수요일 오후에 모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선생님도 이 일에 진심이시고, 참여한 아이들이 재등록할 정도로 좋아했다. 이 모든 것이 정말 기적 같았다.
오픈하고 나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주었다. 지인들부터, 인근 지역에 계시는 상담사 선생님들도 방문해 주셨고 축하해 주셨다. 또 잘할 거라고 격려도 많이 해주셨다. 이래저래 바쁘게 오픈 초기의 시간들이 채워져 갔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뇌... 사람들의 기대도 부담으로 다가왔던 건지, 신체적, 정신적으로도 소진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소진을 인정하지 못했다. '아니, 내가 지금 이렇게 지쳐할 땐가? 응? 열심히 해야지? 왜 아무것도 하기 싫지? 왜 무기력하지?' 하면서 나 자신을 질책했다. 그리고 얼른 이 납득이 안 되는 상태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왜 내가 상담소를 차린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데, 마음이 내키지 않는 걸까? 지쳐서? 나도 알 수 없는 이 상태를 잘 들여다보고 싶어서 교육분석을 시작했다. (교육분석 = 상담사가 슈퍼바이저에게 받는 상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내 노력에 대해서 인정하지 못하는 마음, 부족하다는 생각, 등등이 속에서 부대껴 '자신감 없음'이라는 빌런으로 찾아왔다. 내 인생 시나리오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이 놈은 이야기가 재미있어지려고 하면 찾아오는 빌런이다. 어느 때와 같이 이 빌런을 잘 맞이하고, 넘어서는 게 주인공인 내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 다행히 슈퍼바이저가 내 마음을 반영해 주셔서 선명해지고 있고, 돌봐지는 에너지로 인해 조금씩 회복되어가고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구만리,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디딘 나다. '100명의 상담사가 있으면, 100개의 길이 있다.'이 것이 내가 이 공간을 오픈하는데 결정적인 문구였다. 나의 공간을 마련해서, 사람들을 이리로 초대할 수 있다는 게 안정감을 준다. 내 공간이기 때문에 한껏 발휘할 수 있는 자율성이 가장 마음에 든다. 오픈과 함께 시작되는 불안은 어쩔 수 없겠지만 나의 불안을 끌어안고도, 나를 이완시켜 가면서 이 길을 기쁘게 만끽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