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담자 각각에 맞게 튜닝되는 나

정상인가요?

by 단단


심리상담 장면에서 상담자와 내담자가 만날 때, 내담자가 상담자를 보면서 자신에게 중요한 대상을 떠올리게 되고 그에 따른 감정을 경험하는 것을 전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상담자와 만나서 상담을 할 때, 상담자에게서 비판적이고 공격적이었던 아버지를 떠올리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한 채로) 상담자와 관계에서 아버지와의 관계가 재현되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역전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내담자를 보면서 상담자가 경험하는 정서적 반응들을 의미한다.


상담장면에서 전이와 역전이는 상담에서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상담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초심 상담자는 전이, 역전이를 잘 알아차리고 내담자의 감정을 잘 담아내주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 투사적 동일시… 하면 뭐… 진짜 이게 애초에 누구 감정인지도 모르는 혼란스러움 그 자체를 경험할 수도 있다. 상담사의 미해결 된 감정들이 어떤 내담자를 만나서 활성화가 되었을 때 상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끊임없는 자기 분석이 중요하다.


오늘은 내담자마다 각각 참 다른 나를 불러일으킨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로 기록해보고 싶어졌다. 그러니까, 나의 역전이에 대해서 탐구해 보기 위한 글이다. 앞서 말한 대로 내담자와 상담자는 현시점에서 만나 상담을 하지만, 과거의 수많은 경험과 감정들이 켜켜이 쌓여있는 채로 만나기 때문에 상담장면에서 여러 감정반응이 나타난다.


나는 어떤 내담자 앞에서는 엄청 차분하고 침착한 심리상담사 이 모 씨가 된다. 이성적이지만, 따뜻하고 충분히 듣고 이해하려고 하는 인내력 있는 전문가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상담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내담자를 오랫동안 매주 만나다 보면 인간적으로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훅 들어올 때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좀처럼 내담자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느끼기 어려운 경우다. 이런 나의 감정을 통해 나는 내담자가 상담실 밖에서 어떤 대인관계를 맺으며, 어려움을 겪었을지에 대해서 이해해 볼 수가 있다. 그는 유독 대인관계에서 외롭고, 상처가 많은 내담자였다.


또 다른 내담자 앞에서는 내가 내담자에게 통제받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내담자를 만나기 전에 긴장되고, 왠지 모르게 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낀다. 내담자의 강한 주장과 요구사항, 상담자를 통제하려고 하는 시도에서 정신을 차리고, 그의 구조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녀가 왜 이런 방식으로 초면부터 나를 통제하려고 하는지 궁금해하기보다는, 그의 요구사항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긴장하고 있다. 이런 나를 알아차리면, 그녀가 무엇이 두려워서 힘을 과시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탐색하기로 에너지의 흐름을 이동시킬 수 있게 된다.


최근에 만나고 있는 내담자는 내가 아무리 공감하고, 그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도 이런 노력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려온다. 한 시간 동안 여러 이야기를 나눠도, ‘과연 그럴까요?’ 하면서 아리송 해하고, 나의 해석과 공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한주가 지나고 다시 만났을 때도 여전히 자책과 자기 비난으로 돌아간 채로 돌아온다. 이렇게 주어진 회기가 다 끝나 버릴까 봐 마음에 조급함과 불안함,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내가 더 많이 책임지려고 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나의 이런 조급함이 자신에 대한 온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미처 되지 않은 내담자에게 자칫 부담이라는 무게로 작용할까 봐 두렵다. 나의 속도를 조절하고, 천천히 깊이 접근해 나갈 수 있도록 완급 조절을 하겠노라 다짐하고 상담에 임한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 속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을 테니까. 아직 변하고 싶지 않을 수 있으니까.


이밖에도 수동적인 내담자를 보면, 내가 분위기 메이커가 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의존적인 내담자를 보면 내가 버텨주고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금세 소진되어 버린다. 나의 이런 패턴은 내담자의 수동성을 더 유지하게 만들고, 의존성을 더 부추기게도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담자의 패턴을 수정하기보다는, 강화하는 꼴이 되고 만다. OMZ


일방적으로 많은 말을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내담자를 만나면 지루해지고, 사건을 나열하듯이 감정을 배제하고 이야기하는 내담자를 보면 나 역시 같이 무정해지기도 하고, 어떤 내담자를 보면 저항감이 들기도 한다. 인간적인 나의 선호, 호불호가 나타나는 지점들도 있다. 나는 다 다른 모습으로 각각의 시간에 임하고 있다. 내담자의 상담 목표, 주호소 문제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튜닝되는 나, 이런 나는 정상인 걸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상담은 기계적인 치료가 아니라, 관계를 기반으로 한 정서적 만남이기 때문에 일관될 수 없는 것이다. 내담자의 성향과 상호작용 방식, 상담목표에 따라 다르게 조율될 수밖에 없다. 건강한 유연성을 발휘하고 자신의 감정을 의식하고 관리하는 것이 전문성의 한 부분이라, 역시 자기 분석과 정기적인 슈퍼비전, 동료 슈퍼비전이 중요하겠다. 상담 과정 중에 자기 인식을 높이고, 자기반성을 통해 대처방법을 모색하고, 세션마다 다른 모습으로 내담자의 필요와 특성에 맞게 개입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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