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
최근에 교육분석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가족 이야기, 지금은 초심상담사로서 겪는 고민, 고충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자꾸 자격이 없고, 부족하다는 생각이랑 싸우느라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심리상담사로 살아가면서, 남들보다 일찍 개업을 했다는 것 때문에 드는 생각이다. 어디 소속되어서 일을 하고 있었다면 아마 이런 생각과 씨름하는 것도 덜 했을 텐데. (아마도?)
다른 사람들은 저 연차에 좀처럼 엄두를 내지 않는 ‘상담센터 개업’을 겁대가리 없이(?) 했다는 것이 개업하기 전부터 망설였던 요인이기도 했다. 업계 사람들의 평균을 난 정확히 알지도 못하지만, 계속 의식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건지, 어떻게 떨칠 수가 있을지, 누구랑 이야기를 나눠야 해소가 될지도 모르겠어서 혼자 끙끙 앓고 있었던 중이었다. 업계 사람이 아니고서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할 거니까.
슈퍼바이저 선생님과 내가 왜 개업하게 되었는지 일련의 과정을 이야기 나눴다.
심리상담사로 살아가기 전에 이미 나는 ’ 엄마‘로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할 수 있는 자율성이 있는 환경을 원했다는 것, 그래서 자율성이 있는 프리랜서 상담사로 살아갈 생각이었고, 생계전선에 뛰어드는 각오보다는 소소하게라도 의미 있는 일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다는 것, 그리고 대학원 입학 전부터 상담의 문턱을 낮추고 싶어서 책방의 형태를 오랫동안 꿈꿨다는 것, 상담사의 처우가 열악하다고 소문이 난 업계 현황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고, 상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하루에 7-8 케이스씩 주 5-6일을 일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고… 나만의 색을 잃고 싶지 않아서, 개업을 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개업을 늦추자’라고 끝까지 고민하던 내용인 즉, 상담사로서 경력이 10년 정도는 있어야 개업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자꾸 자격이 부족하다, 경험과 실력이 아직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이 스스로 불안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랑 연결되는 것 같아 막상 오픈했는데도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비어있음의 공포’라는 말로 내 감정을 적확하게 공감해 주셨다.
그리고 선생님은 ‘선생님이 사기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자격이 더 필요한 건데? 선생님이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끄떡끄떡 맞죠). 그리고 ‘선생님 자신을 상담의 도구로서 잘 닦아가기 위해서 이렇게 지속적으로 수련을 받고 있는데 얼마나 정직하고 아름답나요.’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다른 건 몰라도, 정직한 것은 내가 나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 그렇지. 나 진짜 자기 검열 심하지… ㅎ‘ 다른 사람들의 노력은 인정하면서, 나 스스로의 노력은 우습게 보는 것, 또 그러고 있네 알아차리면서 그 회기가 마무리되었다.
선생님이 남들보다 10년 앞서서 만들어가고 있는 거라고 잘한 결정이라고 이야기해 주셨을 때 힘이 많이 났다. 선배 상담사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개업한 것이 ‘나대는 것’이 될까 봐 업계에서 견제, 비난, 비판, 미움받을 것 같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래서 개업을 했으면서도 조용히, 티 나지 않게 존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1년 전에 ‘2급은 개업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던 상담사를 만났었다. 그러고 나서 1년 뒤에 상담소를 개업했다. 그 목소리가 내내 나를 찌르는 바늘로 남아있었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든 한다. 사실 그 사람의 목소리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니까. 100인의 상담사가 있으면, 100개의 길이 있다는 것을 새기면서 내가 꿈꾸는 것을 앞당기는 힘이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완벽주의는 아닌데, 완벽한 책임감 ’ 주의‘는 있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마음에 대해서 논하려면 적어도 그만한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나의 높은 기준이 있다. 그러니 이 책임감 때문에 내가 짓눌리게 되니, ’ 주의‘해야 한다. 완벽한 책임감을 ’ 주의‘하자. 불완전할 용기를 내고, 계속 성장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 완벽한 ‘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