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담자와 속도를 맞추기
상담사로서 내담자의 주호소 문제를 듣고, 같이 공감하면서 마음을 탐색하고 성장을 향해서 조력하다 보면 과도한 책임감이 들기도 한다. 내가 잘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나를 짓누를 때가 있다. 상담의 성과를 보여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나기도 하고, 그럴듯한 회기 진행이 되지 않으면 내담자가 먼저 나를 포기할까 봐 두렵기도 하다.
어쩔 땐 내담자에게 미안했다. 내담자와 함께 상담목표를 정하고, 변화와 성장을 향해 나아가면서, 나의 조급함이 그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했다. 그래서 사과하기도 했다. 당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타자들에게 들어왔던 이야기, '넌 문제가 있다. 좀 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 조차도 반복한 것 같아서 미안했다.
말로는 있는 그대로 소중하고, 당신만의 이유가 있을 거라고, 그리고 당신만의 이야기를 듣고 싶고, 당신만의 이야기를 살아가야 한다고 격려하지만, '상담목표'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그의 속도보다 더 앞서나가진 않았는지를 생각해 본다. 그렇게 이불킥의 밤을 보낸다.
불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내담자가 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이다음에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면, 아찔하다. 그에게 도움이 될 때까지 상담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내 마음, 내담자가 나를 믿고 계속 상담에 와주길 바라는 소망, 나의 간절함이 내담자에게 무게가 되고 독이 될까 봐 조심스럽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정말 잘 돕고 싶고, 내담자의 안녕을 깊이 생각하는 마음이 그에게 힘이 되고 용기로 작용하면 좋겠다.
나는 내담자들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가? 내담자는 본인의 삶의 전문가다.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주체자로서, 내게서 얻은 수용과 격려, 얼마간의 도움을 힘입어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는 힘 있는 존재다. 그런 사실을 기억할 때, 상담자와 내담자와의 치료적 협력관계에서 내가 가진 힘을 빼고, 그들을 믿고 의지하면서 같이 버텨나갈 수 있게 된다. 나보다 그들이 자신의 삶에 진심이니까.
어떤 내담자는 빨리 변화를 만들어내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어떤 내담자는 아직 변화 동기가 약하기도 하고, 갈팡질팡 헤매고 있지만 나를 잘 돌아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동료 선생님들이랑 대화하면서, 중심을 잡기도 한다. 1주일이 지나고, 그가 상담실에 들어올 때 반갑게, 그리고 다시 처음의 마음을 준비하고 만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