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비난의 수렁에 오래 빠져있다면
내담자가 자꾸 나의 공감을 거절한다. 내가 그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을 표현하면 손사래를 치면서 아니라고, 아니라고 하는 내담자가 있었다. 어떤 마음인 걸까? 자신이 하는 말조차 믿을 수 없고, 상대방이 주는 호의의 마음도 받아내지 못하고 자책으로 이어지는 그의 삶이 안타까웠다.
부모가 뭐길래
부모와 자녀 간에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는 상당히 진하고, 질기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양육의 영향이 그림자가 되어 살아가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존재 자체로 지지받은 적이 없는 그는 상대방의 호의조차 믿을 수 없는 연약한 관계 기반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부모가 보여준 삶의 모습, 삶의 태도가 그의 미래를 그릴 수 없게 했다. 자녀가 자신의 부모 이상의 삶을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부모가 여전히 수렁에서 살아가고 있다면 아이는 자신의 미래를 밝게 조망하기가 어렵게 된다. 부모에게 너무 가혹한 면이 있는 말이지만, 부모는 자기 삶을 살아갈 때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소중한 가치인지, 잘 가고 있는지 늘 자신을 돌보고 돌아보면서 살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삶이 선명하지 않은 삶은 그 자체로 불안이고 고통이다.
누군가를 나를 깊이 사랑하기는 할까, 내가 누군가를 끝까지 사랑하기는 할까, 나에게 미래가 있을까, 난 뭘 잘할 수 있을까? 지난 후회는 어떻게 떨쳐버릴 수 있을까?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할까? 나이 들면서도 비참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 삶에서 소속감을 찾아볼 수 없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 이 슬픔을 다른 어떤 것과 비할 수 있을까.
상담은 그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난 그에게 어떤 대상이 되어줄 수 있을까? 그가 경험하는 우울, 무력감, 무망감, 자기 비난의 아픔을 선명하게 하고, 같이 나누고 공감하며, 위로하며, 그가 자신의 편으로 돌아서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서기까지… 그 여정을 같이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