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하는 일상 ㅣ 사랑이 확장되는 중
유치원 다녀와서 목욕하라고 했더니 은재가 목욕하기 싫다고 하면서, “엄마가 우리 목욕하는데 옆에 있으면~ (목욕하지)” 라며 조건을 붙이는 거다.
하지만 애들이 하원하고 집에 와서 목욕물에서 노는 동안, 나는 할 일이 아주 많~다. 장 본 거 있음 정리하고, 입었던 옷 정리하고 빨래통에 넣어두고, 애들 가방 정리하고, 설거지통에 넣고, 갈아입힐 옷 속옷 세팅해 놓고, 또 애들이 물에서 잘 놀면 조금 쉬기도 한다. 근데 나는 그래야 되는데, 은재는 나를 옆에 꼼짝 앉혀두고 싶어 하는 거다. 엄마껌딱지!
물론 내가 할 일 하느라 은재가 “이제 (물밖로) 나가고 싶어요!” 할 때, 바로 응대하지 못할 때가 있다. “어~ 잠깐만!” 이렇게.. 허허. 그래서 은재가 왜 그러는지 알긴 하겠는데, 엄마를 너무 원하고, 특히 내가 힘들어하는 포인트 ‘나를 통제하는 것’ 그래서 나 또 버럭(?) 했다.
“아니 은재야! 엄마 할 일 많은데 그럼 이건 다 누가 정리해. 엄마가 안 하면 누가 하냐고요~~~~”
그리고 갑 분 싸...
아 뿔 싸.
정적이 흐르고
주변정리를 하고..
현타가 오고..
다시 차분하게 이렇게 말했다.
“은재야 엄마가 할 일 하는 시간을 줘야 해. 엄마 옆에 계속 앉혀두려고 하면 엄마가 힘들어ㅡ 할 일 다 하고 와서 있을게”
“엄마, 나 아까 ㅡ 할 일 다 하고 오라는 뜻이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은재의 눈을 딱 봤는데, '엄마, 나는 엄마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야. 엄마가 다정히 말해주면 이해할 수 있고, 기다릴 수 있어. 나를 혼내지 마 ㅠ_ㅠ.' 이런 느낌이었다. 후우 - 아이들은 너그러운데, 나는 너그럽지 못할 때가 많다. 생각해 보면 내가 사랑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나를 더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뭐가 그렇게 바쁘고 분주해서 버럭 했을까? 나는 왜 함께 있으면서도 혼자 있고 싶어 할까.
은재야 사랑해ㅡ
엄마아빠한테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너의 마음이 읽힐 때마다 엄마가 최선을 다해 안아줄게!
첫째라는 이유로 다그치지 않으려고 노력할게ㅡ
너의 짜증과 투정 안에서도 너의 피곤함을 보고, 한번 더 참을게.
위로받고 싶은데 표현 서투른 걸 이해할게.
"엄마 일찍 데리러 와."
"안돼. 네시에 가야 돼 엄마도 할 일이 있어."
"그럼 엄마! 오늘 하원하고 킥보드 타고, 화온이 데리러 가면 안 돼?"
"그건 엄마가 상황 봐서, 가능하면 그렇게 할게."
그리고, 하원할 시간 되면 차를 끌고 갈까 하다가 살짝 고민돼 된다.
‘은재가 원하는 대로 해줄까. 하지만, 차 타고 가면 편한데...'
그리고 결국 킥보드 두 개를 끌고 은재 유치원으로 앞으로 간다.
“은재야 엄마 걸어왔어!
네가 아침에 화온이 한 테 킥보드 타고 데리러 가자고 했잖아”
엄마가 너의 마음을 존중해
엄마가 너의 이야기를 경청해
엄마는 네가 기뻐하기를 원해
이 마음을 담아서.
사랑이 이런 거구나.
은재가 힘들고 어렵게 느껴졌던 날들이 있었는데
그 어려움을 넘어서, 사랑하는 지경에 다시금 이르렀다. 이래서 사랑은 자기 부인이다.
나를 낮추고, 나를 비우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