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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익 Jun 12. 2023

초2, "엄마 우리 집은 몇 평이야?"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어느 날 학교를 다녀온 은재가 저녁 시간에 나에게 물었다. 우리 집이 몇 평이냐고. "응, 갑자기?" 25평이라고 대답하자 은재가 "아 나도 30평에 살고 싶다. 내 친구들은 삼십몇 평 이래."라고 대답했다.


"아, 은재야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집 너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어?"


"응. 선생님이랑. 학교가 몇 평인지, 평이라는 거 얘기하다가 그랬는데 나는 우리 집이 몇 평인지 몰라서 말을 못 했어."


"아, 그랬구나."


"은재야, 우리 집이 25평이잖아. 그런데 우리 집은 그전에 비해서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게 된 거야. 화장실도 하나 더 있고, 방도 하나 더 있고. 예전 집 기억나지? 은재가 5살 때까지 살았잖아."


"응. 기억나지. 그 집은 몇 평이었어?"


"그때는 한 18평 정도?"


"에. 진짜?"


"그때에 비하면 엄마는 너무 좋고 감사해. 우리 집이 너무 좋아.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더 넓은 집, 더 깨끗한 집 살고 싶어서 불평, 불만을 갖게 돼. 만족하는 마음을 잘 지키는 게 정말 어려운 거야."


"응. 그리고 ㅇㅇ이네 집은 18평보다 더 작았잖아."


"맞아. 그때는 ㅇㅇ이네가 더 작은 집에 살았었지. 30평 대 사는 사람도 있고, 40평대 사는 사람도 있는데 어떤 사람은 10평대에 살고, 어떤 사람은 빌려서 사는 사람도 있어."


"맞아. 엄마 그리고 빌라에 사는 사람들도 있지?"


"응, 빌라도 알아? 빌라도 있고, 주택도 있고 다양하지. 은재야- 만약에 10평대에 사는 친구가 있었다면, 그 친구는 학교에서 친구들이 집 너비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마음이 어땠을까?"


"응 그래서, 선생님이 집 크기를 친구들끼리 비교하지 말라고 하셨어."


"아 그랬구나.(여기서 안심했다)"


"응, 만약 그런 친구가 있으면 나도 집 빌려서 살았었다고 말해줄 거야."


"오. 그럴 거야? 그리고 은재야 집이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에 사람들이 행복하게 서로 아끼면서 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지. 그건 진짜 더 어려운 거거든."







아이와의 대화 속에서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말로만 들었던 집 평수 이야기 아이들이 정말 학교에서 한다더니 진짜 그런 날이 왔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은재는 바깥세상에서 많은 것을 보고 접한다. 다양한 가치관을 접하게 될 거고 앞으로는 무엇이 옳은지 혼란스러운 때도 올 것이다. 엄마의 가치관을 바로 정립하고, 아이에게 물려주는 일이 중요해지고, 게으를 수 없고, 방심할 수가 없다. 아이의 질문에 늘 대답할 수 있는 준비, 그게 아니더라도 같이 고민하고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삶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나만의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오늘 집의 평수에 대한 문제는 내가 이미 결론을 가지고 있어서 대처할 수 있었다. '올 것이 왔다. 지금이 기회다.'라고 생각했다. 나의 답은 자족이다. 자족하는 마음은 어떠한 형편이든지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풍부하거나, 비천하거나...


20평 대에 산다는 것 때문에 은재가 주눅 들지 않게 하기 위해(?) 이런 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형편의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고, 그런 것으로 사람들을 다르게 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의미가 있다. 우리 주변에는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 많이 갖지 못해서 불평하는 마음이 틈타기 전에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부요한 마음을 가지고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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