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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익 Jun 18. 2023

알면 사랑한다.

육아하면서 책을 읽는 이유

알면 사랑한다.

그 말이 참 좋다.


대부분 몰라서 오해한다.

내가 너의 그 부분을 알기 때문에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이다.



육아를 하면서 더 그렇다. 아기를 처음 만났을 때 아기의 울음소리를 통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하다. 나는 이때 울음분석기를 잘 활용했다. 정말 정확히 분석해 내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지금 먹일 때인지, 기저귀를 갈아줘야 할 때인지, 안아주고 달래야 할 때인지를 알려주면 그대로 하면 되니 편했다. 아이에 대해서 알아가는 일은 나의 세계를 넓혔다. 아이가 어떤 하루 일과를 보내는지, ‘똑게육아’를 보면서 열심히 공부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그 길을 제시했다. 아이와 나와 함께 만든 안정적인 일과는 아이를 예측가능한 편안함을 경험하게 했고, 엄마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만약 내가 아이에 대해서 알고, 아이에 맞는 일과를 꾸리지 않았다면 아이의 울음에 아마 불안, 무기력이라는 감정 스위치가 켜졌을지도 모른다. 임기응변식의 급급한 육아를 하다가 지쳐서 언제 나가떨어지는지는 시간문제였을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손에서 책을 떼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읽은 육아서가 몇 권이나 될까? 5살이 될 때까지 적게 잡아서 한 달에 2권씩만 읽었다고 해도 24*5 = 100권이고, 그 뒤로는 한 달에 1권이라고 해도 벌써 200권 가까이 읽었을 것이다. 그렇게 계속 책을 읽을 일이 있느냐고?


그렇다. 아이들은 성장하는 시기마다 새로운 발달 과업을 맞이하게 된다. 그때 부모가 해줘야 하는 역할이 있다. 그 발달 과업에 맞는 성장을 해내도록 알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이다. 알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은 계속된다. 초등학생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주도성이 자라고, 근면성이 발달하는 이 시기에 아이가 겪어내며 발달을 이루도록 알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엄마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순간순간 엄마의 불안, 걱정이 통제와 간섭으로 아이의 발달을 저해하게 된다.


때로는 아이의 고집과 주장에 지치고, 무례함에 같이 화가 치밀고, 내 아이지만 입에서 육두문자 나올 때가 있다. 우리 집엔 그런 아이가 있고, 안 그런 아이가 있다. 그런 아이는 엄마를 기도하게 하는 아이고, 공부하게 하는 아이다. 늘 연구대상이었던 그 아이 덕에 나는 아이 때문에 화가 나고, 무기력하고, 답답해지는 내 감정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었다. 아이는 나를 성장하게 한다. 그래서 고마운 존재다. 안 그런 아이는 안 그런 아이대로 엄마에게 힐링을 주는 소중한 존재. 너라도 … 안 그래주니 얼마나 감사한지.






알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내가 모르는 게 많아서, 이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알고 싶어서 , 아이가 왜 그런 건지, 내가 왜 그런 것인지 책을 통해 알아간다. 그렇게 되면 임기응변식 육아, 즉 반응하기 급급한 육아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할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주도권을 가진 육아를 한다. 이러면 엄마 마음이 한결 평안하다. 대처방법을 세팅해 놨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떤지 아니까, 감정적인 반응을 덜 하게 된다. 이래야 엄마의 권위가 바로 선다. 아이의 희비에 같이 휘둘리는 엄마는 아이에게 안전하고, 단단한 품이 되기 어렵다. 엄마는 아이가 어떠하든지, 영향을 최소한 덜 받으려고 노력한다. 이걸 도와주는 게 나에게는 책이었다.



알면 사랑한다.


아이가 지금 어떤 단계인지

어떤 내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나는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지

내가 어떤 마음 때문에 어려운지

나는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지

어떤 양육을 받았고, 어떤 양육을 하고 있는지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은 어떤 것인지


책에는 무궁무진한 답이 있고 길이 있다.






책을 읽지 않는 엄마들이 많다. 안타깝다. ‘책을 읽어봤자 그렇게 살지 못하면 죄책감만 드는데?’, ‘책은 나랑 안 맞아.’, ’ 나는 책을 아무리 읽어도 달라지지 않던데,‘ 등등 이건 그 엄마만이 가지고 있는 핵심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육아가 자신의 무가치, 무능력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책을 멀리하게 되는 것이다. 육아는 나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내 능력을 자랑하기 위한 도구도 아니다. 귀한 생명을 살리며, 공존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생명의 경이로움에 감탄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나도 소중해지고, 아이도 소중하고, 세상의 생명이 소중해진다.



그러니까, 지금 귀한 생명과 함께 있는 엄마들은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통해 나를 읽고, 아이를 이해하고 더 사랑할 수 있도록 자신을 확장시켜가야 한다. 책을 살아낼 때 엄마는 놀랍도록 변하고, 아이에게 물려줄 유산이 넘쳐나는 엄마가 되어있다. 세상이 이런 엄마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다음에는 좋은 육아서를 고르는 법, 남편과 함께 책 읽기, 남편과 공동육아하기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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