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나를 수용할 용기

초심이라서 아름답다.

by 단단

상담 10년차, 20년차 선생님들의 빵빵한 프로필을 봤을 때 자꾸만 주눅이 들었다. 내게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 아직은 내세울만한 '시간'이 없다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시간이 없으니, 조급했고, 지나간 시간들이 너무나 아쉬웠다.


그러다가 한번씩 그런 종류의 열등감이 훅 튀어나올 때가 있다. 가족상담 문의를 받았는데, 내가 맡아서 잘할 자신이 없었다. 상담소를 운영하는 개업상담사로서 찬밥 더운밥 가릴 때냐, 아니면 못먹어도 일단 고 해야하는 거 아니냐 하는 내면의 소리도 있지만, 윤리적으로 내담자에게 유익이 되는 방향을 우선으로 생각해야한다는 조항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경력이 많으신 선생님을 소개시켜드렸다.


자기의 한계를 잘 알고 윤리적인 판단을 잘 내리는 것도, 상담 케이스를 진행하는 것도 전문성의 영역이다. 아직 그런 상황들도 매우 낯설고 혼란스럽지만, 내가 내린 판단(다른 선생님 소개해드린)에 대해서는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그렇게 해놓고도 스스로 잘했다고 격려하기 보다는 '자신없음', '부족함'이라는 열등감이 불쑥 올라와서, '그러면 너는 대체 언제 가족 전체를 만날건데? 네가 생각하는 준비된 때는 언젠데? 너 자신없어서 도망가는거 아니야?' 라는 비난의 목소리 또한 들려온다.


예전에 SNS에 초심상담자라는 단어를 썼다가, 지운 적이 있다. 나는 나 스스로를 그렇게 네이밍 하는 것에 대해서 부끄럽지 않았는데, 한 선생님이 그 단어가 내담자들이 봤을 때는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이야기 하셨다. 그 선생님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주신 건데, 그때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부끄러움을 느꼈다. 초심 상담자라는 건 나 혼자 간직해야하는 것인데 그걸 드러내다니.. 세상 물정 모르는게 아닌가 하는 나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 들었다.


그 뒤로 나는 있어보이려고 해야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아니 정확하게는 '초심'의 티가 나지 않게 해야할 것 같은 압박이 들었다. 내담자를 안심시키고, 신뢰로운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 '초심'을 숨겨야했다. 드러내지 않으려는데 긴장이 있었다. 가진 것보다 더 뻥튀기 하는게 요즘 시대에 마케팅(원조 족발, 30년, 3대 ㅇㅇ, 가장 맛있는-)이라고 하지만, 사실 나는 그게 잘 안되는 사람이다. 자기 기준도 높고, 자기 검열도 냉정하게 하는 편이다. 내가 음식을 판다면, 그런 식의 마케팅은 못할 것.


이제 막 시작하는 상담사로서, 전문적인 판단을 내리고 책임있는 선택을 하고, 내담자의 안녕을 위해 노력할 때 경험하는 감정과 생각, 기대와 좌절, 깊은 열망 등을 꺼내보이고 싶다. 그랬더니 점점 내가 나눠지는 것 같다. 어렵고 힘든 그 자체를 숨겨야할 것 같을 때 내 마음이 더 많이 취약해지는 것 같다. 내가 늘상 자신없고, 위축되어 있는 캐릭터는 아닌데, 이상하게 '초심'상담자로서의 정체성을 나 혼자 간직할 때, 다른 사람들에겐 들켜선 안될 것 같을 때 오히려 나 스스로 부족하다는 느낌이 더 강화되는 것 같다.


그냥 나를 인정하면 어떨까? 거슬러 올라가서, 그때 내가 '음, 그래도 초심 상담자라는 것을 밝히고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이 혹 누가 보든 보지 않든, 그게 더 신뢰롭지 않겠어요? 저 자신이 초심의 시간을 잘 보내고 있다면 부끄러운게 아니잖아요.' 라고 대응했더라면 지금 좀 달랐을까? 그걸 못해서 이렇게까지 질질 끌고 있나.


'음, 이 부분은 제가 더 훈련이 필요한 것 같아요. 어 이 문제는 제게 좀 어렵게 느껴지네요. 제가 아직 상담경력이 많지 않아서, 이런 부분에서 판단을 잘 못 내렸습니다. 미안합니다.' 이렇게 인정할 수 있을까? 그런 내가 스스로 괜찮게 느껴질까? 어떤 진솔함이 내담자를 만나는 나에게 자유함을 주고, 어떤 진솔함이 내담자에게 유익이 될까?


문제는 내가 나를 인정하는 용기가 부족하다. 부족한 나를 인정하고, '이제 시작하는 건데 이만하면 잘하는 거지! 인정하는 거다.' 자꾸 10년차, 20년차 앞에 주눅들면서 내가 가지지 못한 시간을 부러워하지 말고, 그냥 정직하게 오늘의 시간을 쌓아가는 나를 기대하는 것이다. 잘하고 싶어서 그런거다. 잘 돕고 싶고, 자아 실현하고 싶고, 유능감 느끼고 싶고, 자립하고 싶고, 잘하고 싶어서 그런거다. 성장하고 싶어서 그런거다. 그런 내 마음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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