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해 주세요.

by 단단

(1인 상담소를 운영하면서 처음 겪는 일들에 대한 감정과 생각을 기록하는 글)


접수회기를 하고 나서 10회기 상담을 결제하고 가신 분이 있는데, 만나기 하루 전날 상담 취소하겠다며 환불을 요청해오셨다. 김이 샜다. 아쉬웠다. 일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속상했다. 그리고 내가 어떤 걸 놓친걸까? 내가 뭘 잘못한걸까? 아니면 상담에 대한 저항일까? 혼자서 생각이 많아졌다.


접수회기에서 신규 상담으로 이어지는 것은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만난 것처럼 기뻤고, 이 일을 지속할 수 있고, 활력이 되어서 기뻤다. 일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내담자와 첫 만남을 갖고 나서 기대되는 면이 있었다. 그런데 내담자가 일방적으로 그만두겠다고 하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보내줘야 하는 것인가?


내담자의 소통이 일방적인 것에 대해서 아쉬움을 느꼈다. 나는 나를 보호할 규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래야할 필요성을 딱히 못느꼈던 탓도 있다. 내담자의 편의를 최대한 봐드리면서 해왔다. 자기 보호가 부족했다. 규정을 만들고 안내하는 일에 서툰만큼 소홀했고, 그 결과 나는 타격을 받았다.


취소하겠다는 내담자를 어떻게 해야하는가? 붙잡아야 하는가? 한번쯤은 당겨줘야 하는가? 아니면, '네 알겠습니다. 환불해드릴게요'라고 해야하는가? 다른 직종도 아니고, 심리상담 서비스는 어떻게 해야하나? 이런 고민도 처음이다. 문자로 띡 - 환불요청한 내담자에 대한 서운하고 섭섭한 감정을 돌아볼 겨를은 없다. 어떻게 해야할지 배워야했다.


전화통화를 하면서, 상담사로서 걱정스러운 마음도 말씀드리고 어떤 부분 때문에 상담을 취소하게 되셨는지 여쭤보았다. 다 알 수 없지만, 일방적인 종결보다는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고 내담자의 입장을 들어볼 수 있으니 문자로 통보받았을 때보다 마음이 한결 놓였다.


인연이 여기까지인가보다. 아니면, 지금이 때가 아닌가보다. 모든 일엔 다 때가 있다. 그리고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런 건 당연하고. 상담은 참.. 관계적인 일이다. 그렇기때문에 마무리도 잘 짓는 것이 중요한가보다. 또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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