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그렇게 무뚝뚝한 편은 아니라네요. 참나.
남편이랑 대화하다 제 마음이 상할 때가 종종 있는데, 남편이 가슴으로 안 듣고 머리로 듣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정말 제가 이야기할 때 온갖 생각들이 들어가서, 그런 거예요. 내가 원하는 반응과 다르게, 갑자기 불안함을 전가시킨다거나… 잔소리를 하는 거죠. 남편에게 뭔가를 의논하다가, 그의 말에서 마음이 상했는데 이번엔 그가 먼저 그러더라고요. “나는 정말 이성적인 사람인 것 같아.” 속으로 ’ 알긴 아는구나, 그래 다행이다.‘ 생각했어요. 결혼 10년 차 되니까 나는 공감을 원했고, 이 사람은 공감이 잘 안 되는구나 알아차렸어요. 공감은 친구한테 받으라고도 말할 정도로 그도 노력해야 나오는 반응이었던 거예요. 서운하게만 들렸었는데, 이제는 다름을 인정할 때가 된 것 같아요.
그런데 가슴이 차갑고 머리가 뜨거운 남자는 이 남자는 한결같이 계속 저에게 애정표현을 갈구합니다. 꽁냥꽁냥한 삶을 추구해요. 연애하듯이. 결혼 10년 차에 그게 가능하긴 한가요? 사랑은 다른 모양으로 성숙해가고 있는데, 항상 부족해해요. 저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해요. 남편과 살면서 저는 굉장히 무뚝뚝한 사람이 되어있어요. 내가 무뚝뚝하다는 것도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이것도 이제는 인정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왜 저는 무뚝뚝한 아내인 걸까요? 엄마 닮은 걸까요? 공감을 잘하고, 공감을 원하는 따뜻한 가슴을 가져놓고선 무뚝뚝하다는 딱지를 뗄 수 없는 저도 이상하고, 머리가 뜨거우면서 계속 애정을 갈구하는 남편도 이상해요.
남편에게는 깔때기가 있어요. 기승전 - 표현해 줘. 바로 ’ 표현해 줘 ‘ 깔때기예요. 다른 말로는 <서운스멜>이라고 해요. 방금도 분명 화제는 내 얘기였는데, 제가 표현이 부족하다, 인정하는 말이 부족하다, 따뜻한 위로가 없다. 이런 말로 수렴되었어요. 정말 엄청난 깔때기예요. 저는 이 깔때기 스멜을 기가 막히게 잘 알아차려요. ’또 그 얘기하려고 하는구나.‘ 방금도 알았어요. ‘설마 지금 또 서운스멜이야?’
예전보다는 그래도 저를 받아들여주는 것 같기는 합니다. 덜 싸우거든요. 그 이유는 저의 태도 전환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남편의 서운스멜을 ‘왜 나를 가만 못 둘까, 뭐가 저렇게 부족해서 저러나.’ 이해를 못 하다가, ’ 그래, 그렇게 원하는데 노력해 보자.‘ 싶어서 노력을 해봤거든요. 제가 좀 노력할 때면, 남편도 알아요. 노력하는 자체에 고마워하죠.
여차 없이 가정 내에서 풀어져버린 나를 발견합니다. 남편이 이런 깔때기(서운스멜)를 풍길 때 제가 조금이라도 찡긋하거나, 한숨 쉬면 “그래, 말을 말자.” 해버리니까, 미간을 찌푸리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방금도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긴 했는데 재빨리 해명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방금 너 그렇게 하면 나 말하기 싫어져. “ 하기에 “아니, 내가 지난주에 오빠 집에 들어올 때 격하게 환영해 주자고 스스로 결심했었는데, 그게 안 돼서 또 지적을 받으니까 내가 안되니까 답답해서 그렇지. “라고 제 자신을 한껏 낮추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처세가 늘어갑니다. 훗 싸움을 피하는 기술이에요. 아니다, 미안한 마음(진심)을 제대로 전할 줄 알게 된 거죠.
정말이에요. 지난주에 큐티를 하다가 남편과 아이들에게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남편이 귀가할 때, 격하게 하이톤으로 맞이하자’고 다짐했는데 그날 하루만 그러고, 쭉 이어지진 못했어요. 휴, 저 그래도 이 정도면 깨어있지 않나요? 저 그냥 무뚝뚝하다는 딱지를 붙이고 맘 편히 살고 싶어요. 남편에게 그랬어요. “미안하다. 앞으로도 크게 엄청 변할 것 같지는 않네.” 그랬더니, 왜 그렇게 말하냐며 노력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더라고요. ‘아니,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들어버렸네요. 남편이 저에게 끊임없이 요구하는 게 힘든 것보다는, 지긋지긋하게 안 바뀌는 제 자신 때문에요.
솔직히 남편이 저에게 애정표현 갈구하는 것만큼, 저도 남편에게 똑같이 공감을 갈구했었으면 남편도 저를 위해 가슴으로 들어주려 노력했을까요? 했겠죠. 나는 공감을 해달라고 지속적으로 표현할 줄도 몰랐는데…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드네요. 저는 진짜 사랑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러는 건 집이 편해서 그런 거예요. 밖에서는 이러면 안 되잖아요. 제가 표현이 좀 부족하고, 무뚝뚝해 보여도 무정한 사람이 절대 아니거든요. 남편 많이 사랑하는데… 그걸 모를 리가 없는 사람인데, 아이고 참. 속 터집니다.
그런데, 모든 말은 양쪽 입장 다 들어봐야 정확한 거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