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감정까지 짊어지지 않으리
남편과 나의 케미 중에 자주 발생하는 패턴 중에 하나는 남편이 기분이 안 좋아 보이고, 나는 뭐 때문에 그런가 살피는 것이다. 눈치 보다가 왜 그러냐고 묻다가, 추궁하다가 남편이 마지못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때 내가 잘 들어주거나 이해해 주는 게 아니라 "뭐어???? 에에에 에??? 그래서 그렇다고??????" 나의 리액션이 과도해지고 남편은 '에잇 말을 말자' 돼버리는 패턴.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투로 말하면 남편도 말하기가 싫어지겠지. 그냥 가볍게 듣고 지나가 주기를 바란다는데 나는 왜 그게 안될까? 나는 그건 그게 아니고, 난 그래서 그런 거고 등등 설명과 변명과 여러 가지를 늘어놓는데 말투는 이미 업되 있고, 속도는 빨라지고 중간중간 답답하면서 한숨도 쉰다. 아무래도 내가 이 패턴에 취약하고 잘 말려드는 것 같다.
정말 남편 말대로 그냥 조금 생각하는 시간을 둘 것 그랬나 보다. '기분 안 좋아 보이네.' 눈치가 살펴지는 나는 도대체 왜 그러나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지만, 눈치 보게 하는 남편이 밉다. 그냥 그냥 넘어가주면 좋겠다. 그래서 이렇게 날 뛰나 보다. 잘 받아줄 것도 아니면서, 이해하고 배려해 줄 것도 아니면서 왜 말은 시켜놓고.
그냥 조용히 잘 걸 그랬나.
내 불안은 내가 감당하고
당신 기분은 당신이 감당하고
그리고 시간 지난 뒤에 이야기했으면
괜찮았을까.
자고 일어나서 남편이 출근 준비하고, 나가는데 "잘 다녀와~" 했더니 "시간 좀 지나면 다 괜찮아져." "그렇구나. 오빠 그냥 다음에는 나 그냥 잘게. 안 물어보고 바로 자면 그냥 아침에 해결되는 거였는데 그랬네."라고 했더니, 그러란다. 남편도 내가 짠한가 보다. 눈치 보는 게...
또 배운다.
당신의 감정까지 내가 짊어지지 않으리.
그건 당신의 몫이고,
난 내 몫이 있고.
이건 또 내 미분화 패턴의 문젠데.
(*미분화: 선이 없음)
우리 사이에도 여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