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익 Jun 12. 2023

나는 가족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안녕우리가족 : 전하고 싶은 하나의 메시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우선, 내가 <안녕우리가족>과 <유익>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을 자축한다. 어린 시절 나의 관심사는 가족이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줄곧 아버지와 어머니가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웠고, 우리 집은 매일 살얼음판 같이 불안함의 연속이었다. 나는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 되어야지. 배우자를 잘 만나야 한다. 나는 현모양처가 될 거야.' 이런 결심들을 하며 자랐다. 분명히 우리 가족은 '역기능적'이었지만 다행히도 그 속에서 나는 '가족은 원래 이런 모양이 아닌데, 사람들이 이상하게 망쳐놓은 거야.'라며, 내가 훗날 꾸릴 가정에 대한 소망을 굳게 붙들었던 것 같다.




지체 없이, 가족을 선택하다.

그래서인지 21살에 남편을 만나 4년 반의 연애 끝에 우리가 원하는 가정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면서 평생 잊지 못할 결혼식을 올렸고,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을 했다. 어린 나이에 신혼을 즐길 법도 한데 바로 아이를 임신하여 26살에 엄마가 되었다. 나는 얼른 나의 가족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싶었다. 마치 지난 시간들을 지워버리기라도 하겠다는 심산이었든지, 내 인생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해서 혹은 가정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증명하기 위해서 나는 조금도 지체 없이 결혼, 출산, 육아를 선택했다.



내가 마주한 현실

내가 아무리 결혼과 육아, 출산에 대한 열망들이 가득했다고 하더라도,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내 속에서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것에 대한 경이로움과 함께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까 막연하고, 세상이 거꾸로 뒤집히는 것처럼 혼란스러움도 경험했다. 친구들이 자기 계발과 취업, 직장생활, 해외여행 가는 걸 보면 괴리감도 들고 나의 삶을 온전히 나누며 함께할 수 없다는 생각에 외로울 때도 있었다. 아이들이 키우고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 눈앞에 아이들 때문에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남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꿈꿨지만 내 말투, 행동, 사고방식은 어린 시절의 그림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어떤 건 결혼생활에 완전히 맞지 않는 것이어서 크게 수정을 요하는 일도 있었다. 남편은 나에게 강한 애착을 요구했고, 나는 그런 애착이 부담스러워서 도망갔다. 부모에게 걱정 안 끼치며 독립적으로 살아야만 했던 나는 가정 안에서도 때때로 배우자를 외롭게 했다. 마치 우리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절망 뒤에 반환점

남편과 갈등할 때 나는 익숙하고 편안한 방법을 선택했다. '그의 탓'을 하며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있었다. 어느 날,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았을 때 나는 심하게 절망했고 '아, 나는 저 사람을 바꿀 수가 없구나. 나는 나만 바꿀 수 있구나.' 깨달았다. 내가 바뀌기로 결심한 건 '남편이 원하는 것을 해주자'였는데, 내가 조금씩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자 남편도 머지않아 나의 노력을 알아주고 관계가 조금씩 안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니 '아... 이게 뭐라고 그렇게 어려워했을까? 원하는 걸 좀 해줬으면 됐는데...'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다.


부부간에 갈등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왜 나만 바뀌어야 하나'라는 말을 한다. 그런데 그동안에 해왔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면 이젠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할 때이다. 소리 지르고, 비난하고, 통제하고, 무시하고, 회피하고, 술로 회피하고, 등등의 방법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나만 바꿀 수 있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사실을 깨닫고 적용했을 때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남편과 나는 지금 더 나은 선택들을 하며 가족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게 확실하다.




남편과 나는 지금 더 나은 선택들을 하며
가족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게
확실하다.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나의 결혼생활을 통해 내가 얻은 교훈과 내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선명해진다. 그것은 바로 '여러분은 과거의 원가족에서 경험한 것들의 영향을 받고 있고, 그것을 알아차리고 나면 나 자신에 대한 이해와 수용, 좋은 감정이 들고, 지금 현재 가족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기능적인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여러분이 바뀌면, 가족이 바뀐다.'라는 주장이다. 이는 내가 만들어 낸 논리가 아니라 지난 2년간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공부하며 이론적으로 정립된 것과 상담사로서 내담자들을 1:1로, 집단으로 만나면서 경험하고, 또 내가 살아낸 생생한 이야기다.




과거의 원가족에서 경험한 것들의
 영향을 받고 있고,
그것을 알아차리고 나면 나 자신에 대한
이해와 수용, 좋은 감정이 들고,
지금 현재 가족에서 일어나고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여러분이 바뀌면, 가족이 바뀐다.


나는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 육아 9년을 치열하게 공부하고, 책 읽고, 적용하고, 글 쓰고 나누는 일을 했고 상담대학원에 진학하여 연구자이며 상담사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나와 상담한 내담자들이 종결할 때 눈이 반짝이면서 돌아간다. 이 반짝임은 나를 더 자극시켰다. '이 메시지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눠야 해!' 그리고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더 이 일을 꾸준하게, 정말 유익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기대가 되고, 감사한 요즘이다.






2년 전 우리 가족









 





매거진의 이전글 끝끝내 이해받지 못하는 기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