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아, 내가 다 안다.
지난주 금요일 혼자 서점에 가서 ‘엄마의 브랜딩 1%’를 읽었어요. 그중에 수리영역 - 돈에 대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질문이 있고, 답을 적었는데 첫 번째 질문은 돈과 관련된 에피소드, 경험을 적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돈과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 적어보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돈을 주제로 혼자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저에게 돈은 탐욕이고, 부끄러움이었어요. 엄마가 경제적인 것에 집착(?)함으로 인해 가정이 불화에 빠졌던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이었죠. 그래서 돈은 많이 가질수록 위험하고, 돈을 추구하는 것은 관계를 깨트리는 일인 것만 같았어요.
또 다른 건 ‘돈은 한 번도 나에게 온 적이 없다.’ 이건 데요, 제가 직장생활, 경제활동을 못하고 결혼을 일찍 했기 때문에 경제적인 독립, 주권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것이 저의 가장 큰 결핍이랄까요. 이 말에 다들 동의하실지 모르겠는데, 사실 제가 다 동의가 안되어서 그래요. 돈을 못 벌어서 내가 독립적이지 않다? 능력이 없다? 이렇게 생각을 해보진 않았거든요.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일을 할 수가 없었기도 했지만, 경제적인 풍족함을 위해 아이들을 일찍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이 애초에 없었기 때문에요. 서른 중반이 될 때까지도 경제적인 능력이 없다는 게 저에게는 큰 결핍이고, 열등감으로 작용해요.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도, 충분히 중요한 일을 했다고 말하는 걸로 진짜 찐- 위안을 삼았었으니까 이제 와서 두말하면 골치 아파져요. 어쨌든 아이들은 더 이상 핑곗거리가 될 수 없어요.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한껏 작아지고 위축되는 제가 싫었어요.
이런 저에게 지금은 여러모로 치유적인 타이밍이긴 합니다. 저의 일을 꾸려나가고 있으니까요. 곧 소득도 생겨나겠죠. 제가 좋아하는 일과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가 맞닿은 지점에서 돈이 만들어질 거예요. 이렇게 이해하면서 그림을 그려가고 있는데 그렇다고 자신 있는 건 아니에요. 안 해봤기 때문에. 책모임 호스트에게 조언을 구하려고 연락을 드렸었어요. 카카오톡으로 이런 얘기를 나누는데, 그분이 갑자기 울컥한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러다가 대화가 그렇게 흘러갈지 몰랐습니다.
오늘의 명장면은 이거예요. 카카오톡 대화하다가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나서, 화장실로 올라가서 칸 안에서 울다 나온 거요. 숨죽여 우는데, ‘나 지금 왜 우나’ 이 생각이 지나갔어요. 하나님이 내 마음을 다 아신다고 그 순간 같이 계신 것 같았어요. ‘현진아, 내가 다 안다.‘ … 저는 그 음성이면 다 되거든요. 월 100 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았던 사무치게 외로운 사무간사 시절에도 ‘현진아, 내가 안다. 내가 너의 선택을 기뻐한다.‘라고 말씀하신 하나님 때문에요. ’그럼 저 힘내서 더 살 수 있어요!‘ 그런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갔거든요
제가 소득을 두고 엄청 오래 기도했었거든요. ‘하나님, 저 한 달에 100만 원만 꾸준히 주세요. 하나님, 저 월 200만 원 버는 일 할 수 있을까요? 제가 돈을 버는 날이 올까요? 하나님, 제가 돈을 벌어서 부모님께 드릴 것이 많게 해 주세요. 전 그런 날이 올 거 같지 않아요.’ 그런 기도들요… 이건 남편도 모르고, 저랑 하나님만 알아요. 그래서 저는 하나님이 제 마음을 너무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 오해 없이, 그대로. 저는 탐욕으로서 돈을 추구하고 있지 않고, 관계의 단절을 위해 돈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걸 아신다고 생각해요. 많은 시험을 통과해 왔다고 생각해요.
매일매일 선물을 푸는 기분으로 삽니다. 조금 더 가면 뭐가 있겠지 싶어서요. 그게 뭐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돈을 버는 거요. 저의 수고와 노력, 경험, 가치를 돈으로 바꾸는 것에 떳떳해지는 거요. 부끄러움이 아니라, 탐욕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 가정을 살리면서 생명과 치유의 에너지가 돈이라는 숫자로 보이게 될 날을요. 그럼 저도 아픔을 딛고 일어서게 되는 거겠죠. 가정을 살리는 생명과 치유의 에너지가 넘치고 넘쳐서, 돈도 풍족하게 되는 날이 왔을 때 돈에 압도되지 않길 바라요. 저는 그 돈을 잘 관리할 수 있고, 좋은 에너지로 선순환시킬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