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브레이크가 있어요.
내 속도는 조금 느려요. 여기는 시속 30km 어린이 보호 구역입니다.
낯선 사람들과 모임을 한다는 건 엄청 긴장되는 일이다. 있는 그대로 나를 꺼내 보일 수 있을지, 여기는 나를 보여도 되는 곳일지 눈치 백 단인 나는 척 보면 척 안다. 어떤 모임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있다 오는 게 좋은 선택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책키마말(책모임)은 좀 달랐다. 나는 튀고 싶지 않은데 관심은 받고 싶다. 여긴 모두가 평등하게 돌아가며 골고루 주목을 받는다. 어디 가서 다른 사람을 비춰주는 역할을 많이 했던 나는 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공평하게 오는 여기가 좋다. 있다 보면 조용히 있는 나에게 주목해 준다. 그런 관심이 사실은 필요했다.
혼자 열심히 일을 하다가 책키마말 메이트에게 걸려온 반가운 전화를 받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 참 좋았다. 먼저 들이대는 스타일이 아니라, 조용히 다가와주는 사람이 고맙다. '나 사람 좋아하는데 그거 들키면 어쩌지?' 마음속에는 브레이크가 있다. 천천히 조금씩 알아가는 게 안전하다는 생각에. 상처받고 싶지 않아. 내 속도는 조금 느리다. 시속 30km 어린이 보호 구역입니다. 과속러들은 출입 금지!
동네 엄마들하고도 그렇다. 먼저 말도 잘 걸고, 전화번호를 잘 땄던 나는 언젠가부터 점점 조심하게 된다. 먼저 적극적으로 인사도 잘했었는데 나 같은 사람만 사는 게 아니라서, 섬세하게 조심스럽게 신뢰를 쌓아가면서 알아가고 싶다.(우리 동네의 특징인가?) 엊그제 동네 엄마들 전화번호를 따고 싶었지만, 다음에 물어봐야지 생각하고 그냥 왔다. 그냥 오면서 생각했다. '내가 몸 사리고 있지만, 사실은 너무 연결되고 싶다.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고,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다. 우리가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성장할 수 있는 지점들이 닿으면 관계에도 속도가 붙을 텐데.' 이 생각만 오조오억 번. 그래서 오늘 하원하고 놀이터에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