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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파머 Apr 09. 2018

도시의 양봉덕후는 말한다,
“서울의 특산품은 꿀”이라고

어반비즈서울이 말하는 도시 양봉 이야기

© 어반비즈서울


서울의 특산품이 꿀이라고?!


어반비즈서울이 지난 추석 내놓은 선물세트에 적힌 카피를 보자마자 말도 안 된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어반비즈서울은 ‘도시’인 ‘서울’에서 ‘양봉’을 하니, 맞는 말이긴 하다만, 기분이 이상했다.
보통 양봉은 농촌에서나 하는 것 아니었나?



회사냐 꿀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왜 하필 도시, 그것도 서울에서 꿀벌을 키우는 걸까.
답은 ‘열매가 안 열려서’.
어반비즈서울 박진 대표는 평일에는 회사일을, 주말에는 노들섬에 가 텃밭농사를 짓고 있었다.
열심히 일군 밭인데, 열매가 열리지 않았다.
이유를 찾던 중, ‘벌’이 없어서 그렇다’는 말을 듣고 벌을 키워보자는 생각에 차린 회사라는 것.

© 어반비즈서울
빌딩 옥상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벌의 뒤로 빌딩과 도로가 보인다.
 동생인 박진 대표가 텃밭 주인한테 ‘왜 열매가 안 열릴까요?’ 라고 물어봤더니,
‘벌이 없어서 그래! 벌이 수정을 해줘야 하는데 벌이 없잖아!’라는 말을 들었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텃밭에 벌통 다섯개를 놔둔 게 시작이에요(박찬 도시양봉가).


박진 대표는 그날부로 ‘꿀벌덕후’가 됐다.
꿀벌에 대한 책을 읽고, 양봉 농가를 찾아다니며 꿀벌을 공부했다. 
지금도 도시에서 벌을 키운다는 개념이 생소하지만, 그땐 개념조차 없었던 2013년이었다.
공부 끝에 강과 늪지가 많은 농촌보다는 건조한 도시가 벌을 키우기 더 적합한 환경이라는 걸 알게 됐다. 본격적으로 일을 벌리고 싶었다. 

“꿀벌을, 그것도 서울에서 꿀벌을 키운다는 것도 솔직히 쌩뚱맞잖아요.
근데 회사까지 그만두겠다고 하니까, 아니다싶으면 동생을 말릴 심산으로 일을 거들었어요.”


박찬 도시양봉가는 회사를 그만두고 벌을 키운다는 동생을 따라 주말마다 벌집이 있는 곳들을 2년간 돌아다녔다.
쌩뚱 맞다고 생각한 벌 키우는 게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회사 일을 하는데도 벌 생각이 났다.

“회사에서는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최선에 대한 보상이 정해져 있잖아요.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봤자, 제가 올라갈 자리는 정해져 있는 거예요.
10년, 20년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어요.”

활동적인 성격이지만 주중에는 회사에 갇혀 있어야 했다. 앉아 있는 삶에 염증이 났다.
벌이냐, 회사냐. 그것이 문제였다.

계속 고민하던 박찬 도시양봉가도 아내에게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아내는 조금만 더 지켜보자며 선뜻 답을 내리지 못했다.

© 어반비즈서울
벌통에서 꺼낸 벌들을 보고 있는 박찬 도시양봉가
액션을 취했죠.
제가 주말에 축구 하는 걸 좋아하는데, 축구도 안 나가고 동생 따라 벌 키우러 갔어요.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포기할 정도로 벌에 대한 애정이 깊다.
그러니까 나를 믿어 달라.
한동안 설득했더니 아내도 제가 행복한 일을 했으면 좋겠다며 OK 싸인을 내려줬어요.
형제가 벌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거죠.



‘꿀 빠는 일’은 과연 쉬울까?

벌을 키우기 위해서는 반경 2km 내에 먹이가 풍부해야 한다. 
습기에 취약해 강이나 호수 근처에는 살기 힘들다.
주택가와 가까운 곳은 피해야 한다. 
추위를 피해 벌집에 틀어박혀 있던 2만 마리의 벌들이 봄이 되면 무지막지한 배설물을 배출한다. 민원이 발생한다.
늦봄부터 초여름까지는 벌들이 떼거지로 나온다. 역시나 민원감이다.

민원에 지쳐 올해는 민원이 발생할 것 같은 지역의 벌통을 다 빼버렸다.
갑자기 온도가 내려가 벌들이 죽는 일도 더러 있다.
하루종일 까탈스러운 벌만 보다보니, 박찬 도시양봉가는 벌과 인생을 공유한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 어반비즈서울
박찬 도시양봉가는, 벌을 키우는 것을 뮤지컬 같다고 표현하는 사람이다.
벌을 키우는건 뮤지컬같아요.
희노애락이 다 들어가 있거든요.
4월부터 6월까지는 꿀도 잘 되고 벌들도 활발해서 기분이 엄청 좋아요.
콧노래도 나와요.
근데 벌들이 아프거나 죽으면 많이 슬프죠.



사람을 닮은 벌

박찬 도시양봉가는 사람과 벌은 닮은 구석이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꿀벌의 역할은 사람과 많이 닮았다.
대기업처럼 일이 체계적이다.

“먹이를 잘 먹은 벌은 윤기가 나요. 먹을게 없는 벌은 도둑질도 하죠.
태어난 지 3일된 새끼 벌들은 로얄젤리만 먹여 애벌레를 키워요.
그다음은 밀랍을 뽑아 집만 만들고, 꿀을 모으죠.
수명이 다할때쯤엔 벌집을 지키죠. 정년퇴직인 셈이에요.
사람이랑 다를 게 없어요.”

오래 봐야 예쁘다. 벌도 그렇다.
몇 년째 벌만 보고 살다보니 벌들이 예뻐 보일 때가 있다.

© 어반비즈서울
사람과 벌은, 별 다를 게 없다. 밥 잘 주고 잠 잘 재우면 잘 큰다. 



이 문장을 클릭하시면 어반비즈서울이 서울의 특산품을 꿀로 만드는 노력에 대한 전문을 읽어보실 수 있답니다. 



© 헬로파머
김현곤 기자 kim@hellofarm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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