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펀드 박종범 대표
농사를 지어도 제대로 팔 수 있는 곳이 없어요
인터뷰를 위해 농부를 찾아가면 항상 듣는 말이다.
짧은 말 속에는 수 많은 불합리함과 불안이 뒤섞여있다. 반드시 해결해야 될 문제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불합리함과 불안을 해결할 수 있을까.
지난 12월 16일 삼선재단에서 후원하고 지리산 이음이 주최한 ‘도시에서 만나는 여섯 개의 시골생활 이야기 – 시골생활 컨퍼런스’ 여섯 번째, 농사펀드 박종범 대표의 ‘농촌기획자의 시선으로 본 농부의 삶과 농업의 미래’ 발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저는 농사펀드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농촌기획자 박종범입니다.
저는 ‘왜 농사펀드라는 서비스를 만들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저는 농촌기획자라는 단어를 2005년부터 쓰기 시작했어요.
농촌기획자는 말 그대로 농촌이라는 영역에서 기획이라는 방식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농촌기획자 일을 하면서 항상 떠올렸던 단어가 ‘경계’였어요.
일을 하다보면 어디에든 제가 속해있지 못하고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일주일에 2일을 농부를 만나고, 3일은 비즈니스 하는 사람을 만나고, 나머지 2일은 가족과 만나죠.
그런 삶을 살면서 어느 때는 농부와 굉장히 친하게 지내는데, 어느 때는 냉정하리만큼 벽이 생겨요.
사례로 설명해드리자면, 어떤 농부가 농사를 잘 지어요. 근데 생각보다 작물이 잘 안 팔려요.
디자이너와 기획자들이 모여 농부의 작물을 효과적으로 판매할 계획을 세웠죠.
방법을 한참 생각하다 단순히 농작물을 파는 게 아니라 그 지역의 특색을 이야기로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성과가 좋았어요. 작물을 팔기 위한 프로젝트로 마을에 축제도 기획됐죠.
저희팀도 너무 기뻤고, 농부도 좋아했죠.
근데 축제가 열리려면 운영위원회가 있어야 하잖아요. 운영위원회가 마을에서의 재력이나 행정력이 중점이 돼서 구성이 됐어요.
아무래도 “실제 축제를 운영할 실무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우려를 표했죠. 안타까웠으니까.
우리 팀의 에너지가 많이 쓰였고,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속상했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방법적으로 미숙했던 것 같아요. 그때 당시에는 몰랐죠.
요즘도 그때와 비슷한 경험들을 반복하면서 배워나가고 있어요.
그런 경험을 하면서 ‘제가 도시에도 속하지 못하고, 농촌에서 속하지 못하는 경계에 사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죠.
어느 순간 제가 경계에 있다는 걸 저도 모르게 인정을 하는 상태가 됐어요.
스스로도 그게 편했고, 그걸 인정하고 난 뒤에는 도시와 농촌의 경계의 공간에도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 하고 싶어졌어요.
그걸 인정받고 싶어졌고, 많은 프로젝트를 했어요.
‘농촌 레인부츠 프로젝트’라고 마을 어르신들이 신는 장화를 가져다가 예술가들이랑 리폼해서 전시도 했고.
폐교 위기의 학교에서 애들 간식을 위해서 고구마를 심었는데, 농사가 너무 잘 된 거예요.
아이들을 먹이기에는 양이 많고, 그냥 두기에는 아까운 상황이죠.
그럼 고구마를 팔아서 학교의 폐교를 막아보자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의 간식을 위해 고구마 농사를 짓는 아름다운 학교가 있는데 한명이 졸업하면 학교가 없어질 상태다.
마을에는 학교가 필요하고, 농촌에서 학교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프로젝트에 성공해서 고구마 5천만원 어치를 팔았어요.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일은 귀농을 준비하던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보고 학교가 있는 지역에 찾아왔던거에요. 아이를 데리고 귀농을 한 사람들 덕분에 학교가 폐교 안됐어요.
오히려 특성화 학교가 돼서 새로운 교육을 하게 됐죠.
제가 했던 프로젝트의 공통적인 목표는 농촌과 도시 사이를 연결해주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거였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딱 뒤를 돌아봤더니 농촌이 제 도화지가 되어 있었죠. 덜컥.
무서워서 안하려다 또 농사펀드라는 기획을 하게 됐어요.
기획자들이 원래 좀 그래요(웃음).
계속 농촌 기획을 하면서 아쉬웠던 게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한번 이슈가 되고 끝나는 프로젝트를 위주로 했거든요.
그래서 지속가능한 가치를 농사펀드에 접목시키려고 노력을 했어요.
제가 만난 대부분의 농부들이 빚을 내 농사를 짓고, 판로가 명확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었거든요.
그러다보니 공평하지 않은 조건에서 거래 관계가 형성되는 게 안타까웠죠.
빚을 내지 않고, 농사를 농부의 생각대로 짓게 하고 싶었어요.
농부들은 생산량을 늘리기위해 집약적으로 농사를 지어요. 그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게 화학비료와 기계인거죠. 농부들의 문제를 해결해야 여러 가지 사회문제도 같이 해결될 수 있어요.
그러려면 농부가 불안하지 않게 농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농촌기획자가 농사펀드 대표가 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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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