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헬로파머 May 02. 2018

농사짓는 게임은
농업 현실을 얼마나 반영했나

농업기자의 게임 <스머프 빌리지> 리뷰

© 게티이미지뱅크 

한때 칼퇴나 불금은 잃어버린 유산이나 다름없던 직장인 A씨

칼퇴나 불금은 잃어버린 위대한 유산과도 같았던 가련한 노동자가 있었다. 
그 노동자는 마감을 앞두면 조용히 아이패드를 꺼내 터치 하나하나에 분노를 담아 광클하며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한때는 페친 10명 중 1명이 했다던 화제의 게임 ‘스머프 빌리지’로.

스머프 빌리지는 농사를 지으면서 마을을 꾸미는 타이쿤 장르의 게임으로, 한때 마을을 꾸미고 성장시키는 데 타이쿤 중에서도 손꼽히는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세울 수 있는 건물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과 영토확장이 빠르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페이스북 친구인 유저끼리만 친구연동이 되고, 그 친구들끼리 선물을 주고 받거나 꽃에 물 주는 거 외엔 별 거 없다 보니 이제 A씨 주변에 스머프 빌리지를 하는 사람들이 다 사라졌다. 
그렇지만 꽤 매력적인 ‘농사 게임’임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런 농사가 아니다.

스머프 빌리지에 빠져 살던 그 노동자는 그 시절엔 스머프 빌리지에 꽤나 감정이입을 하며 열심히 했다고 한다.
이를테면 “늬들이나 나나 참 비슷한 처지의 노동자다” 나, “내가 주말에도 야근을 하니 너도 24시간 골든 포테이토를 키우거라”와 같은…
그 노동자는 이 게임을 이렇게 소회한다.
“스머프 빌리지의 열기는 완전 꺾였다 볼 수 있지만, 스머프 빌리지는 참 귀여운 게임이었어요. 동시에 참 잔인한 게임이기도 했죠.”

사람이 같은 처지에 처해야만 이해를 한다고, 누가 작물에 씨를 심고 수확할 때까지 1분 1초도 안 쉬고 물만 주나.
비록 게임이지만, 24시간 내내 물만 주는 스머프나 물 고문을 당해야만 하는 작물이나 지금 생각해도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

 


농사직설의 가치를 적용할 수 있는
스머프 빌리지의 농사 시스템


착취당하는 스머프 노동자야, 지금은 A씨도 먹고살기 바빠졌다 하니 넘어가자. 게임에서라도 착취하고 싶었어!
농사직설은 세종대왕이 왕명으로 내놓은 농서이다. 다양한 농작물에 대한 재배법을 다루고 있는데, 이 책의 가치는 ‘우리 땅에 맞는 우리 농산물 재배’를 잘 엮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머프 빌리지 역시 스머프 마을에 맞는 농사직설이 필요하지 않을까? 
다행히도 스머프 빌리지는 꽤 괜찮은 설정으로 제대로 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밤에도 농사일에 전념하는 스머프 노동자들. 스머프 빌리지는 밤이 되면 어두워진다.
1. 스머프 빌리지는 농사를 지어서 자본을 늘리는 것이 메인이고,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1~2명 정도 생기는 스머프들은 농사만 지을 수 있는 노동력이다. 지금은 자본집약 산업이 됐다지만, 농사는 고대부터 노동집약 산업이었다.
 
겨울의 스머프 빌리지는 그야말로 겨울왕국이다.
2. 사계절마다 계절적용을 잘 해주는데, 이를테면 겨울인 지금은 눈이 내리고 있고, 봄이 오면 눈을 비롯한 계절성 아이템이 사라지고 새로운 계절성 아이템이 등장한다. 농사에 있어 계절은 너무나 중요한 요소이다.
3. 그 밖에 다양한 작물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지역이 있다.
①사계절성 아열대기후 지역 ②고랭지 재배가 가능한 산간 평야지역 ③열대기후 ④숲속지역. 이렇게 네 군데 지역으로 구분된다.


위룰, 룰더스카이, 시티빌, 스누피스페어, 타이니팜, 심슨가족™, 그 밖에 파라다이스 코브, 홀리데이 코브, 산타빌리지까지 다 해봐서 잘 알았다는 직장인 A씨. 
“다들 땅 따먹고 건물 세우는 게 다지, 이렇게 다양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건 스머프 빌리지 뿐”이라며 “그 시절 게임 중 스머프 빌리지가 농사 부분에서 가장 세심한 연출을 했다” 평가했다.



본격 스머프 빌리지 체험기

요즘이야 온갖 개종으로 GMO도 흔해지고 멜서스의 비극 따위 씹어바른 비료도 넘치지만, 노예제로 굴러가는 스머프 빌리지는 여전히 전근대적 사회다. 
때문에 여전히 지역과 노동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간단한 지역별 체험기를 공개토록 하겠다.
 

1. 사계절성 아열대 기후인 메인빌리지

사계절성 아열대 기후는 시즌마다 눈이 내리기도 하고, 낙엽이 지기도 하는 스머프 빌리지의 메인빌리지로, 블루베리, 딸기, 감자, 등등 다양한 작물을 키울 수 있다. 메인 빌리지에 딸기파이, 라즈베리파이 등을 만드는 베이커리가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그런 작물과 전분을 제공하는 감자와 옥수수를 재배해 베이커리에 공급 할 수 있다.

섬이 등장하면서부터 나름 열대성 작물이 구분 됐기는 하지만, 파인애플 같은 열대성 작물은 메인 빌리지에서 경작할 수 있는 아이템에서 제외해 작물의 기후를 구분해 준다. 옥수수, 수박 같은 특별한 계절을 상징하는 작물은 계절성 아이템으로 빼는 것도 좋지 않을까?

메인 빌리지에는 농사 말고도,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보석을 캐는 탄광촌이 있는데, 그 근처에는 의무적으로 공원을 조성하게 만들어 대기환경에 신경을 쓰도록 만드는 미션도 추가할 수 있다.

스머프 빌리지에서 24시간 물을 주는 것 만큼이나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그냥 심겨져 있는 나무를 터치해 열매를 선택하면 열매씨가 나무에 붙으면서 과일이 열리는 요술나무가 있다.

이왕 만드는 거 도토리나무면 도토리나무, 복숭아나무면 복숭아나무로 디테일을 살려줬으면 좋았겠다.
 


2. 고랭지 재배가 가능한 산간 평야지역

벌룬을 타고 산 꼭대기로 올라가면 사실은 리조트와 풍차를 지을 수 있고 미네랄을 캘 수 있는(?) 곳이 있다. 이곳은 고랭지 농사를 응용하면 좋다. 스머프 빌리지에도 기본으로 있는 무, 양상추 등 십자화과(배추과) 채소를 심도록 한다. 물론 메인빌리지와 아이템은 겹칠 수 있고, 십자화과 채소 외에도 감자, 옥수수, 피망 등의 채소도 가능하다.
 


3.열대기후

배를 타고 장시간 항해하면 사시사철 여름인 열대성 기후 섬이 나온다. 열대나무 작물과 가지, 허니듀 등 열대작물을 경작 할 수 있는 섬인데. 이곳 열대나무들도 메인 빌리지의 나무처럼 심겨져 있는 걸 터치해서 씨를 붙이면 익는 말도 안 되는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나름 열대작물을 구분해 잘 꾸며 놓긴 했지만, 타로나 사탕수수등의 열대작물과 플라워 박스를 설치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히비스커스 등을 관상용으로 심어도 좋겠다.

이 섬에는 항해사 스머프 들도 둘 수 있는데 항해사 스머프들이 보물만 찾는 게 아니라 고기도 잡아오는 기능을 추가하면 채식에서 벗어난 어촌지역 자급자족 스머프족!


4. 숲 속 지역

자그만치 75스머프베리인 토끼, 쥐 등을 키울 수 있는 숲 속 지역이 있다. 오직 가축사육용(?)인 용도지만 도토리 나무를 이쪽으로 옮기고 버섯 종류나 약초를 재배할 수 있도록 아이템을 추가하고, 치료사 스머프를 두어 약 장사를 하면 없는 게 없는 스머프 커뮤니티!



농사직설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게임

스머프 빌리지에 대한 더 자세한 리뷰가 궁금하시나요?
헬로파머 홈페이지에서 전문으로 만나보세요(링크).



ⓒ 헬로파머
이아롬 기자 arom@hellofarmer.kr

매거진의 이전글 “도시와 농촌의 경계엔 농촌기획자가 있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