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파머 일본 농업탐험 기획
© 양애진
시골로 찾아가 일손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 방법으로 떠난 무전여행, 삼시세끼 프로젝트
3년 전, ‘시골에 살아 보고 싶다’, ‘왜 청년들은 모두 도시로만 오는 걸까?’ 하는 작은 바람과 호기심에서 시작했던 ‘삼시세끼 프로젝트’.
그러나 바람만 가지고 부딪히기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너무 높았다.
시골에 아무런 연고 없이 내려가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시골의 집값은 생각만큼 저렴하지 않았다.
텃밭을 키우려면 작은 규모의 땅이라도 있어야 한다.
결국 차안으로 선택한 것은 여러 시골을 찾아가 일손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 방법으로 살아보는 것이었다.
여유로우며 낭만 가득한 농촌을 그리며 전국의 농가를 찾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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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마주하게 된 것은 차디찬 농촌의 현실이었다.
예능 ‘삼시세끼’에서 펼쳐지는 낭만과 눈 앞에 펼쳐지는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당장 판로가 막혀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농부, 기존의 기득권들과 갈등하고 있는 귀농인은 저녁에 술 한 잔 기울일 때면 화를 내기도 하고 눈물도 보였다.
농촌의 고령화도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였다.
환갑이 넘은 분이 ‘청년’ 소리를 듣는 곳이 바로 농촌.
자녀의 교육을 위해 도시로 떠나는 일도 점점 늘어 농촌에서는 아이들을 보기도 어려웠다.
‘내년이면 아내와 자식은 도시로 이사 할 예정’이라는 농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부로 시골의 삶이 부럽다고 말할 수 없었다.
‘이농 현상’, ‘농촌의 고령화’, ‘6차산업’ 등 교과서에서만 봤던 단어의 실체였다.
낭만과 가벼운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2년 동안의 여정 끝에 찾은 것은 답이 아닌 새로운 질문이었다.
‘맛집에서는 몇 시간도 기다릴 의향이 있지만, 농장은 찾지 않는다. 음식은 좋아하지만, 생산에는 관심이 없다.’
이 질문을 두 가지로 구체화했다.
“소비자를 어떻게 농장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으로 끌어올 수 있을까, 그리고 청년이 어떻게 농업·농촌의 높은 진입장벽을 넘어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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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프라를 함께하는 사람들. 왼쪽부터 지황, 나, 재희.
질문을 던지는 동안, 새로운 인연도 만났다. 영화 ‘파밍보이즈’로 청년 농업계의 스타덤에 오른 지황, 농사를 지으며 지속가능한 삶을 고민하는 재희.
나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들과 함께 ‘팜프라’라는 청년 그룹을 만들기로 했다.
우리는 ‘청년 농부를 위한 농업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꽤 거창한 슬로건을 앞에 내걸고 세상에 나왔다.
가장 먼저 해결하고 싶었던 것은 청년들의 높은 농촌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가장 큰 쟁점인 주거, 토지, 수익모델 문제였다.
그러기 위해 단순히 농사만 짓는 농장이 아닌 생산자는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실험해 보고, 소비자는 농장으로 놀러 오는 곳.
그 사이의 경계인은 소비자와 생산자간의 만남을 기획할 수 있는 공간을 상상했다.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공동체 지원농업(CSA,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모델을 실험해 보기로 했다.
CSA는 소비자가 먼저 펀딩하고, 수확 후 돌려주는 방식으로, 한 농가가 다수의 소비자와 미리 계약해 1년 동안 생산할 농산물의 품목과 수량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소비자를 생산자의 공간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둘 사이의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농촌이라는 공간을 단순한 생산지가 아닌 문화적 사회적 가치를 가진 공간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머나먼 간극을 채우는 일이 전제되어야 했다.
CSA 모델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소비자 둘 모두의 시선을 가지는 일이 필요했다.
하지만 생산자를 찾아가는 소비자나 농촌을 찾은 청년의 이야기는 책으로는 읽은 적은 많았지만, 정작 현실에서 본 일은 없었다.
막연하지만 머릿속에 있는 분절된 입장들을 연속선상에 놓아 2차원이 아닌, 3차원의 그림으로 그려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로 그 그림을 그려가고 있는 현장을 살펴보는 경험이 절실했다.
당장에 실험을 앞둔 상황에서 현실사례를 봐야 했다.
팜프라의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읽었던 책들은 대부분의 배경은 일본이었다.
기획자 양애진이 일본으로 떠나기 전에 읽었던 책이 궁금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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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이아롬 기자 arom@hellofar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