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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파머 Dec 21. 2018

청년 농부를 지원한다는 것

청년창업농 지원사업 1년을 겪으며

※이 글은 ‘(아무도 안해서 우리가 한다) 청년농업인이 직접 진단하는<청년창업농 지원사업 끝장토론>’의 청년농부 당사자 발제를 일부 수정한 글입니다. 청창농 지원사업을 받는 당사자의 경험담을 헬로파머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최근 몇몇 기사로 질타를 받은 청년 농부들, 그 중 한 명이 되고보니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명품과 외제차라니.

일부 국회의원, 언론의 기사, 그리고 그 기사에 달린 수많은 댓글들은 많은 청년창업농들에게 상처가 되었다.

그 기자들이 농촌에 관심이라도 있었는지, 그것도 청년 농업인들에 대해서는 무엇을 알고 있는지, 정말 진지하게 얼굴 맞대고 묻고 싶었다. 


청년들은 왜 농촌으로 가는가. 각기 다양한 목적과 이유가 있다.

어떤 종류의 사명감을 품고 있기도 하고, 경제적 성공을 꿈꾸기도 하고, 그 다양성 아래 하나의 필수요건. 우리는 먹고살아야 한다.

그리고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먹고 살아야 농촌이 살 수 있다.

총 인구 3만명이 채 안되는 순창군의 65세 이상 인구는 9000명이 넘는다.

30%가 노인인 초고령사회다. 할머니들도 마을이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를 하신다.

농촌에 청년들이 정착해야 하는 일은 농촌의 생존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농촌을 기반으로 먹고 사는 도시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농촌에 정착하는 청년들에게 월 100만원 지급이라는 정책이 시행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청년들이 농촌에서 맞닥드리는 현실은 녹록치않다.

투자를 해서 시설영농을 하는 사람도, 소박하게 자연농을 하는 사람도 모두 어렵다고 얘기한다.

주변에 귀농한 청장년들을 봐도 초기 몇 년간은 순수하게 1차 생산물을 생산하는 것으로 생계비라도 버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나의 경우도 밀을 생산하는 것은 100% 적자지만, 그 밀을 빻아 빵을 만들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근근이 산다(하필 제일 돈이 안되고 1년치 재고가 쌓인 밀을 주작물로 선택한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소위 6차산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근근이 먹고 사는데 비해 생활은 너무도 바쁘다.

돈 안되는 농사짓는 시간과 돈버는 시간을 더하니 남들 두 배로 일해도 그야말로 근근이 산다.

기반도 기술도 없는 1년차 농부에게 월 100만원의 생계지원금은 가뭄의 단비였다. 



청년농부=스타농부 키우기가 답인가? 


해당 이미지는 본문과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 게티이미지뱅크


어느 농업관련 매거진에서 귀농 사례 취재를 온적이 있다.

인터뷰 하러 오신 분이 한참을 이것저것 묻더니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혀를 찼다.

“제 주변에는 이런 경우가 더 많은데요?” 했더니 보통 연매출 몇억 되는 곳들을 인터뷰를 해왔다고 했다. 흔히 말하는 성공사례다.

군청에 성공사례를 연결해달라고 하면 그런 곳들을 소개해준다고.

농업 관련 인터뷰를 다니시는 분도 모르는 농업인들의 현실을 과연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언론에 비춰지는 귀농 성공사례는 정말 소수의 사례인데, 그들을 모델로 삼아 농사를 시작하는 것이 과연 답일까?

자칫 잘못하다간 빚더미에 앉는 것이 현실이 아닐까.


청년창업농 필수교육 프로그램에도 어김없이 마케팅교육이 들어있다.

교육의 내용을 잘 들어보면 영농규모가 크지 않으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이다.

그런 똑같은 교육을 나는 귀농을 준비하면서 다른 창업자금을 신청하면서 ‘필수’라는 이유로 반복적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3억의 자금융자를 신청하도록 안내해주고 책상 위에는 스마트팜 광고지가 올려져있다.

어떤 농사를 지을 것인가. 어느 정도의 자금을 투자해서 얼마의 매출을 목표로 할 것인지는 농부마다 다른 기준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원해주는 곳에서는 항상 ‘매출이 얼마인가 영농규모가 얼마나 큰가’를 기준으로 성공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듯하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분명 영농규모가 큰 농민들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스마트팜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청년들의 입장은 어떨까.

3억까지 대출을 해준다고 하지만 농업 경험이 적은 청년들이 자금을 빌려 4년차부터 연 4천만원을 상환할 수 있을까.

나의 질문은 이렇다. 투자하는 자금이 높을수록 정착가능성이 높은가?

지금은 고령화된 농촌의 소농들, 천평 남짓한 작은 밭을 두손으로 일궈온 할매들이 사실상 농촌을 존재하게끔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영농규모가 큰 농민들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들만으로는 농촌이 존재할 수 없다.

농촌을 존재하게끔 하는 것은 오히려 다수의 소농들이다. 하지만, 소농으로 자리잡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소농들의 가치를 재고하고 그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기를 정부 정책 입안자들에게 바란다.

현재 1600명의 청년이 몇 년후에는 1만명이 되겠지만, 먼 미래를 내다보면 농촌의 밭을 일궈내는 백만의 소농을 육성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현재 농촌을 유지하는 할머니들, 그리고 할머니들도 대표되는 소농들, 그런 사업을 지원하는 ‘백만할매육성사업’이 필요하다. 




필수40+선택120=160시간, 과연 도움이 되는가 


4월에 시작된 지원사업, 필수교육은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이루어졌다.

이미 매달 입력을 해야 하는 옥답4.0(영농일지와 경영장부 작성 프로그램)의 회원가입부터 교육했다.

교육 참여자들이 그 부분을 스킵할 것을 요구했지만, 강사는 커리큘럼상 꼭 해야한다며 성실하고 형식적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필수교육의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노무관리 파트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배제한 채 좋은 팁들을 남발했다.

앞서 제기했듯 마케팅은 어떤 농업인들에게는 허무맹랑한 먼 나라 이야기였다.

다문화가정과 여성의 인권을 얘기하면서 오히려 차별적 언어를 재생산했다.

바쁜 농사철에 1박2일, 2박3일을 빼서 듣는 교육이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기보다 지원금을 받기위한 교육일 뿐이었다.


이미 지나간 1년차는 그렇다치고 2년차와 3년차에 들어야하는 필수교육의 내용이 무엇일지 궁금해지지만, 사실 큰 기대없이 농사철에 잠시 쉬러간다고 생각하고 갈 소산이 크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연차별 필수교육의 비중을 줄이고, 선택교육은 가급적 해당 지역에서 담당자가 개개인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여러 가지 교육을 마련해주면 된다.

시행 2년, 3년이 되면 지역별 청년창업농의 숫자가 많아지기 때문에 충분히 교육을 마련할 예산을 투자할만한 이유가 된다(현재도 2030 청년농업인 교육이나 강소농 교육 등의 규모가 20명 수준). 




청년창업농 선정 기준, 문제인가  


이번 ‘사건’에서 불거졌던 외제차나 명품 구입의 문제는 다수가 지적하듯 정착에 큰 문제가 없는 정도의 경제력을 가진 이들이 이번 선정에 포함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

선정기준에 있는 건보료 금액 기준(44만 9천원)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개인적 추측은 청창농 사업이 3억 상한의 자금융자를 목적으로 하는 후계농들을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조건을 반영하여 건보료 기준을 설정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래서 후계농과 일반 청창농에 대한 지원사업을 분리하자는 의견들이 있다.

자금 규모와 조건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지원 내용도 다르다는 주장이다.

아마도 월 100만원의 지원보다는 후계농자금 3억 대출 때문에 지원한 이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실제 절실히 생계자금이 필요한 이들이 탈락한 경우도 많고 어떤 이들은 굳이 지원금을 받아야하나 의아한, 금수저(?)인 경우도 있는 듯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개인적인 의견은 건보료 금액 기준은 조정할 필요가 있겠지만 분리 여부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후계농 역시 독립경영을 하려면 여러 가지 지원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더 나은 조건이라 하여 금수저/흙수저 논란을 만들 문제는 아니다.

아무래도 기반이 있는 후계농이 정착율이나 정량적 성과가 더 높을 것이고, 일반 창업농은 3년 내에 이렇다할 성공사례를 만들어 내기가 어려울뿐더러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그렇다하여 정착율이 높은 후계농만을 계속 지원한다면 실제 농촌에 새로 유입되는 청년들의 숫자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일부 스타농부(?)도 키우면서 보다 많은 수의 소농들이 자립할 수 있게끔 그들의 비율을 늘려준다면 더 많은 청년들이 농촌을 꿈꿀 수 있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후계농과 비후계농을 분리하여 지원할 것인가의 여부가 아니라 후계농 뿐 아니라 더 많은 청년들이 성공적인 정착을 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다. 




땅과 집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농촌에 내려가면 빈집이 많을 줄 알았다.

쓰러져가는 빈집은 많은데 매매도 임대도 찾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현실.

행정에서는 나름 빈집 수리나 귀농인의 집 정책 등으로 지원을 하지만, 2년 내에 나가야한다던가, 건축물 등기상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제약조건이 많다. 결국 집을 구하는 것부터가 큰 숙제인 셈.

땅은 더 심난하다. 보통 농사짓기 힘든 땅부터 임대가 나오는터라 시작부터 좋은 결실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는 동네에서 오랫동안 묵혀놓았던 땅을 반값 정도의 임대료를 내고 구했는데, 쓸데없이(?) 자연재배하겠다고 매년 칡, 야생동물과의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농지은행에 가면 동네에 매물이 나오면 사서 임대를 해줄테니 알려달라고 하시는데, 농지 매매는 가뭄에 콩나듯이다.

창업농 선정 이후 농지은행에서 농지임대 1순위이니 논 임대를 해주겠다고 연락이 왔었는데, 차로 30분 넘게 걸리는 2개 면에 각각 1000평과 600평을 다 빌리는 조건이었다.

고심 끝에 그래도 제대로 된 논에다 농사짓고 싶은 맘에 임대차 계약을 했는데, 여기저기 떨어져있는 논에다 땅을 갈려고 하니 기계를 빌리는 것부터가 고역이었다.

현재 예비창업농들도 땅을 구하지 못해 지원금 수령을 연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땅과 집을 쉽게 빌릴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 훨씬 더 많은 이들이 농촌으로 올 마음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너도 알고 나도 아는 문제라 또 말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언급하지 않을 수 없어 언급한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 


농촌에 청년들이 내려오면 뭐가 부족해서 오거나 도시에서 실패해서 내려오거나 하는 사람 바라보듯 하는 시선이 있다.

외지것들, 뭣도 모르는 젊은 것들 바라보는 편견을 뚫고 어떻게든 정착해보려 애쓰는 청년농부들은 현재 농촌에서 꼭 필요한 존재들이다.

우리 마을만 해도 7~80대 어르신이 마을 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30년 전만해도 인구가 현재의 3~5배는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매년 몇 분씩 돌아가시고 있다. 순창의 리가 백 여개는 되는데, 전국으로 보면 얼마나 많을지.

그 마을들이 대부분 이런 상황인데, 농촌을 살리고 지키는 주체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살아야 농촌이 산다.

그리고 사람들이 오는 이유와 떠나는 이유에 경제적인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청년창업농 지원사업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 생계보전이 아니라 비어가고 있는 농촌을 일구기 위해 맨땅에 헤딩하는 사람들을 위해 주는 기본소득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청년창업농 월 100만원 지원사업은 여러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기존 농업인 지원사업에 비해 혁신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책이다.

이 문제는 꼭 청년농업인에게만 해당되는 이슈는 아닐 것이다.

모든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주자는 주장은 계속 설득력을 얻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소액이지만 시작되고 있다.

간접적으로 지원되는 여러 가지 사업들을 직접 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훨씬 더 가치있는 지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체적인 변화가 어렵다면 청년부터라도, 일부 지역에서부터라도 조금씩 그렇게 변화될 것이라고 믿는다. 




어쩌면 대안, 반농반X 


© 게티이미지뱅크


농촌에서 농업만으로 정착하는 일은 사실 너무 힘들다.

부부가 함께 내려오는 경우에는 대부분 한명은 취업을, 한명은 농사를 맡는다.

그마저도 시골에서 얻을 수 있는 직업은 최저임금을 겨우 받을 수 있는 정도라 아이들까지 키우며 생계를 일구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그렇게들 산다.


사실 농촌에도 농사 말고 다양한 직업군이 필요하다.

귀농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농사 말고 다른 걸 하는게 더 생존하기 쉽다고 조언하곤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반농반X는 큰 리스크없이 농사를 짓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하지만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청년 창업농 정책은 전업농을 지원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모든 귀농귀촌 청년들을 포괄할 수는 없지만, 사업에서 탈락한 이들과 그 사각지대에 있는 농업인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들도 마련되기를 바란다. 


이 글에서 청년창업농 정책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옥답, 농업교육포털 등 시행초기 시스템 오류나 필수교육의 문제, 자금융자 상환기간, 재해보험가입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이미 까페 및 지역별 간담회에서 제기된 바 있다.

1년차 지원금을 받으며 분노와 짜증으로 폭발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지만 내년에는 개선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러 가지 의무조건들은 농업인을 옭아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잘 정착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니까 당연히 점점 나아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농림부 청창농 담당자에게, 그리고 시행초기 모든 오류를 겪어내면서 농사를 짓고 있는 1기와 2기 청년 창업농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우리나라 농촌이 좀더 희망이 있는 곳이 된다면 지원금 같은 것 없이도 더 많은 청년들이 농촌을 선택할 것이다.

쌀값 조금 오르고 농산물 값 인상 될 때마다 큰일 나는 것처럼 호들갑 떠는 언론들, 그에 널뛰기하는 정부가 좀 자중하시고 소비자 생각하는 만큼 농민들도 좀 생각해주신다면 더 낫기는 나아지려나.  





© 헬로파머

글: 니나(니나의 밀밭)

편집: 이아롬 기자 arom@hellofarm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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