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는 사치인 버티는 시골살이에 대하여
‘리틀 포레스트’로 대표되는 농촌 여성의 삶.
하지만 고향으로 귀농한 나의 농촌생활은 리틀 포레스트처럼 우아하지 않다. 내가 현실을 말해주겠다.
최근에는 사흘 동안 변기에 물이 내려가지 않아 불편한 생활을 했다.
업체에서도 꽝꽝 언 정화조를 어쩌지 못한다며 매정하게 돌아섰지만 나에겐 이웃에 사는 친구들이 있다.
친구들과 함께 문제의 원인을 찾아보니 정화조의 배관을 얇게 묻어 전체가 얼어 생긴 일이었다.
나의 이웃들은 낮부터 어두운 밤까지 배관을 수술 하듯 제빙기 호수와 물 호수를 반복적으로 넣었다 빼며 작업했다.
“뚫렸다!”, “변기 물 내려간다!” 모두가 환호하던 시간은 저녁 여덟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그 날 답례는 삼겹살과 소곱창. 이것도 같이 살고 있는 친구가 수고했다며 저녁을 거하게 쏜 것이다.
그 날 저녁 나는 추운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작업을 해준 이웃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밤이면 캄캄함을 무서워하고 화장실을 참지 않아도 되는 마음이 평안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도시에 살면 편하게 살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무엇이 불편한 농촌을 선택하게 했는가.
이런 맛이다. 불편하고 버거워도 그 이유는 사람이다.
내가 보는 세상에만 갇혀 사는 것이 아닌 사람 그 자체의 삶을 보고 배운다는 것이다.
이 일을 통해 나는 땅속에 묻혀 있던 우리 집 정화조의 배관 구조를 보았고, 누군가에게는 소소한 일이지만 나에게는 감사한 일이다.
동지가 생기고 스스로 기술을 습득하여 자가 수리할 수 있는 해결 능력이 쌓이고, 돈으로만 돌아가지 않는 세상은 아니라는 것을 체감했다.
가슴 한 켠에 뭉클거리며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드는 이 감정은 나를 감사와 행복함으로 한가득 채워주었다.
만약 내가 아니라, 아무 연고 없는 청년이라면 어떻게든 돈으로 해결했어야 하는 문제다.
먹고 쓰는 소비는 줄일 수 있으나 그 외의 것들은 돈과 직결되어 있고 그것이 곧 생계이다.
소득이 적고, 일자리가 한정되어 있는 이곳에 도시의 편한 세상을 벗어두고 누가 와서 농사를 짓고 농촌으로 오겠는가?
나는 정말 농사만 힘들다 인지한 상태로 정말 멋 모르고 아버지 ‘빽’만 믿고 시골로 왔다.
뼈저리게 한계를 직면하면서 버티는 이유는 사람의 마음이다. 그렇게 나는 하나씩 농촌살이에 적응하고 있다.
나는 2017년 농업정책 중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덕분에 농협에서 저금리 2%로 2억의 대출을 받아 땅을 구입했지만, 작년 2월부터 연간 500만원 가까이 되는 이자 납부가 시작되었다.
앞으로 나는 3년동안 매년 2월말, 500만원의 이자를 납부해야 한다.
3년 뒤에는 원금과 이자를 7년간 상환해 나가야 한다.
이런 내 상황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그 많은 이자를 내면서 왜 본인의 땅을 사냐”고.
그러면 나는 말한다. “집을 왜 사냐”고.
또 다른 사람은 말한다.
“싱글인 너는 돌볼 처자식이 없기에 그 사업이 간절히 안 필요하지 않다”고.
그러면 나는 말한다.
“저의 목구멍은 목구멍이 아닌가요? 그대들은 둘 아닙니까? 저는 혼자입니다. 그러니 저는 제가 모든 것을 해야 합니다.”
이곳 강원도 화천군의 보조사업은 자부담 30%, 보조금 70%으로 진행된다.
매해 1월이 되면 면 단위로 내려오는 보조사업을 신청하기 위해 면사무소를 찾는다.
작년에 비가림재 하우스 5 동과 건조기, 저온창고를 신청하였으나 선정된 보조사업은 비가림재 하우스 5동이었다.
하우스 한 동을 짓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대략 120만원. 하우스 한 동만으로 대출 이자를 갚을 수가 없기에 대부분 3동 이상 신청한다.
말 그대로 비가림 하우스이기에 그 외의 것들은 개인의 몫이다.
작년 5월에 가뭄대책사업으로 관정과 관수 시설(물탱크와 농사용 호수와 모터펌프)의 예산이 갑작스럽게 편성되어 면사무소에 내려왔다.
이마저도 땅 면적에 따라 한 농가에 수량이 한정되어 있다.
나는 물탱크(500L/55만원)와 수도PT관(50mm,100m/15만원)을 관정거리에 따라 그리고 작물들에게 물을 주기위해 농사용 호수인 점적과 분사호수를 밭 고랑의 개수와 길이를 대강 계산한다.
관정에서 물탱크에 받아 수도PT관을 통과해 농사용 호수로 끌어내기 위해 모터 펌프가 필요하다.
마력에 따라 가격 차이(20만원부터 시작한다)가 있으나 펌프 마력에 따라 신청 할 수 없이 마력의 기준을 2가지로만 고정해 정작 필요한 것을 구입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며 사업 양식에 작성했다.
그 외 기타의 농자재인 사이즈에 따라 새들, 소켓, 벨브, 고무끈 등 다양하게 구입하여 자가로 설치했다.
비가림재 하우스 시설이 지어지면 관수시설을 하기 전, 임대사업소에서 농기계를 임대한다.
로터리를 치고 골을 쬐기 위해 트렉터(마력에 따라 하루 임대 65천원/81천원)와 기타부품으로 쟁기(하루 임대 외쟁기7천원/배토기 18천원)를 렌트하고 사용한 만큼 경유(대략4-6만원)을 채워서 반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트렉터 작업은 밭 면적과 농작물의 파종 시기에 따라 필요하며, 렌트를 1일 이상 해야할 때도 있다.
이 작업의 하루 농기계임대 비용은 15만원 정도 필요하다.
씨앗을 심기 전에 하우스 재배시설의 마지막 작업은 비닐 멀칭이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비닐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보며 자라왔다.
비닐 대신 참나무 수피로 멀칭을 선택한 나는 풀과의 전쟁을 줄이기 위해 보조사업으로 수피(참나무껍질, 자부담 한 차 231,000원) 5톤 차량의 3대를 신청했다.
파종준비가 마치면 모종 작업을 위해 씨앗을 구입한다.
감자와 옥수수는 마을 반장이 취합해 이장님께 접수한다.
밀 씨앗은 보조사업을 놓쳐 아는 지인에게 돈을 주고 확보했다.
종묘상에 구입한 것은 발아가 안 되게 만들어져 다음 해를 위해 씨앗을 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토종종자를 이리저리 수소문해서 나누어 받았다.
모종을 실패하면 시장이나 아는 종묘상에 급하게 모종을 비싼 가격으로 구입하게 되는데 이모든 것은 계좌이체나 현금 결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조사업의 자부담과 농자재의 가격은 각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농사 3년차인 나는 아직도 계획대로 되지 않고 다양한 변수로 아등바등댄다.
그래서 나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고 있다.
작년에 노지에는 백태, 옥수수, 들깨, 고추, 고구마, 꾸러미 사업을 위해 15개 이상의 다품종을 파종했고, 하우스에는 다년생 아스파라거스가 잘 자라도록 풀을 베어주고 물 관리를 했다.
무더위에 새벽 5시에 나가 점심때 들어와 무더위를 피해 3,4시경에 나가 해 떨어질 때까지의 보낸 나의 봄과 여름.
가을과 초겨울은 해 뜨고 지는 것이 늦어지고 빨라져 9시에 시작되어 5시에 마무리 한다. 가을과 겨울이 되어야 노동의 시간은 줄어든다.
독립하여 홀로 두 번 째 농사의 해를 보낸 결과는 멧돼지로 옥수수와 고구마는 초토화되고, 백태와 고추는 고라니가 뜯어먹어 성장을 멈췄다.
결국 들깨와 겨우 내년 해에 자급할만한 고춧가루만 수확했다.
다행히 주 생산 작목인 아스파라거스는 하우스 안에 있는 덕에 무사히 잘 자라고 있다.
추운 강원도는 2모작 이 가능한 마늘과 양파, 밀 정도인데 사실 현금이 부족하여 모종을 구하지 못하여 시기를 놓쳐 겨울은 밭이 휴경이 되어버렸다.
월 100만원 받으면 모든 것을 해결한 채, 호위호식 할 거라며 청년농부를 바라보는 사람들.
하지만 청년농부가 마주하는 현실은 바로 이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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