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대선에 나서며 내건 농업 공약 중 ‘청년농업인 직불제’가 있었다.
당시 언론 등지에선 벤치마킹 사례로 일본의 ‘청년취농급부금’ 제도를 소개했는데, 일본에선 현재 청년농민에게 5년 간 매월 125만원 상당의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정권 출범 뒤 올해부터 시행된 우리나라의 청년창업농 지원사업은 이와 거의 유사한 구조로 첫삽을 떴다.
공동농업정책(CAP)을 펼치고 있는 유럽연합(EU)은 방법이 조금 다르다.
EU는 얼마 전 2014-2020 년에 적용될 CAP을 수립하며 청년농업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CAP를 적용받고 있는 이 국가들 중 특히 청년농업인 양성에 앞장섰다고 알려진 프랑스를 사례로, 그곳에서 청년이 농촌에 가서 살고자 할 때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정리해본다.
CAP의 지원내용은 크게 두 가지 ‘기둥(Pilar)’으로 구분한다.
첫 번째 기둥은 ‘직불제’ 한 단어로 정리되는 소득지원 정책이다.
품목에 관계없이 영농면적에 따라 최소한의 노동소득을 보장해주는 직불금 체계를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시행하고 있었다(복지 분야에서 말하는 기본소득과의 구분을 위해 노동소득이라 표현했다).
농업인이라는 인구집단에 한정해 지원한다는 점, 그러나 동시에 농업이 다원적 가치 생산을 조건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변형된 사회수당제라고도 볼 수 있다.
CAP는 최근 농업의 다원적 가치 창출 및 유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농업인 계층 전체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7년 주기로 정책을 갱신하는 CAP는 2014-2020년에 적용될 정책을 내놓을 때 친환경, 소농 대상의 추가 직불금과 더불어 ‘청년농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직불제를 새로 도입했다.
EU의 40세 이하 청년농 비중은 회원국 평균 10%대로 우리나라(1.1%)에 비하면 매우 높지만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엔 지난 2013년 18.5%에서 2016년 15%대로 줄었다. EU 평균으론 11%대다.
그래서 나온 대책 중 하나가 영농종사자가 받을 수 있는 면적 당 기본직불 금액에 추가로 직불금을 얹어주는 것이다.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원을 더 받는, 농업인구 내 청년수당이 생긴 것이다.
CAP는 각국에 편성된 직불금 예산 내 최대 2%를 청년농업인 직불제에 쓸 수 있도록 정했다. 또 이 직불금은 각 회원국이 의무적으로 지급해야한다.
프랑스의 경우 청년농업인은 최대 34ha 한도로 1ha 당 연 70유로(약 9만원)가 더 지급된다.
영농 시작 후 5년을 기한으로 하고, 만 40세 미만에 고졸 학력 이상이거나 국가에서 지정한 농업교육을 수료하는 것이 조건이다.
또 다른 기둥의 이름은 ‘정착지원’이다.
이 정책에는 신규청년농업인에 대한 정착 지원사업도 포함돼 있는데, EU 각국이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해당 사업에 지출한 금액을 들여다보면 프랑스는 총액 70억5,000만유로로 다른 모든 나라의 해당 예산을 합친 것보다 많다.
비율로는 약 64%를 차지하고 있는데 유럽 내에서 경제 수준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하면서도 아직까지 청년농 비율이 상위권에 속하도록 만든 대표적인 밑거름이라 여겨진다.
프랑스는 CAP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기 이전부터 이미 오랫동안 자체적으로 정착 지원을 돕고 있었다.
지난 1973년에 프랑스 농림부가 산악 지방 한정으로 정착지원(DJA)을 시작했던 것이 밑바탕이다.
1978년부터는 전 지역으로 확대돼 청년이 정착을 희망하는 곳이면 어디든 지원 대상이 된다.
구체적인 지원 방식은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바우처 카드에 월정액을 지급하는 것이 아닌, 시설의 ‘설치비용’을 지급하는 것이다.
평야, 조건불리, 산악으로 차등을 둬 지급하는데 최소 8,000유로(평야)에서 3만 유로(산악)까지 지급받을 수 있다.
프랑스 농림부에 따르면 평균 지급금액은 2만 유로 수준(한화 2,600만원)이다.
설치 첫해에 80%, 5년차 되는 해에 나머지 20%를 분할 지급하고, 지원 받으려는 청년농은 구체적인 사업 목적과 투자, 교육, 마케팅 등을 포함한 세부적인 이행 계획을 제출해 심사받아야한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지방정부에서는 DJA와 함께 자체적인 정착 지원을 추가하곤 하는데, 예를 들어 본토와 떨어져 있는 코르시카 섬의 경우 고용 창출, 품질 인증, 가축 식량 자급 기여 여부 등에 추가 지원을 부여한다.
이곳에 정착하려는 청년농민이 지방정부가 제시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할 경우 최대 6만5000유로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월 지급 형태의 청년창업농 지원사업은 36개월 전부 수령했을 경우 3,240만원 수준인데, 정착지원 사업만 놓고 비교해보면 액수로는 크게 뒤처지지 않거나 오히려 많아 말 그대로 혁신적인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용도와 지출 한도를 생각해봤을 때 어느 쪽이 더 청년농들에게 유익한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DJA 외에도 여러가지 혜택이 있다.
청년창업농이 대출을 원할 경우 평야 지역에서는 1%, 낙후지역에서는 2.5%의 금리로 가능하다(일반 시중은행의 금리는 5% 이상).
이 금리를 적용받는 최대 대출기간은 5년으로 이후로는 시중금리가 적용된다(최대 15년).
거치 기간은 최대 3년으로 우리나라와 크게 차이 없지만 다년생 작물에 대한 투자일 경우 예외적으로 최대 5년이 허용된다.
이외에도 토지세와 사회보장보험에 대한 지출 감면 등이 특혜로 주어진다.
혁명과 노조의 나라답게 농민도 노조가 있다.
프랑스엔 기성농민 세대는 물론이고 ‘Jeune Agriculteur’ 라는 젊은 농민들만의 조합도 따로 있어 청년농민들의 이익을 대변한다.
1957년 설립돼 35세 미만 약 5만명의 청년농이 가입돼 있으며 정부 지원 아래 신규 청년농에 대한 교육을 수행하고, 정부와 CAP의 정책결정에 관여하는 등 적잖은 영향력을 자랑한다.
이들을 통한 피드백으로 청년농 교육 이수 과정이 개선되기도 하고 보조 정책이 바뀌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난 2015년엔 프랑스 학교 급식에서 더 많은 국내 농산물을 소비하도록 하는 정책에 일조하기도 했다.
단순한 농민단체를 넘어서는 집단이 구성됐을 뿐만 아니라, 기반이 약하고 더 열악한 처지에 있는 청년농들이 기성농민들과 구분돼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는 점은 우리 입장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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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이아롬 기자 arom@hellofar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