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기만 했던 신규교사의 일기
“이개미, 핸드폰 어디 있어?”
“가방에요.”
“지금 핸드폰이 왜 가방에 있어? 아침에 핸드폰 안냈어?”
“…….”
오늘도 나는 너와 밀당을 한다. 어쩜 그리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지, 주먹만한 얼굴에 앙다문 입을 하고는 네가 죄책감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잘못한 건 넌데, 왜 또 내 마음이 아픈지. 3개월, 내 인생의 1%도 안 돼는 짧디 짧은 시간을 함께한 것 뿐 인데 5년을 내내 짝사랑하고도 지쳐 떨어져 나갈 줄 모르는 거머리 같은 여자가 된 기분이다. 이 스물다섯명의 5학년 연애의 고수 꼬맹이들과의 연애전쟁에서 내가 과연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아니, 질질 끌려 다니지나 않으면 다행 아닐까?
3월 3일 월요일. 첫 담임, 첫 사회 생활, 첫 제자…. 모든 것에 처음이란 의미를 잔뜩 집어넣고는 터지기 직전의 심장과 말 그대로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로 체육관 단상위에 올라섰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발뒤꿈치 들어 내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는 5학년 5반을 바라본 순간 나는 사랑에 빠졌다. 아, 내가 선생님이 되었구나. 저 아이들이 나와 1년간 함께할 내 인생 첫 제자구나! 드디어 너와 나의 연애가 시작되었다.
처음 한 달은 아이들이 정말로 너무 예쁘기만 했다. 눈에 두꺼운 콩깍지가 씌였는지 뛰어도 예쁘고, 소리질러도 예쁘기만 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탐색전을 가졌던 거였다. 어느새 한 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고 나니 아이들도 내숭이 없어졌다. 매일 같이 틈나면 놀아요, 체육해요, 수업시간 주먹질에, 6학년 눈치는 보면서 4학년한텐 한 살 많다고 형인척 누나인척 괴롭히고 이제는 선생님 몰래 핸드폰을 숨겨 몰래 게임하고 카톡하는 스릴을 즐기고 싶어하기 까지.
내일은 정말로 화 내지 말아야지, 내일은 조금 더 다정하게 달래봐야지. 오늘도 텅 빈 교실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고민한다. 그래도 이렇게 고민하는 내내 행복하다. 사랑에 빠지면 밥 안 먹어도 행복하다고 했던가? 비록 밥은 꼬박꼬박 먹어줘야 하지만 나는 오늘도, 내일도 나를 보고 웃어주는 아이들이 있어서 즐겁다. 아침이면 어제는 새까맣게 잊고 웃어주는 아이들과 참 예쁘다. 밀당의 고수들과 함께 할 1년이 때론 힘들고 때론 울고 싶어도 아이들과의 연애가 즐겁다. 또 다시 밀당하러 나는 내일도 학교에 간다.